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일의 우리동네 꽃동네 #42

붉은대민들레/상제나비 | 나비들은 상제가 없다. 곤충학자들은 마음대로 이름 달지마라.

 


어떤 카메라로 꽃을 찍으면 좋겠냐고
인생상담처럼 물어오는 사람들이 많다.
약간의 유리와 쇠붙이로 만들어진 기계.
카메라는 그냥 차가운 도구일 뿐이다.
그놈은 느낌도 없고 철학도 없다.
별 생각없이 카메라의 성능에 의존해서
기술로만 찍는 사진은 생명없는 사진이다.
사진, 어떻게 찍을 것인가? 그보다는
사진, 왜 찍는가? 그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박인식에게 물어보자. 내가 준 몽블랑이
그 멋진 글을 써주더냐고. 마찬가지다.
사진도 기계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인 것이다.


나는 아직 중형 카메라에 필름 넣어 꽃을 찍는다.
물론 소형 카메라에 비해 기능은 떨어진다.
대신에 고화질의 선명한 화면을 얻는다.
현상 후에 보는 맛도 시원스러워 좋다.


그래도 이번 봄부터는 나도 세월을 따라
돼지털 카메라를 한 대 구해야 할 것 같다.
급할 때 쓸 전기밥통 하나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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