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일의 우리동네 꽃동네 #55

앵초 | 돌 틈에서 꽃은 참 이쁘게도 피워냈다.

 


백두산에서 만난 어떤 사진작가 선생.
지가 백두산 몇번씩이나 왔다고 자랑이다.
두견호텔에 삼박사일 묵고 좀이 쑤셔 이제는
더 찍을 게 없다고 돌아가던 그를 나는 안다.
여권의 도장 숫자나 세고 있는 한심한 분들아.
여러 번 다녀가는 게 자랑이 아니다.
나는 산 아랫동네에 집 사놓고 살아버린다.
나는 산에 들어가면 한 달이고 두 달이고
산에 살아버린다. 산이 좋다. 산에 사는 게 좋다.
세상에 나가면 사는 방법도 서툴다.
몸도 마음도 산에 길들여져 산이 편하다.


열몇 번을 왔대거나 몇 년을 살았대거나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자랑이 아니다.
사진쟁이는 사진으로 말해야 한다.
짧은 시간에 좋은 사진을 내놓는 것도 자랑이다.


그런데 번갯불에 콩을 구워 먹을 수 있을까?
밥짓고 남은 은은한 숯불에
무쇠솥뚜껑 뒤집어놓고 볶아야 콩이지.
그게 콩 볶아 먹는 거지. 그래야 콩맛을 아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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