안승일의 우리동네 꽃동네 #56

복수초 | 복받으라고 오래 살라고 福壽.

 

 

 

복수초 | 서둘러 눈을 뚫고 나와서 復讐를 하려는 게 아니다.

 

 

 

억지로 눈을 뚫고 나온 게 아니다.
봄마중하러 나왔다가 잘못된 날씨에
福壽草들은 눈을 잔뜩 뒤집어 쓴 거다.
이른 봄, 아직 채 녹지 않은 땅에서
싹을 틔우는 것은 사실이지만 꽃들은
서두르거나 자연을 거역할 줄을 모른다.


좀 이르긴 하지만 따뜻한 봄날을 찾아
낙엽들 틈에 복수초는 노란 꽃을 피운다.
그런데 꽃샘추위나 때늦은 이상 저온으로
봄눈이 내릴 때가 있다. 그러면 그들은
꽃잎을 오무리고 숨을 죽여 기다리고
눈송이들은 조심스레 복수초들을 덮어준다.


그리고 눈이 그쳐 햇님이 얼굴을 내밀어
꽃들 주위를 녹여주면 그들은 다시금
꽃잎을 열고 활짝 웃는다. 그걸 보고
사람들은 눈을 뚫고 나왔다고 착각한다.
그것은 자연을 잘 모르는 틀린 생각이다.


까치 두 마리 꽁지방아 찧는 이깔나무 숲
백두산 숲에는 오월에야 복수초가 핀다.
백두는 한라보다 두 달쯤 늦게 봄이 온다.
한라에서 출발한 봄은 백두까지 올라오는 데
쉬엄쉬엄 두 달쯤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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