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일의 우리동네 꽃동네 #40

두메부추/박각시 | 박각시 작업 들어가는 중. 잠시 후 속잔치.

 


산꼭대기에서 여러날을 살아내려면
먹을거리가 큰 문제다. 먹고 살기가 힘든다.
겨울에는 그런대로 쉽다. 산이 냉장고니까.
돼지고기와 김치만 잔뜩 지고 올라가도 좋다.
눈을 녹여 김치찌개 날마다 해도 질리지 않는다.
요리하기도 아주 쉽다. 눈이 계속해서 내리면
좁은 텐트 속에서 김치전도 하고 만두도 빚는다.
눈이 개이기를 기다리며 요리를 즐긴다.


여름에는 모든 음식이 썩어서 어렵지만
빗물 받아 수제비나 칼국수까지도 해 먹는다.
북어대가리와 멸치로 육수를 낸다. 화학조미료 안 쓴다.
열흘쯤 안 씻은 손으로 음식 만드는 일도 나 혼자만 즐긴다.
다른 동무들은 침만 삼키고 구경만 한다.
사진은 나의 직업이고 요리는 나의 취미다.


백두산 전체가 청정한 나물밭이다.
두메부추뿐이 아니다. 뭐든지 다 뜯어 먹는다.
홍경천으로 차를 내리고 후식은 다래나 들쭉.
하늘나라에서 황혜성, 왕준련 천사님들 출장요리
오시면 몰라도 산 위에서는 안승춘이나 한복려보다
내가 더 요리를 잘 한다. 나는 얼마든지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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