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일의 우리동네 꽃동네 #37

큰괭이밥 | 나 숨 넘어가려 할 때, 죽기 전에 코에다가 고무줄 끼우지 마라.

 


십여년 전 인도를 몇번 다녀오고나서 미련없이
죽으면 썩어버릴 몸뚱이를 기증했다.
그리고는 너무 오래 살아 이젠 낡아버려서
내 몸은 피부와 눈만 남에게 줄 수 있고 다른 데는
학생들 실습용으로밖에는 쓸모가 없다고 한다.


평생 혼자 산 속을 헤매며 힘겹게 알아낸
내 사진찍는 노루꼬리만한 잔재주와 생각들.
나처럼 사진 하나에 인생을 걸고 싶은 자,
그놈에게 나의 넋을 이어주고 갈 수는 없을까?
간을 이식하듯 뇌를 조금 떼주면 안 될까?


내가 가진 책들도 사진들도 모두 쓰레기로
버려지고 잊혀지는 거 하나도 아쉽지 않지만
내가 사진을 했던 싱싱한 생각들은 너무나 아깝다.
누구에겐가 물려주고 싶다. 그래서
나를 훨씬 뛰어넘는 사진쟁이가 될 수 있다면 참 좋겠다..


물질보다 마음이 중요하다는 거 뇌신경학자도
현대의학도 아직 거기까지는 미치지 못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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