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 김승곤의 사진읽기 - 놓친 물고기는 항상 크다

ⓒ 김용흠

 

 

대여섯 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 아이가 거의 얼굴이 가려질 만큼 커다란 플라스틱 병정 인형을 들고 있습니다. 그 병정은 눈을 크게 부릅뜨고 총구를 위쪽으로 향해서 막 방아쇠를 당기려고 하고 있습니다. 마치 병정과 함께 방아쇠를 당기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인형 다리를 붙잡고 있는 여자 아이의 왼손 손가락에도 힘이 꽉 들어가 있습니다.

 

병정의 팔 사이로 보이는 커다란 눈망울로 보아서 무척 귀여울 것 같은데, 아쉽게도 인형이 얼굴을 가리고 있네요. 아마 낯 모르는 사진가가 카메라를 들여대니까 겸연쩍고 수줍어서이겠지요. 화면 왼쪽의 흰 색 파라솔과 붉은색 티셔츠, 그 옆의 관광객 무리, 같이 온 사람의 기념사진이라도 찍어주는 걸까요? 오른쪽의 여성이 절묘한 구성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지평선이 왼쪽으로 약간 기울어져 있지만 그것이 오히려 전체 화면에 생동감을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사진을 하는 사람들은 ‘셔터찬스’나 ‘결정적 순간’이라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그래서 한 자리에 앉아서 찬스의 여신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거나 붉은 저녁노을에 물든 아름다운 바다를 찍으려고 몇 시간씩 기다립니다. 운이 좋다면 그렇게 해서 회심의 한 장을 건지는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기다리는 것만으로 누구나 ‘걸작사진’을 찍을 수 있다면 참을성 많은 사람은 모두 훌륭한 사진가가 되어 있을 겁니다.

 

이른바 ‘셔터찬스’는 기다리거나 저쪽에서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사진가 자신이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그 장면에서 무언가를 느꼈다면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바로 셔터를 누를 수 있도록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겠지요. 한 컷만 찍고 돌아서는 것이 아니라 몇 장을 더 찍어두는 것도 찬스를 놓치지 않는 확률을 높여줄 것입니다. 놓친 물고기는 항상 큽니다. 사진가가 현장에서 느낀 감정이 보는 사람에게 확실하게 전해진다면 초점이 안 맞았거나 조금 흔들렸다고 해도 그것이 어디 흠이 되겠습니까?

 

글 : 김승곤(사진평론가, SPC사진클럽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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