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안내] 김지연 - 영산강展

[전시안내] 김지연 - 영산강展

* 장소 : 류가헌

* 기간 : 2021112() ~ 14()

* 오프닝 : 112일 화 6

 

 

 

 

강과 사람의 서사 위에 물비늘처럼 반짝이는 서정

- 김지연 사진전 영산강112일부터 류가헌

 

‘10대에 싹텄던 꿈을 50에 비로소 시작한 것이 사진이다. 사진을 전공한 것도 아닌, 그저 지역에 살고 있는 작은 한 아줌마의 도전이었다. 주위를 보면 엄청난 스펙을 가진 선수들이 뛰고 있었다. 이것은 누가 보아도 이미 진 게임이었다. 그러나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에 의미를 두었다. 그리고 뒤도 안 돌아보고 옆도 안 보고 혼자서 달렸다. 긴 시간을 달리다 보니 하나둘 친구가 생겼다. 그리고 나를 사진가라고 불렀다.’

 

그렇게 20여 년을 달리자, 사진가라는 호칭 앞에 정미소’ ‘남광주등 그녀가 찍은 사진들의 제목이 덧대어지면서 그녀의 대명사가 되었다. 시간 속에서 소멸해가는 것들을 기록하고 그 시간의 슬픔과 소중함을 담담히 이야기하는 김지연식 화법도 생겨났다. 진안에 계남정미소, 전주에 서학동사진관을 열고 운영하면서부터는 관장으로 전시기획자로, 또 사진을 하며 살아 온 삶의 여백에 틈틈이 글을 쓴 산문집 감자꽃전라선의 작가로, 김지연이라는 이름의 품은 더욱 넓어졌다. ‘50에 비로소 시작한 사진으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마치 작은 지류인 천이 강을 이루고, 흐르고 흘러 이윽고 바다에 다다르는 모양과도 같으니, 김지연 영산강의 첫번째 은유가 여기에 있다.

 

그 강이 무슨 강이든 내 인생과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었’(작업노트 중에서)다는 김지연은, 광주지역으로 흐르는 영산강의 한 다리 옆에서 태어났다. 강의 이름도 모른 채 살다가, 고향을 떠난 이후로는 아예 강의 존재조차 잊고 살았다. 그렇게 오랜 세월이 흘렀다. 우연히 만난 친구에게서 아직도 고향집이 남아있단 이야기를 전해 듣고, 60여 년만에 고향을 찾아갔다. 영산강이 그제서야 보였다. 그 강에 탯줄을 묻으면서부터 시작된 자신의 삶이 보였다. 영산강은 그녀에게, 사적인 연민의 공간이자 기어코 돌아오고야 말 회귀의 지점이었던 것이다.

 

2020년 봄부터, 사진기를 들고 영산강가 탯자리 주변과 강물이 시작되는 근원지부터 서해바다에 이르는 길을 강을 따라 걸었다. 담양에서부터 목포의 끝 고하도까지 140km에 달하는 노정이었다. 사진을 찍으면서, 애써 아름다움을 찾지는 않았다. 서먹하면 서먹한 대로, 흐린 날은 흐린 날의 물빛 대로 찍었다. 발목을 적시며 외할머니를 만나러 가던 정자교보 대신 새로 만들어진 보를 건넜다. 아버지가 세운 학교 터에는 공장이 들어서고 있었다. 물새와 억새를 만나고, 과일 따는 아낙과 늙은 농부를 만났다. 그 만남들을 찍고, 여러 색을 띤 강의 얼굴과 함께 담았다. 강과 사람의 서사 위에, 물비늘처럼 반짝이는 서정, 김지연의 영산강이 이렇게 해서 완결되었다.

 

김지연 사진전 영산강112일부터 류가헌에서 열린다. 새로 출시된 같은 제목의 사진집도 만날 수 있다.

문의 : 02-720-2010

 

 

 

김지연 《영산강》 Digital pigment print 2020

 

 

김지연 《영산강》 Digital pigment print 2020

 

 

작가노트

나는 영산강을 넓은 영역에서 다 살피지 못했다. 그것은 여러 곳을 두루 찾아다니지 못한 것도 있지만 내가 태어난 곳을 중심으로 그 유역의 땅을 다시 찾는 데 의미를 두었다. 광주지역으로 흐르는 영산강의 한 다리 옆에서 태어났고 지금 그 집은 강을 넓히면서 둑 아래로 사라졌다. 그 곳을 중심으로 내가 자라던 곳과 외갓집 동네 남평 정자교 주변과 아버지가 운영했던 중학교 터와, 외증조할머니의 조카가 살던 나주 배 과수원 주변에서 더 많이 서성였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강의 근원지와 종착지가 아니라 내가 살던 곳의 강물이었다. 내가 태어난 곳 옆으로 흐르는 강이 영산강이라는 사실조차 오랫동안 몰랐었다. 그 강이 무슨 강이던 내 인생과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최근에서야 어머니를 통해서 나는 영산강 옆에서 태어났고 거기에서 한국동란을 겪었고 세 살 때 평야 깊숙한 작은 동네로 이사를 갔다는 것을 알았다. 나의 유년시절은 그 안동네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그곳이 고향의 전부인줄 알았다. 어머니 이야기로는 삼촌이 지병으로 일찍 세상을 떠나자 강가의 집을 떠난 것이라고 말했다. 다 큰 아들을 잃은 할머니는 그 정을 맏손녀인 나에게 쏟아부었다. 그이는 애절하고 절절하고 뜨거웠던 마음을 오롯이 남긴 채 내가 열 살 때 마흔여덟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얼마 후 우리는 하나도 남길 미련 같은 것이 없을 만큼 절박한 사정에서 고향을 떠나왔다. 그 뒤로 정말 다시는 돌아보지 않는 곳이 되었다. 이렇듯 영산강은 나의 사적인 연민과 회귀의 장소인 것이다. 다시 돌아온 곳에 여전히 강물은 흐르고 있었다. 그 근원지를 찾아 나설 것도 없이 강물은 예나 지금이나 같은 얼굴이 아니다. 그도 흐르고 나도 따라서 흐르고 있다. 영산강 유역의 기름진 평야는 이제 낯설게 느껴지고 강 건너 송정 비행장에서 이착륙하는 비행기 소음이 크게 들렸다. 여름 뙤약볕에 억새밭을 헤매이던 시간이 흐르고 어느새 억새는 은빛 비단결 같은 꽃잎을 강물 위로 날리며 그 근원을 생각하게 한다.강가의 포플러나무는 그 열렬했던 푸르름도 사위고 누르스름한 나뭇잎 몇 잎 남아 강물의 느린 흐름을 눈치채게 한다. 강으로서의 임무를 마치고 서해바다에 이르는 지점 목포 고하도에서 따뜻한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다. 돌아오는 길에 함평을 지나면서 할머니의 댁호가 함평댁이었던 기억과 할아버지가 늘 부르시던 함평천지 늙은 몸이호남가의 첫 소절이 떠오르기도 했다. 영산강 곳곳을 다 전하지 못하는 까닭은 내가 한 작은 다리 옆에서 태어났기에 그곳을 못 벗어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 생각이 나를 여기로 다시 돌아오게 한 것이리라. 영산강 근원지에서 서해바다에 이르기까지 내 혼을 실어 보낸다.

 

 

 

김지연(金池蓮)은 해방공간인 1948년 광주에서 출생. 늦은 나이에 사진을 시작했다. 70년대에 드라마센터(현 서울예대)에서 연극을 공부하다가 그만두었다. 80년대 말 한국 방송통신대 영어과를 졸업했다. 2002정미소개인전을 시작으로 낡은방’ ‘근대화상회’ ‘삼천원의 식사’ ‘자영업자14회 개인전을 열었고, 2006년 전북 진안에 공동체박물관계남정미소를 열고 근대유산의 문화 재생산의 첫 사례를 만들었으며, 2013년 전주에 서학동사진관 문화공간을 열어 지역문화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전시 기획으로는 계남정미소와 서학동사진관에서 계남마을 사람들’ ‘작촌 조병희 선생을 기리며용담 위로 나는 새‘ ’시어머니 보따리‘ ’도마를 비롯해 꽃시절‘ ’택배30여회 기획전을 열어왔다. ‘정미소자영업자를 비롯해‘ 13권의 사진집을 만들었다. 그리고 감자꽃(열화당), 전라선(열화당) 두 권의 사진산문집을 냈다. 20201월부터 경향신문에 사진과 글따뜻한 그늘을 쓰고 있다.

인스타그램 @jungmiso77 페이스북 facebook.com/saltbox48

 

 

개인전

2019 남광주역, 마지막 풍경(류가헌)

2019 남광주역, 마지막 풍경(광주시립미술관 광주)

2018 자영업자 (서울시NPO지원센터 서울. 서학동사진관 전주)

2017 감자꽃 (류가헌 서울. 서학동사진관 전주)

2016 놓다.보다 (류가헌 서울. 서학동사진관 전주)

2015 빈방에서다 (테이크아웃 드로잉)

2014 삼천 원의 식사(서학동사진관. 류가헌)

2013 정미소, 그리고 10(류가헌. 서학동사진관)

2012 낡은 방(류가헌)

2010 근대화상회(쿤스트독. 공동체박물관계남정미소)

2009 봄날은 간다 (공동체박물관계남정미소)

2008 우리동네 이장님은 출근중 (갤러리룩스. 봄갤러리)

2007 묏동 (갤러리룩스, 봄갤러리)

2004 나는 이발소에 간다 (갤러리룩스, 옵스갤러리)

2002 정미소 (갤러리룩스. 경원아트 홀)

 

그룹전

2015 그 때 군산을 만났다(군산여인숙)

2014 파국 이후의 삶(서울 NPO지원 센터)

2012 실낙원(고은사진미술관)

2011 풍수지인 (류가헌. 공동체박물관계남정미소)

2010 서울 포토 2010

2009 서울 포토 2009

2007 대동산수(문화일보갤러리)

2006 대동산수(공평아트홀)

2004 다큐먼트전(서울시립미술관)

 

출간

2019 전라선(열화당)

2018 자영업자(사월의 눈)

2017 감자꽃(열화당)

2016 놓다, 보다(류가헌)

2015 빈장에 서다(사월의 눈)

2014 삼 천 원의 식사(눈빛)

2013 정미소와 작은 유산들(눈빛)

2010 용담 위로 나는 새(아카이브북스)

2010 근대화상회(아카이브북스)

2008 진안골 졸업 사진첩(아카이브북스)

2008 우리동네 이장님은 출근중(아카이브북스)

2005 나는 이발소에 간다(아카이브북스)

2002 정미소(아카이브북스)

 

TAGS.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