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일의 우리동네 꽃동네 #35

하늘매발톱꽃 | 얼큰, 3등신도 못 되지만 이쁘다.
얼큰, 이쁘다. 잎도 없이 어떻게 이런 실한 꽃을 피워냈을까.

 

“풍속 제로, 바람없이 맑겠습니다.”
그것은 기상관측 용어일 뿐이다.
알릴듯 말듯 꽃을 흔들어대는 바람은
풍속계가 감지 할 수 없을 만큼이다.
렌즈와 매발톱꽃과의 거리는 약 40cm.
숨조차 쉬지 못하고 파인다에 집중한다.
아래에서 윗쪽으로 기계를 설치하면
낮게 엎드려 코를 땅에 박아야 한다.
적을 향해 총을 겨누듯 하는 긴장감.
그러나 바람과의 대결은 아니다.
대화다. 설레는 기다림이다.

 

키는 꺽실하고 머리는 무거워서
매발톱꽃의 흔들림은 유난히 야단스럽다.
그래도 바람은 어느 때인가 멎는다.
바람은 잠시 쉬어 가는 때가 있다.
지나가던 바람이 다리쉼을 하는 그런 때를 틈타
조리개를 열고 닫으며 모터드라이브는
서른 몇 장의 필름을 단숨에 돌려 버린다.

 

바위에 뿌리 내린 매발톱꽃의 강인한 삶을 존경하며
또다시 새 필름으로 갈아 끼운다.
加油! 加油! 하늘매발톱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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