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 김승곤의 사진읽기 - 노출에 교과서는 없다?

ⓒ 왕대열

 

 

요즘 카메라는 머리가 좋아서 노출, 초점 같은 모든 번잡한 일들을 모두 알아서 자동으로 맞춰준다고 합니다. 그런데 찍고 나서 보니 사진이 너무 어둡거나 너무 밝게 나온 것을 경험한 일이 있을 겁니다. 카메라 성능이 나빠서 그런 것이 아니라, 카메라에 내장된 노출계가 모든 장면을 평균 18%의 회색이 되도록 노출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눈부신 모래사장이나 흰 눈꽃을 찍으면 사진이 어둡고 칙칙한 회색으로 나오는 것도 그렇습니다. 노출계는 그 장면을 ‘흰’ 색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밝은’ 것으로 인식해서 셔터속도를 줄여줍니다. 반대로 장면의 대부분이 ‘검은’ 경우에도 ‘어두운’ 것으로 판단해서 노출 양을 늘려주는 것입니다.

 

이처럼 카메라가 노출을 과다/과소하게 주었을 때의 실패를 방지하기 위해서 대부분의 카메라에는 노출보정 기능이 내장되어 있습니다. 나중에 포토숍의 수정 소프트를 사용해서 밝기를 보정해주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포토숍으로 보정하면 화질이 떨어지고, 또 찍을 때 노출과다나 부족으로 아예 톤이나 색이 날아갔거나 까맣게 되어버린 경우는 어떤 방법으로도 구제할 길이 없습니다. 따라서 촬영할 때 가장 알맞은 노출을 주어서 찍는 것은 기본중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없을 때는 브라케팅이라고 하는 ‘보험’도 있습니다.

 

노출이 적정인지 어떤지는 히스토그램이나 액정화면을 보면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장면이 전체적으로 흰(밝은) 경우는 자동노출을 믿지 말고 처음부터 노출을 +쪽으로 보정해주거나, 전체적으로 검은(어두운) 경우라면 반대로 -쪽으로 보정해서 찍는 것이 안전합니다. 노출을 어느 정도 조절해줄 것인가는 전체 장면에서 차지하는 흰색이나 검은 색의 비율에 따라서 달라집니다. 대부분의 디지털 카메라는 -2스톱에서 +2스톱까지 노출을 보정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다만 조리개 우선 모드(A 또는 AV)로 설정해서 촬영할 때 노출을 +쪽으로 보정하면 셔터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에 손 흔들림에 주의해야 합니다. 또 셔터속도 우선(T 또는 SV)일 때 +나 -쪽으로 보정하면 조리개 값이 작아지거나 커진다는 것도 기억해야 합니다. 적정노출에 대해서는 정해진 기준도 없고 ‘모범 답안’도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자신의 표현의도에 맞는 노출이 최적의 노출이라고 할 수 있지요. 하지만 그것은 기본적인 적정노출을 얻어 놓은 다음에 생각해도 좋습니다.

 

글 : 김승곤(사진평론가, SPC사진클럽 주임교수)

TAGS.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