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안내] 일우사진상 수상작 : 김석진 - 입시연대기2005-2020展

[전시안내] 일우사진상 수상작 : 김석진 - 입시연대기2005-2020展

* 장소 : 류가헌

* 기간 : 2021/06/01 - 13 

 

 

김석진 <입시연대기 2005-2020 / 학생부종합전형>

 

 

‘교사 사진가’가 16년 동안 찍은 우리 교육 현장의 ‘문제적 내러티브’ 3부작

 

‘2005년부터 2020년까지, 나는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학생을 가르치는 고등학교 교사로서 우리 교육의 현장을 사진으로 기록해왔다. 그리고 한국의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입시라는 하나의 꼭짓점을 향해 통합된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사진가 김석진의 말이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입시라는 꼭짓점을 향해 통합되듯이, 16년 동안 크게 세 개의 군으로 나뉘어 이어져온 김석진의 작업도 이번 전시 <<입시연대기 2005-2020>>로 통합된다.

 

부임한 해인 2005년부터 시작한 첫 학교사진작업 <지속되는 과도기>는 학교의 전근대성, 전체주의적 속성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학생들의 삶을 관찰자의 시각으로 바라본 사진들로, 2012년 제2회 온빛사진상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간결한 흑백사진 속에 담긴 문제적 내러티브는 선생님 사진가김석진의 이름을 사진계에 각인시켰다.

 

2015년에 발표한 두 번째 학교 시리즈 <삼선쓰레빠블루스>는 입시 체제 속에서도 주체적으로 욕망을 표현하고 있는 대상으로서의 학생들을 기록한 사진들이다. 김석진은 진짜가 아닌 가짜 삼선슬리퍼를 신고 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내세우고 있는 목표와 달리 욕망과 경쟁 그리고 순응을 가르치고 있는 우리 교육의 민낯을 보았다. 학생들 또한 입시체제의 단순한 희생양이 아니라 그들에게 주입된 가치를 내면화하고 심화시켜 능동적으로 이용하는 존재로 변해있었다.<지속되는 과도기>의 시기보다 좀 더 복잡해져버린 학생들의 내면과 사회화의 괴로움이 <삼선쓰레빠블루스>에 담겼다.

 

3부작의 마지막 시리즈로 이번에 처음 선보이는 <학생부종합전형>, 학생들의 인성과 잠재력을 평가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가 또 다른 경쟁을 낳고 오히려 학생들의 진면목을 가리게 된 현실에 관한 풍자다. 묵중한 흑백사진이었던 앞의 두 시리즈와 달리 컬러로, 현장에 기반 한 다큐멘터리의 서사가 스테이지드포토의 상징으로 바뀌었다. ‘학교를 떠나는 순간까지 그곳의 변화 양상을 바라보고 기록하겠다한 김석진의 변화된 사진 화법을 볼 수 있다.

 

<지속되는 과도기>에서 <삼선쓰레빠블루스> <학생부종합전형>까지, 16년간의 학교 사진 작업을 종합한 <<입시연대기 2005-2020>>는 일우사진상 포트폴리오상을 수상했다.

 

전시는 61일부터 류가헌에서 열리며, 동명의 사진집이 출간되어 전시 오픈과 함께 공개된다. 사진집은 우리나라 시각예술 인쇄의 변곡점을 그렸다는 평을 듣는 프린트마스터 유화가 800, 펜타톤(5)로 제작하고 류가헌이 발행했다.

 

전시 문의 : 류가헌 02-720-2010

 

 

 

김석진 <입시연대기 2005-2020 / 지속되는 과도기>

 

 

김석진 <입시연대기 2005-2020 / 삼선쓰레빠블루스>

 

 

작업 노트

 

지속되는 과도기 (Everlasting transition period) -2012

그동안 학교가 가지는 시대성에 주목하면서 의아하게 생각했던 것은 학교라는 공간이 가장 변화가 빠른 곳임과 동시에 가장 변화가 없는 곳이라는 점이었다. 매년 바뀌는 교육의 수혜자들(학생)은 최첨단을 달리는데 그들을 수용하는 공간(학교)는 그 변화를 적절하게 쫓아가지 못한다는 것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그것은 단지 공간을 운영하는 자(교사)들의 전근대성에서만 기인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 또한 새로운 시대를 살아가고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존재들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그 공간을 운영하는 시스템의 큰 틀을 깨뜨리지는 못하고 있었다.

우리 교육현장은 계속되는 과도기 속에 있다. 지속되는 과도기.... 학생의 인권을 생각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전국적으로 통용되지는 못한다. 여전히 두발 단속은 행해지고 있으며 구타와 같은 체벌이 사라진 대신 또 다른 점수화된 체벌들이 기다리고 있다. 전체주의적 요소도 여전하다. 학교에서 행해지고 있는 전체 조례에서 몇몇 학교는 전통에 따라 여전히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스마트 교육을 실시하겠다는 시점에서 학생들의 핸드폰 소지는 금지되고 있다. 입학사정관제를 실시하여 학생들의 특기와 적성에 맞는 대입 가능성을 발굴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수학능력시험 점수에 울고 웃으며 내신 시험에 시달린다. 굳이 왕따나 이지메라는 표현을 쓰지 않더라도 전체 집단과 어울리지 못하는 학생이 존재한다. 야간자율학습이란 이름의 야간타율학습 또한 여전히 존재한다. 집단 교육이라는 한계점에서 나타나는 군대나 수용소와 유사한 모습들 또한 여전히 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학교는 아직도 학생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주기를 바란다. 그런 과정에서 한 개인으로서의 자아보다는 학생으로서의 모습에만 집중할 수 밖에 없는 한계성이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내가 학생일 때도 과도기의 모습이었던 학교는 사진가로서 학교를 담고 있는 지금도 과도기 속에 있다. 어찌보면 70-80년대 혹은 그 이전에 학교를 다닌 사람들이나 겪어봤을 듯한 요소들이 아직도 학교에 존재하는 것이 비현실적이라고 수 있을 것이다. 이 과도기 체제 속에서 최첨단을 달리는 학생들은 시대의 인습들을 사회화의 여러 요소들과 같이 학습함으로써 과도기를 지속시키는 또다른 존재로서 거듭나게 된다.

가끔 그러한 상황을 자극하고 창의성을 바탕으로 틀을 깨는 학생들이 존재하지만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그들을 적절하게 수용할 수 없다고 보인다. 그들을 수용하는 공간에서 겪어보지 못한 일들은 창의성이 아니라 일탈이란 이름으로 불리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대부분의 학생들 또한 창의성을 발휘하기 보다는 현실에 적응하는 법을 먼저 배워나가게 되는 것이다. 비록 내가 이 지속되는 과도기를 일시에 깨뜨릴 수 없는 작은 존재에 불과하다해도 이를 인식하고 기록하며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야 말로 내게 주어진 작은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학교 현장이 많이 개방되어 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의 특수한 모습은 잘 그려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나는 과장없이 있는 그대로의 교육현장을 지속적으로 담아내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삼선쓰레빠블루스 - 2014

전국의 학생들이 똑같이 애용하는 학생용 물품이 하나 있으니 그게 바로 삼선쓰레빠다. 이 제품은 유명 스포츠용품 회사의 생산품을 무단으로 카피한 것으로 원작보다 더 큰 히트를 기록했고, 이제는 교육계에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학교에서 삼선쓰레빠를 신고 돌아다니는 학생들을 보며 나는 우리나라 교육의 현재를 느꼈다. 시작부터 다른나라의 교육과정을 그대로 수용하여 8차례가 넘는 수정과정을 거쳐야했으며,여전히 외국의 교육 방법이라면 제대로 된 검증도 하지 않은 채 도입하려는 짝퉁이 그 현실인 것이다. 를 겸비한 전인의 양성은 벌써 몇십년째 우리나라의 교육목표로서 확고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허상일 뿐, 실제로 학교에서 학생들이 학습하는 것은 욕망 경쟁 순응이다. 지덕체를 표방한 진짜는 어디로 가고 학생들이 지양해야할 가치만을 지향하게 만들어버린 것일까? 언제부터 우리교육은 가짜 삼선쓰레빠를 신고 걷게 되었을까?

학교라는 사회화의 공간에서 순수한 가치를 지향해야할 학생들이 욕망과 경쟁과 순응을 배워가는 모습을 몇 년간 지켜보며 학교라는 공간의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지만 그것은 단순히 구조상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학생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주입된 가치를 내면화하고 더욱 심화시켜갔기 때문이다. 수동적인 수용뿐 아니라 능동적인 응용이 이뤄지고 있는 현재 학생들의 내면을 살펴보며 그들이 겪고 있는 사회화의 통증을 기록하고 싶었다.

 

입시의 연대기 - 2020

2005년에 고등학교 교사로 발령받으면서 바로 고3 담임 생활이 시작됐다. 1997년에 수능을 치르고 대학에 가기 위해 점수별 대학 배치표를 보던 시절에서 10년 후 나는 내 학생들을 대학에 보내기 위해 입시에 대한 공부를 시작하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입시 담당 전문교사라는 비공식적 타이틀을 달고 매년 쉬지도 않고 고3담임을 맡아 입시 전쟁에 투입되면서 13년 동안 우리나라 입시제도의 변화를 온몸으로 경험하였다. 수능 성적을 잘 받으면 모든 것이 해결되던 정시 위주의 시대가 끝나가고 학교 내신과 생활기록부에 기재된 비교과 영역의 내용 평가가 중요해지는 수시의 확대, 그 중에서도 소위 학생부종합전형이라고 불리며 요근래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이슈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새로운 입시의 핵심 요소가 도입되어 확대되는 과정 또한 지겨울 정도로 공부하고 경험했으며, 어떻게든 내가 맡은 학생들을 그들 혹은 부모들이 바라는 대학에 합격시키기 위해 달려왔다. 그 기간은 내가 맡은 학생들에게도 고통스러운 때였을 것이나 3년이면 끝나는 일반 학생들의 입시와 달리 13년간 계속되는 야자감독과 입시지도는 그들을 맡아 대학으로 보내야 하는 내게 무저갱의 지옥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교단에 발을 디디면서 학교의 변화과정을 담기 위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학교와 학생들의 많은 시간을 기록해왔으나 지금 와서 돌아보니 그 중의 거의 모든 것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역시 입시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것을 제외하고는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어떤 현상도 설명해내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그렇게 학교에 대한 나의 개인적인 기록은 입시에 대한 기록으로 집중되고 있었고 13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작업해왔던 사진들을 돌아보니 그 속에 한 사회의 변화과정이 담겨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처음 입시에 대한 내용들을 사진으로 찍었을 때는 어떠한 연출도 필요 없이 그저 그 모습들을 스냅샷으로 기록하기만 해도 본질적 모습을 포착해낼 수 있었다. 학교는 단순한 지식 주입 공장, 학생들은 통제의 대상, 사회화를 통해 미래의 시민들을 키워내는 소프트한 군대 같은 모습들이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프레임 속에 그냥 남아 있곤 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학교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변화해버려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을 단순히 찍는 것만으로는 그 상황을 파악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이러한 현상이 입시제도의 변화로 인해 시작된 것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고, 그 입시 제도란 바로 수시의 확대와 학생부종합전형의 도입이다. 학생부(=생활기록부)는 학생의 생활을 관찰하고 그 학생의 가능성과 진솔한 모습을 기록하기 위해 만들어진 순수한 도구였으나 학생부종합전형의 도입으로 인해 입시의 중요한 기준으로 변질되어 버렸다. 학교 내신 성적에 목숨을 거는 것을 넘어 각 교과 담당선생님들이 기록하는 교과 세부능력특기사항과 독서활동내용, 담임이 기록하는 자치, 적응, 행사활동의 내용과 행동발달상황 종합평가, 동아리 담당 교사가 입력하는 활동내용들이 학생들의 3년 생활을 비교과 영역에서 평가하는 지표가 되고 성적만으로는 알 수 없는 학생들의 가능성을 가늠하는 시금석이 된 것이다. 이후부터 생활기록부의 작성은 학생에 대한 단순한 관찰이 아닌 대학에 보내기 위한 전쟁이 되었다. 생활기록부의 내용을 조금이라도 더 좋게 적기 위해 학생들이 하는 노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하나도 벅찬 동아리 활동을 동시에 몇 개씩 진행했고 공부하기도 바쁜 와중에 각 대학에서 선정한 고등학생필독도서는 모두 읽어내어 생활기록부에 기재하곤 했다.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가 어떤 대학의 입시의 필독서라는 정보가 돌자 학교 도서관에 이 책이 수십권이나 들어오고 만나는 학생마다 그것을 읽고 있는 진풍경을 본적도 있다. 학생의 노력에 따라 생활기록부의 양과 질은 달라지고 그것은 학교에서 또 다른 계급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정시에서 수시로,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입시의 공이 넘어가면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현상들은 학교 자체의 변화를 야기했을 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분위기까지 바꿔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13년의 시간 동안 때로는 우연히, 때로는 필연에 의해 기록하고 만들었던 이 작업들이 가지는 의미를 혼자서 가늠하기는 힘들지만 최근 터져 나오는 여러 입시 부정과 학교 및 사회 붕괴의 해석에 일정 부분의 단초를 던져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앞으로 남아 있는 교직 생활동안 입시가 어느 방향으로 변해갈지는 예상하기 힘들다. 백년지대계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우리나라의 교육정책은 갈지자행보를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찌되었든 나는 앞으로도 이 교육 현장의 변화에 대한 나의 연대기적 기록을 계속해나갈 것이고 그 속에서 물길을 바른 쪽으로 돌리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갈 것이다.

 

 

 

김석진 <입시연대기 2005-2020 / 학생부종합전형>

 

 

김 석 진 金 奭 珍

김석진(1979~ )은 경남 진주에서 출생했으며 군생활을 제외한 모든 생활을 진주에서 해온 지역 토박이다. 만화가가 되기 위해 학창시절의 열정을 모두 쏟아부었으나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해 역사교육과에 진학하여 교사가 되었고 마음 속에는 이미지 작업에 대한 미련이 한가득 남아 있었다. 고등학교 교사가 된 이후에는 학교의 역사를 기록해야겠다는 역사학도로서의 의무감에 이미지 작업에 대한 목마름이 더해져 학교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일들을 때로는 짧은 호흡으로 때로는 긴 호흡으로 바라보며 사진이라는 매체를 이용해 기록하고 있다.

 

수상

2011 2030 청년작가 10인 선정

2012 온빛사진상 수상

2014 한국다큐멘터리사진의 달 최우수 포트폴리오 선정

2015 HIPA 파이널리스트

2016 소니월드포토그래피어워드 내셔널 어워드 수상

2018 소니 포트레이트 어워드 대상

2020 일우사진상 수상

 

전시

개인전 2013 지속되는 과도기, 2014 삼선쓰레빠블루스, 2015 CDAF 초청 전시 등 다수

단체전 11인의 스투디움 혹은 푼크툼전, 2011 2030청년작가전, 2014 경계와 소통 등 다수

 

출판

2015 삼선쓰레빠블루스(눈빛)

2021 입시연대기 2005-2020(류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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