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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2. 6. 01:11

#10. 김승곤의 사진읽기 - 렌즈는 유리창에 붙이고….

렌즈 메이커들은 최신의 소재나 기술을 구사해서 렌즈의 성능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입니다. 순도가 아주 높은 신소재로 만들어진 렌즈는 값도 비쌉니다. 그런데 여행할 때나 차로 이동할 때, 차창 밖으로 모처럼 절호의 장면에 마주쳐도 차를 멈추고 내려서 찍을 수 없는 경우가 많고, 그럴 때는 유리를 사이에 두고 찍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차창에 비친 반영이나 유리창 재질 때문에 깨끗한 사진을 얻을 수 없습니다. 도시의 거리에서 쇼윈도우에 비친 반영을 이용해서 추상적인 작품을 만들 수도 있지만, 차창은 유리의 투명도가 떨어지고 푸른 색이 돌거나 틴팅이 되어 있어서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찍으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습니다. 그래도 해외의 여행지를 자동차나 열차를 타고 돌아다니면서 ..

2017. 11. 29. 07:30

#9. 김승곤의 사진읽기 - 희고 밋밋한 석양?

요즘 디지털 카메라에는 색온도(White Balance)를 조절할 수 있는 설정이 달려 있습니다. 가령 석양을 받은 얼굴은 술 취한 도깨비처럼 붉게 나옵니다. 이럴 때 화이트 밸런스를 자동(AWB)으로 놓고 찍으면 얼굴 색이 ‘자연스런’ 색으로 재현됩니다. 하지만, 의도에 따라서는 일부러 색을 강조하거나 부자연스럽게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해질녘 바다나 산에 떨어지는 붉고 아름다운 석양은 항상 사람에게 대자연의 위대함을 느끼게 합니다. 하지만 이런 장면을 자동으로 놓고 찍으면 감동이 없는 밋밋한 사진이 되기 쉽습니다. 이럴 때는 오히려 화이트 밸런스의 그림(pictogram)을 ‘태양’이나 ‘구름’으로 설정해서 찍으면 석양의 붉은 색이 아름답게 재현됩니다. 노출을 약간 부족으로 보정해서 찍어보면 붉은 ..

2017. 11. 26. 10:37

#8. 김승곤의 사진읽기 - 빛의 물결을 뚫고 달리는 자동차

빠르게 움직이는 피사체를 찍은 사진의 상이 흔들리게 나와서 실패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세가 불안정했거나 셔터를 너무 급하게 눌러서 카메라가 흔들렸거나 셔터속도가 느려서 생기는 현상입니다. 카메라를 안정되게 잡으려면, 팔을 양 옆구리에 붙이고 찍거나, 목에 건 카메라 끈(스트랩)을 팽팽하게 당겨서 카메라를 안정시키거나, 테이블이나 벽 같은 기댈 곳이 있으면 팔이나 어깨를 기대고 찍으면 카메라를 안정되게 잡을 수 있습니다. 뷰파인더가 있는 카메라라면 이마에 카메라를 붙이고 찍으면 더욱 안정됩니다. 셔터 속도가 느릴 경우는, ISO 감도를 높여서 설정하거나, 가능한 한 조리개를 열고 셔터 속도를 빠르게 해서 찍으면 흔들림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하지만 이런 상의 흔들림을 반대로 표현에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

2017. 11. 20. 17:20

#7. 김승곤의 사진읽기 - 아니, 흰 눈이 칙칙한 회색으로?

대부분의 경우, 자동(A 또는 녹색 네모)이나 프로그램(P), 조리개 우선(AV), 셔터속도 우선(SV) 등의 모드로 설정해서 찍으면 카메라가 알아서 자동으로 노출을 결정해줍니다. 하지만 그럴 경우 사진이 너무 밝거나 너무 어둡게 나오는 수가 있습니다. 이것은 카메라의 노출 측정기구가 찍히는 장면을 항상 18%의 중성 회색이 되도록 계산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사람의 눈은 흰 종이는 형광등이나 촛불에서 보아도 흰 색으로 인식되지만, 카메라는 흰 눈이 덮인 설원도 검은 옷 색깔도 모두 이 18%의 회색으로 나오도록 처음부터 프로그밍이 되어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찍는 장면의 밝기나 광원에 따라서 노출 양을 조절해서 조금 더 많이 주거나 적게 주어야 하는 경우가 생기는 겁니다. 이것을 노출보정이라고..

2017. 11. 15. 11:16

#6. 김승곤의 사진읽기 - 화사하게 흩날리는 벚꽃을 찍으려면?

긴 겨울이 끝나고 개나리와 진달래, 벚꽃의 계절이 다시 찾아왔습니다. 진해 벚꽃은 지났지만, 4월 중순 무렵에는 여의도에서도 벚꽃이 연출하는 4월의 풍물시를 즐길 수 있습니다. 그 환상적인 장면을 찍어두려고 셔터를 눌렀지만, 그때의 감동이 카메라 모니터나 사진에서는 살아나지 않는 것을 보고 낙담하신 경험이 있을 겁니다. 그럴 때는, 꽃잎에 초점이 제대로 맞아 있는가, 너무 느린 셔터속도로 꽃이 흔들려서 흐릿하게 찍히지 않았는가, 흐린 하늘 배경에 흰색 꽃잎이 묻혀버리지 않았는가, 노출이 잘못 되지 않았는가 등을 먼저 체크해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화사한 꽃잎의 감동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검푸른 하늘이나 나무그늘 같은, 비교적 어두운 배경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햇살이 역광이나 피사체의 비스듬한 뒤쪽에서..

2017. 11. 14. 13:09

#5. 김승곤의 사진읽기 - 빛을 읽는 사람이 이기는 사람

물리적으로는 광선은 전자 방사 에너지의 일종에 지나지 않지만, 우리가 사물을 보거나 느끼는 것은 전적으로 이 광선에 의존되고 있습니다. 빛이나 공기는 너무 당연하게 존재하는 것이어서 아무도 그 가치나 효용성을 깊이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말할 것도 없이, 사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광선(그림자)입니다. 새벽의 숲에서 빼곡한 나무 사이로 쏟아지는 광망,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바다 위로 떨어지는 석양, 높은 산에 올라 눈앞에 펼쳐지는 스팩터클한 광경, 일상의 어떤 장면에서 조우하는 감동적인 순간들을 영원히 붙잡아 두기 위해서 사진을 찍습니다. 그러나 모니터나, 사진을 프린트해서 보면 그 감동을 느낄 수 없을 때가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것은 셔터를 누르기 전에 시간을 들여서 빛(그림자)을 느끼고..

2017. 11. 13. 08:00

#4. 김승곤의 사진읽기 - 일상의 주변에서부터

정작 카메라를 손에 들고 찍으려고 하면, 무엇을 어떻게 찍어야 할지 막막할 때가 있을 겁니다. 그럴 때는 자기 자신의 손이나 발 같은 신체의 일부, 유리창이나 거울에 비친 얼굴도 좋습니다. 닥치는 대로 찍어보십시오. 보통 면도할 때 말고는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기회가 많지 않지요. 주름진 아내의 손이나, 고사리같이 조그만 아이의 손을 자신의 손 위에 올려놓고 찍어보세요. 사진은 세상을 바라보는 도구이기도 하지만 자신을 돌아보는 도구라고 할까요, 자신과 가족과의 관계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들어 줍니다. 사진을 보는 사람이 “음, 참 잘 찍은 사진이군요. 찍는 솜씨가 아주 좋으시네요.”라거나, 혹은 “아니, 말씀드리기는 뭐 하지만, 사진이 좀 그러네요.”라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그..

2017. 11. 12. 09:57

#3. 김승곤의 사진읽기 - 가까운 곳에서부터

모처럼 편하게 시작하고 사진을 시작했는데, 노출이다, 구도다, 까다롭고 귀찮으시지요? 그럼 다른 건 생각하지 마시고, 실내 풍경이나 가족의 일상, 서쪽 빌딩 사이로 지는 해, 아파트 유리창 밖으로 흐르는 구름, 근처 공원에서 뛰노는 아이들, 길을 따라 걸어가는 사람의 뒷모습 같은, 그냥 가까운 곳에 있는 대상부터 우선 찍어보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특별한 장소를 찾아가서 찍으실 필요도 없습니다. 억지로 걸작 사진을 찍어보겠다는 생각을 머리에서 아예 지워버리십시오. 그리고 자신의 눈길이 가는 대상, 자신이 좋아하는 피사체를 찍어보도록 하십시오. 이 사진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었을 때 어떻게 생각할까 그런 것을 의식하지 말고, 이건 바로 내가 좋아하는 대상이니까, 그런 마음으로 찍는다면 그것이 바로 자신이..

2017. 11. 10. 09:30

#2. 김승곤의 사진읽기 - 옛날 생각을 고집할 것인가?

필름을 사용하던 아날로그 카메라가 디지털카메라 쪽으로 급속하게 이행되기 시작한 것이 1990년대 후반 들어서였고, 2004년 이후부터는 판매 대수에서 역전, 현재는 99.9%가 디지털 카메라로 바뀌었습니다. 나머지 0.1%도 필름 재고가 소진되는 수 년 안에 사라질 운명에 놓여 있습니다. 지금은 휴대전화에도 자동 카메라가 달려 있어서 누구나 간단히 사진을 찍을 수 있지만,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사정은 달랐습니다. 자동노출(AE)기구가 생기기 전까지는 노출을 제대로 맞추는 기법을 터득하는 데에만 몇 년이 걸렸답니다. 사진가에게는 시간과 경험과 ‘감’이 요구되었던 거지요. 옛날 사진가들이 한결같이 조금 까다로운 얼굴을 하고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인지 모릅니다. 카메라 자체가 아주 귀하기도 했고요. 사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