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김승곤의 사진읽기 - 다게르. 탕플대로

#25. 김승곤의 사진읽기 - 다게르. 탕플대로

사진 : 다게르, 탕플 대로(The Boulevard du Temple), 1838 or 1839

글 : 김승곤(사진평론가, SPC사진클럽 주임교수)

 

 

 

 

 

 

우리가 알고 있는 최초의 인류는 아담과 이브, 최초의 예술작품은 알타미라 동굴벽화, 최초의 우주비행사는 소련의 유리 가가린입니다. 그렇다면 인류의 역사상 최초로 사진에 기록된 사람은 누구일까요?


위 사진의 왼쪽 아래에 찍혀 있는 이름을 알 수 없는 남자(들)입니다. 다게르(Louis-Jacques-Mandé Daguerre, 1787-1851)가 1838년과 39년 사이에 찍은 것으로 알려진 사진인데요. 파리의 탕플 대로(the Boulevard du Temple)를 건물 위에서 내려다보며 찍은 이 사진에서 한 남자가 구두 통에 한쪽 다리를 올려놓고 구두를 닦고 있습니다.


많은 마차와 사람들이 오갔을 이 번화한 거리는 마치 무인의 거리처럼 텅 비어 있고, 오직 한 자리에서 오래 동안 구두를 닦고 있는 두 사람만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때는 사진을 찍으려면 적어도 10분에서 30분이라는 긴 노출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움직이는 것은 사진으로 찍을 수 없었답니다. 구두닦이가 끝나고 이 남자가 다시 두 줄로 늘어선 가로수 길을 따라 걸어나가기 시작하면, 이 죽은 듯 고요한 거리는 다시 분주히 오가는 마차와 사람들의 소리로 활기를 띄게 될 것처럼 보이지 않습니까?


1839년, 다게르가 발명한 사진술(daguerreotype)은 시간이 많이 걸렸을 뿐 아니라 상이 좌우 반대로 찍히고 단 한 장밖에 만들 수 없었지만, 아쳐 (Frederick Scott Archer)의 습판 콜로디온 방식이 등장하는 185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유행을 보였습니다. 다게르의 죽음(1851)과 함께 다게레오타이프의 시대도 막을 내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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