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김승곤의 사진읽기 - 스타이켄의 초상사진

#23. 김승곤의 사진읽기 - 스타이켄의 초상사진

 

글 : 김승곤(사진평론가, SPC사진클럽 주임교수)

사진 : 에드워드 스타이켄

 

 

 

 

1901년, 필라델피아의 어느 갤러리에서 평론가가 말했습니다. “이 3장의 사진을 찍은 사진가는 앞으로 수년 안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사진가가 될 것 이다.” 그 3장의 사진을 찍은 것은 당시 무명의 에드워드 스타이켄(Edward Steichen, 1879~1973)이었습니다. 평론가의 예언대로 스타이켄은 그 후 패션과 광고사진, 르포르타쥬 등 모든 분야에서 위대한 업적들을 남겼습니다. 그의 명성은 2006년,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The Pond-Moonlight’(1904)라는 풍경사진이 290만 불에 낙찰된 것으로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스타이켄이라고 하면, 누구나 ‘인간가족(The Family of Man)’이라는 전시를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그가 뉴욕 근대미술관(MoMA) 사진부장으로 있던 1955년에 기획된 이 대규모 전시는전 세계 63개국 273명의 사진가들이 찍은 503점의 사진으로 구성된 대규모 순회전이었죠. 한국전쟁 4년 후인 1957년, 덕수궁에서 열린 이 전시는 우리 나라에서도 미증유의 관객을 동원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본령은 역시 포트레이트와 패션사진입니다. 선명하고 날카로운 초점과 극적인 광선, 뛰어난 개성 묘사, 빈틈없는 화면구성으로 찍은 찰리 채플린, 오규스트 러댕, 프랭클린 루즈벨트, 어네스트 헤밍웨이, 그레타 가르보 등 당시의 유명인들의 초상사진들은 이 분야에서 하나의 새로운 규범을 만들었습니다.

아래의 사진은 그 유명한 J. P. 모건의 설립자 모건입니다. 20세기 초, 미국 철도업의 1/3, 철강산업의 70%를 독점했던 모건은 금융가에서 ‘신들의 신’ 주피터라고 불렸답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전 세계의 금융을 지배했지요. 디테일을 생략하고 상반신만을 드러낸 대담한 라이팅, 가슴에 늘어뜨려진 회중시계줄과 카메라(사진가)를 노려보는 모건의 눈빛, 광선이 닿은 의자 손잡이가 마치 날카로운 비수처럼 보이네요. 스타이켄은 어떤 생각으로 이 초상사진을 찍었을까요? 모건 자신은 이 사진을 아주 싫어했답니다. 왜 그랬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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