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김승곤의 사진읽기 - <파파라치>의 걸작사진

#26. 김승곤의 사진읽기 - <파파라치>의 걸작사진

사진 : Weegee, The Critic,NY,1943

글 : 김승곤(사진평론가, SPC사진클럽 주임교수)

 

 

 

 

 

 

 

이태리어로 집요하게 달려드는 날파리 같은 벌레를 ‘파파라쵸 (papara- zzo)’라고 한답니다. 배우나 정치인 같은 유명인들의 사생활을 찍어서 3류 신문이나 잡지 같은 데에 팔아 생계를 꾸려가는 ‘파파라치’도 거기서 나온 말이지요. 파파라치라면 먼저 머리에 떠오르는 것이 영국의 다이애나 왕세자 빈. 그리스 신화에서 수렵의 여신인 ‘다이애나’가 현실에서는 파파라치라고 불리는 사냥꾼들에게 희생되고 말았습니다. 사고현장에서는 중상을 입은 다이애나를 향해서 무려 9명의 파파라치들이 플래시를 터뜨리고 있었습니다. “Leave me…(날 좀 내버려둬요…)”. 그녀는 꺼져가는 의식 속에서 몇 번이나 호소했다고 합니다.

 

혹시 ‘위지’라는 이름 들어 보셨는지요? 바로 파파라치의 원조 격인 사진가 입니다. 1910년, 오스트리아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그의 본명은 우셔 팰릭 (Usher H. Fellig). 하지만 그냥 ‘위지’라고 불립니다. 종종 사건이 일어난 현 장에 경찰보다도 먼저 도착해 있는 그에게 “당신, 혹시 위자 보드(Ouija board, 옛날 중국인들이 점을 칠 때 사용하는 판)라도 갖고 있는 거 아냐?” 라고 경찰이 물었는데, 그 ‘위자’라는 발음이 ‘위지(Weegee)’로 바뀌어 불리 게 된 거랍니다. 물론 점쟁이는 아니고, 사실은 경찰들의 무선을 청취할 수 있는 수신기를 자신의 차에 달고 있었던 겁니다.

 

위지는 주로 유혈이 낭자한 살인 현장이나 스캔덜러스한 장면, 사건 현장에 몰려드는 구경꾼 같은, 요즘 말로 하면 ‘특종’ 사진들을 찍어서 잡지에 팔았습니다. 어느 파티에 참석하는 상류계급의 부인들을 남루한 코트를 걸친 한 여자가 잡아먹을 듯 날카로운 눈으로 노려보고 있는 장면을 잡은 위 사진은 그의 대표작 가운데 한 장입니다. 부유와 빈곤, 여기서는 우아와 추악, 교양과 무지, 빛과 어둠 등, 대립적인 요소들이 대비를 이루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종과 돈만을 노리는 요즘 파파라치들과는 달리, 그는 1940년대 뉴욕의 시대와 사회를 읽을 수 있는 수많은 걸작사진들을 남겨놓은 위대한 사진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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