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 김승곤의 사진읽기 - ‘토끼 눈’을 잡으려면

 

 

모처럼 온 가족이 모였습니다. 거실 소파 위에서 재롱을 떠는 손주 녀석이 너무 귀엽습니다. 얼른 카메라를 꺼내 와서 아기 눈높이에 맞춰서 사진을 찍습니다. 광량이 충분하지도 않고 아이의 움직임을 고정시키기 위해서 플래시를 썼습니다. 초점이나 노출도 잘 맞았고, 표정도 움직임도 아주 좋은 순간을 잘 잡았는데, 예쁜 아이 눈동자가 그만 토끼 눈처럼 빨갛게 나왔네요. 사진을 본 아이는 무섭다고 울음을 터뜨립니다. 혹시 그런 경험 없으십니까?

 

어두운 곳에서 정면을 향해서 갑자기 플래시를 터뜨리면, 활짝 열린 동공을 통해서 들어간 강한 빛이 망막에 분포된 모세혈관에 반사되어 눈동자가 빨갛게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사진에서는 이것을 적목 현상(red eye effect)이라고 부릅니다. 색깔은 다르지만 애완동물을 찍을 때에도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요즘의 콤팩트 카메라에는 대부분 약한 광선을 미리 몇 차례 터뜨려서 동공을 좁혀주는 적목 방지 모드가 내장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기능이 없는 고급 기종으로 찍는다면 다른 방법으로 ‘토끼 눈’을 방지해야겠지요.

 

피사체가 어른이라면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지 않게 하거나 찍기 직전에 밝은 곳을 바라보게 하거나 플래시를 미리 한 번 터뜨려서 눈동자를 좁혀준 다음에 셔터를 누르면 되지만, 아기를 찍을 때는 빛을 통과시키는 한 겹으로 한 티슈나 엷고 흰 손수건 같은 것으로 플래시 앞을 가리고 찍는 것이 요령입니다. 이렇게 하면 적목 현상을 방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빛이 부드럽게 확산되어서 얼굴의 형태나 피부의 질감도 훨씬 좋아진답니다. 아, 물론 포토샵에서 나중에 수정할 수는 있지만 뭐든지 처음부터 제대로 찍는 것이 베스트입니다.

 

※ 사진출처: http://en.wikipedia.org/wiki/Red-eye_effect

 

글 : 김승곤(사진평론가, SPC사진클럽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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