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일의 우리동네 꽃동네 #9
안승일의 우리동네 꽃동네 #9
사진, 글 : 안승일
분홍노루발풀 | 꽃이 피어도 수줍어 아래를 향해 고개 숙인다.
열심히 봉오리를 아래에서 위로
부풀려 올라가는 모습이
참으로 장하고 이쁘다.
어느 날 백운봉 너머로부터 찾아온
봄바람이 이들의 귓가를 스치고 가면
어디까지가 꿈 속이고 또 어디까지가
현실의 세상인지 알 수가 없다.
봄은 그렇게 싱그럽게 살아 움직인다.
아직 한 번도
벌나비들에게 마음을 주거나
꿀을 빼앗긴 적이 없는 봉오리들.
박새들, 금매화들, 분홍노루발풀.
활짝 피어났을 때 보다
이제 막 피어나려 할 때가
더 신비한 꽃들이다.
피어날 때에는 내가 보는 데에서
활짝 피어 함빡 웃어주면 참 좋겠다.
나 안 볼 때 꽃잎 지면 나 마음 덜 아프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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