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일기쓰기 #8

쑥갓꽃 당신

· 사진, 글 : 김문경

 

아침에 텃밭에 나갔다가 노란 쑥갓 꽃이 피어있는 것이 예뻐서

전지가위로 톡톡 잘라 빈 플라스틱 통에 물을 담아 꽃아 보았다.
아이러니, 한 것은 이 꽃을 보려면 쑥갓이 웃자라기

전에 미리미리 따서 먹어야만 하는데

나의 게으름과 무관심 때문에 꽃을 보게 된 것이다.

하나님께서 게으른 자에게도 복을 내린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난, 자그마한 투명 플라스틱 통을

소박하고 예쁜 쑥갓 꽃병을 만들어 책상 위에 올려놓고

쑥갓 꽃을 바라보며 혼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얘야, 너 임자 잘 만났어!"


고호의 해바라기 그림보다,

후기 인상파 화가가 그린 멋진 크리스탈 꽃병에 꽃은 아름다운 정물화보다

내가 만든 꽃병의 쑥갓꽃이 나에겐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 그것 밖에 없으니까.. )


"네가 나에게 딱 좋아!"


또, 이렇게 노랗고 예쁜 쑥갓 꽃을 채소가 피운 꽃이라서

먹거리가 잘못된 것으로 알고 눈길을 주지 않았던 것이다.

난, 미안한 생각이 들어 쑥갓 꽃에게 이렇게 말했다.

"미안하다!
따서 먹고, 쌈싸 먹고, 무쳐먹고, 꼭꼭 씹어먹어도

네 꽃이 이렇게 예쁜 줄 몰랐었네!"

쑥갓 꽃을 보는 순간 마음에서 툭 튀어나온 말이었다.

그것은, 나의 무딘 감정 때문에 눈여겨 보지 않고

소흘이 지나쳤던 꽃에 대한 뉘우침도 조금은 들어있었다.

화가 블라맹크는 꽃을 화병에 담고 정물을 그릴때도

그가 보고 있는 아름다움이 곧 사라져 버릴 것 이라는 사실을 알기에

그림으로 남겨두려 했다고 한다.

나도, 내가 꺾은 쑥갓꽃을 내곁에 두고 좀더 오래 보고 싶었다.
블라맹크도 아내를 위하여 꽃병에 꽃힌 꽃그림을 완성하고

오랫동안 벽에 걸어 두고 싶었기 때문에 정물화를 그렸다.

정물화를 영어로 ' Still Life ' 라고 부르는 것도 그런 이유이다.

삶의 싱싱한 아름다움이 사라지지말고

지금 모습되로 있어 달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며칠 전, 블라맹크 전시회에 다녀와 구입한 화집을 보다가

내 마음에 쏙 들어오는 글과 화가가 그리는 정물화 속

사랑의 의미 마저 깨닫게 하는 글이 나의 눈길을 사로 잡았다.
1953년 블라맹크가 < 풍경과 사람 >이라는 글속에

그의 아내가 딴 꽃을 위해 그림을 그리는 것을 언급한 글을 소개하고 싶다.

 

"내 아내가 골동품 상점에서 나온다.
사기 꽃병을 샀다.

내일 그녀는 그 꽃병에 꽂아 둘 꽃을 딸 것이다.

이 꽃이 시들고 내가 그 꽃들의 시듦을 알아차릴 즈음,

오롯이 그 꽃들이 다시 내 자신만의 꽃다발로 켄버스에 옮겨 놓을 것이다."


난, 이 평범한 글이 내마음을 마구 흔들어 놓았다.

아내가, 좋아하는 것을 더 오랫동안 보여주고 싶어서

정물화를 그리는 화가가 나의 마음에 뜨거움을 느끼게 했다.

사랑이란 별것도 아니며,

아내를 위하여 한 번더 생각해 주고 배려해 주면 되는데,
블래맹크 때문에 종달새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 사기화병에 꽃아둔 꽃이

바로 블래맹크가 아내를 위해 그린 정물화이다. 

참, 예쁘다 !
아내가 사온 꽃병에 꽃은 꽃이 사랑을 흠뻑먹고 생기있게 피어나는 것만 같다.

이 그림과 글이 나에게 즐겁고 행복한 상상을 불러 이르키기 충분했다.
블라맹크가 골동품가개 밖에서 파이프 담배를 피우며

아내가 나오기를 여유있게 기다리는 모습을 머리속에 그려본다.

그리고, 아내와 함께 다정하게 집으로 돌아오며,

그녀가 화병에 꽃을 따서 꼿는 모습을 떠 올렸을 것이고,

사랑하는 아내가 오랬동안 그 꽃을 볼 수 있도록

정물화를 그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림의 모티브가 아내를 사랑하는 감정에서 왔다는 것을 생각하면

내마음도 평화스러워지고 따뜻해저온다.

내가 블라맹크로 부터 배워야 할 것이 바로 이런것 아니겠는가 ?

 

 

 

블라맹크의 모습도 꼭 황소같이 생겼는데

마음이 이렇게 고운사람임을 알게 된 것이다.
놀랄 만한 일은 나에게도 일어났다.
밭일을 나갔다가 돌아와 보니 아내도 식탁위에 똑같이 쑥갓꽃을 꽃아 놓은 것이 아닌가 ? !

 

 

" 여기 놓아도 예쁘네 ! "

" 예쁘지요 ? "

" 응, 당신 닮았어. "

우린 서로 바라보고 킥킥 웃었다.
[|^| 이랄까 ? 블라맹크와 그의 아내,
나와 나의 종달새를 생각하며 조용히 혼자 웃음 지어본다.

난 값비싼 대가들의 정물화를 소유하지 않았지만

마음속에 투명 플라스틱 병에 닮은 쑥갓꽃이 노랗게 빛나고 있다.
난, 쑥갓꽃을보며 다시 이렇게 말했다.

내가 널 꺽지 않았다면 넌, 나도 모르는 채로 시들었을 것이다.
외롭게 잊혀지며 쓸쓸히 사라졌을 것이다.
내가 너를 꺽어 내곁에 두었을때 넌, 나의 꽃으로 다시 피어났다. 

이렇게 읊고 나니 내 자신이 터프하고 하고 남성적으로 느껴졌다.

꺽어부러 ? ㅋ
플라스틱 투명 물통을 찍은 사진이 작품성이 있다고 한다면 소도 웃을 것이다.

하기야 내가 황소 띠 아닌가벼 ?!

그렇지만, 우리집 텃밭에서 쑥갓 꽃을 꺽어

이렇게 화병에 꽃아놓고 사진을 찍어보는 것도

나의 행복찾기 앞마당 나들이라고 말하고 싶다.
꼭 고급카메라로 멋진 작품만 찍는 다고 행복을 할 수 있을까 ?

그런데 운명의 작난으로 고급 카메라를 가지게 되었다.

그렇다면 더 큰 행복 찾기를 해야 되는 것 아닌가 ?

더 큰 행복찾기란 어떤 것일까 ?
" 이쁜 애인을 하나 만드는 것이지요 ? "
" 쉬잇 ~~ 이거 지금 생방중이야 ! "
제 글을 지금까지 읽어 주신분께 미안합니다 !
솔직히 제가 좋아하는 친구들의 지적, 감정적 수준이 거의 모두 저와 같습니다.

저도 쌤쌤, 도낀 개낀 , 도토리 키재기 지요.
예외가 딱 한 넘 있는데 스님된 넘 이죠 ?
모질고 독한넘이 중 된다고 들 하잖아요 ?!
어떻게 세상의 이쁜 것들 다두고,

사진 나들이도 안가고 절에 들어가 목탁만 두들기죠 ?
갸들도 어쩌면 목탁 두드리며 ,

"청담동 예쁜 보살 언제 오시나요, 부처님 ! "
하고 아미타 부처님께 도와 달라고 비는 지도 모르지요.
아이구 어쩌나 !

잠시, 정신줄이 출장 다녀왔습니다.

청담동 보살 생각하는 그 스님같이...
저도 사실은 불타는 불교신자 !

 

 


분위기를 학습적으로 바꾸기 위해 블라맹크의 또 다른 정물화를 올립니다.
블라맹크가 이렇게 말 했죠.
" 난, 대상이 현실적이면서도 내면적인 모습을 재탄생시킴으로써

내게 인상을 준 사물에 대한 느낌을 오롯이 표현하고 싶었다. "
참 멋진 표현 인것 같아요 !
우리가, 우리의 눈길을 끌은 피사체로 다가가서

꽃이던 이름모를 풀든이던 의미를 부여하고

그 대상이 우리들의 찍은 사진속에 오롯이 나타나면 얼마나 좋겠어요 ?
나의 글도, 우리 모두가 찍게 될 사진도 블라맹크의 생각처럼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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