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김승곤의 사진읽기 - ‘적정’은 무조건 좋은 것인가?

ⓒ 김선호

 

사진을 찍을 때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사항들, 알고 계시지요?

 

 1. 구도, 2. 초점, 3. 노출, 4. 색온도(화이트 밸런스), 5. ISO입니다. 번호는 붙여 놓았지만, 이 중 어느 것 하나가 잘못되어도 사진을 망치게 되니까 번호는 중요한 순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노출이나 색온도가 아무리 잘 맞았더라도 구도가 좋지 않거나 초점이 안 맞아 있으면 좋은 사진이라고 할 수 없겠지요. 또는 초점이 잘 맞이 있다고 할지라도 노출이 맞지 않았다면 결과는 마찬가지 실패입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노출이나 초점 같은 기술적인 문제들은 카메라가 전부 알아서 모든 것을 ‘적정’으로 만들어줍니다. 디지털이 되면서 웬만한 카메라에는 정도가 높은 AE(Auto Exposure), AF(Auto Focus), AW(Auto White-Balance) 같은 자동 기능들이 내장되어 있습니다. 사진가는 귀찮고 까다로운 작업에서 해방되어 오직 무엇을 찍을 것인가, 화면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에 만 전념할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참 좋은 세상입니다.


그래서 우선은 과학의 힘을 믿고 카메라에 모든 것을 맡겨서 찍어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액정 모니터로 바로 확인할 수 있으니까, 노출이 생각대로 나오지 않았다면 그때 가서 노출보정을 해서 다시 찍으면 됩니다. 그렇다고 첨단 과학기술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아무리 비싼 고성능 카메라일지라도 미리 설정된 광학적인 표준치에 따라서 ‘적정 노출’을 결정할 수 있을 뿐, 사진가 개개인의 취향이나 표현 의도 같은 것까지는 전혀 읽어내지 못합니다. 그래서 경우에 따라서는 카메라가 아니라 사진가 스스로가 경정해야 할 경우도 생기지요.


위 사진은 노출을 수동으로 해서 사진이 약간 어둡게 나오도록 찍었습니다. 카메라의 자동 기구에 맡겨서 찍었더라면 이 로맨틱한 야경도 대낮처럼 밝아지고 말았겠지요. 흔들린 사진, 초점이 안 맞은 사진, 노출을 극단적으로 많거나 적게 주고 찍은 사진, 수평선을 기울인 사진…, 의도적으로 ‘적정’에서 벗어난 사진을 추구하는 개성적인 사진가도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기본과 ‘적정’을 확실히 익히고 난 다음의 얘기이지만요.

 

글 : 김승곤(사진평론가, SPC사진클럽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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