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김승곤의 사진읽기 - 사진은 뺄셈?

 

창덕궁에 들어서면 위풍도 당당한 진선문이 오른쪽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멋지게 곡선을 이룬 기와지붕 위로 펼쳐진 10월의 하늘에 흰 뭉게구름이 떠있습니다. 화면 구도도 단정하고 교과서처럼 모범적인 사진입니다. 그런데 아깝게도 화면 네 귀퉁이에 렌즈 셰이드로 인해서 비네트(vignette)가 생겨버렸네요.

 

대개는 찍고자 하는 피사체를 화면의 중앙에 놓고 초점을 맞춰서 그대로 셔터를 누르는 것이 보통입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피사체이니까 거기에 신경을 쓰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영화 같은 데서도 주연배우만으로는 스토리가 꾸며지지 않는 것처럼 사진에서도 주역 못지 않게 조연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화면 구석구석을 아주 주의 깊게 살펴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요즘에는 성능이 좋은 줌 렌즈 하나만을 사용하는 사진가가 많은데요, 이때 주의해야 할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화각이 맞지 않는 셰이드를 달고 찍었을 때 생기는 비네팅 현상입니다. 사진을 ‘뺄셈’이라고 하지요. 파인더를 들여다 보면서 주제를 흐리게 만드는 불필요한 요소들을 화면에서 제외시켜나가기 때문에 생긴 말입니다. 여분의 것들을 빼면 뺄수록 사진의 주제가 강해집니다. 사람의 팔이나 나뭇가지가 어중간한 위치에서 잘려 있지 않았는지, 주역과 배경과는 균형을 잘 이루고 있는지 등도 꼼꼼히 체크해야 합니다.

 

디지털 카메라가 나오기 전에는 촬영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서 필름 현상과 프린트가 끝난 다음에야 어떻게 찍혔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지만, 요즘에는 셔터를 누른 다음에 바로 모니터로 결과를 확인해서, 만일 실패했다면 다시 찍을 수 있습니다. 찍은 다음, 모니터로 바로 바로 확인하는 습관도 실패를 줄이는 좋은 방법입니다.

 

글 : 김승곤(사진평론가, SPC사진클럽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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