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일기쓰기 #16

사진이야기 ㅡ 빅튜리 레스토랑

· 사진, 글 : 김문경

 

 

 

여행을 하다보면 우리가 보지 못했던 아름다운 풍경들이 나타 나기도 하며

경험하지 못한 어떤 새로운 것이 우리의 발걸음을 멈추게도 한다.

이럴 때 우리는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며 피사체를 붙들어 보려고 한다.
꼭 여행 뿐만이 아니라, 흘러가 버리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 시간의 강물 속에서

한 순간을 잠시 정지 시켜놓고 보고 싶어 하는 것이 심리적인 요구인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변화하는 시간의 한 순간을 날아가는 나비를 잡아

핀으로 콕 찔러 표본실로 데려가는 것은
생물시간의 학습에 도움이 될지는 모르지만
한 편으로 꽃들에게로 날아 가려는 나비의 삶과 꿈을 빼앗아 버린 것이다.


그러나, 카메라는 곧 사라져 버릴 것들을

셔터라는 시간정지 기능을 누르고 나비의 현란한 날개 짖을 정지 시켜 놓아도
나비는 기다리는 꽃들에게 날아 갈 것이며

고스란히 사진속에 나비의 아름다움을 남겨 놓을 것이다.

또, 시간이 흘러가도 그 사진을 통하여

우리는 다시 한번 나비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며 그 순간을 회상할 수 있을 것이다.


루왕 브라방을 여행하면서

전문적으로 사진을 찍는 사진작가와는 달리 조리개도 없고

툭 튀어나온 렌즈도 없는 스마트 폰으로
아름답거나, 정감스럽거나, 기억하고 싶은 장면들과 마주칠 때마다 스마트폰으로 눌러댔다.

큰 카메라를 들고, 거리를 조절하고,

빛의 밝기와 방항을 잡아 피사체를 찍는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가볍고 즉흥적인 헌팅이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카메라를 구입하기전의 이야기이다.


루앙 프랑이란 작은 도시는

남쪽 프랑스 건축양식과 라오스의 양식이 잘 어우러져

특색있는 건축물들과 사원들이 조화롭게 어울리는

아담하고 잘 다듬어진 도시였으며,

메콩강옆에 위치한 이 도시의 거리를 한 바퀴를 여유롭게 산책을 하려면 반나절이면 충분하다.

 

 

 

 

그러나, 이곳에서 라오스의 멋진 풍경과
원주민의 모습을 보고 카메라에 모두 담는 것은

짧은 여행기간 동안은 힘든 것이다.


" 이 곳의 풍경이나 원주민의 모습들을
전시된 사진을 통해 보면 좋을 텐데..."


다행이도, 루앙 프라방에도 사진이나 그림을 전시하는 겔러리들이 몇군데나 있었으며,
나는 이 포토 갤러리를 방문하여 전시된 사진과 그림속에서
라오스의 아름다움을 찾아 보려고 했다.

나의 생각과 기대는 빗나가지 않았다.


그 곳에는 스님의 명상을 주제로한 사진들과,

라오스의 풍경들, 원주민의 소박한 모습들이 담겨진 사진들이 전시되고 있었으며

명상하는 스님들의 사진에서는 깨트릴 수 없는 절대적인 어떤 고요함이 흘러 나왔고,

원주민의 모습에서는 티 없는 웃음과 얼굴에 넘치는 환희의 기쁨들을 볼 수 있었다.

 

 

 

 

게다가, 난 행운이라기 보다는 전생의 인연 때문이라 생각하지만,

이곳에서 만난 코이카의 닥터 조가 손미자씨가 운영하는

포토 겔러리가 있는 빅튜리 레스토랑으로 안내하여

우리들을 사진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지게 해 주었다.

이 있으면 길이 열리나 보다.


손여사는 여행중에 만난 네델란드 사진작가와 결혼하여
이곳에 예쁜 보금자리를 틀고 알콩달콩 살고 있는데

나의 눈길을 사로잡는 작품이 여러 점 걸려있었다.


모든 작품에 라오스의 멋진 풍경과 아름다운 모습들이 잘 담겨 있었으며,

때묻지 않은 자연과 인간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었다.


난, 빅튜리에 전시된 사진중에 유난히 나의 눈길을 끄는 작품이였으며

그 사진을 여행의 기념으로 구입하고 싶어서 네델란드 출신 사진작가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의 작품 한 장을 사고 싶습니다 "

라고 정중히 말하며

역광으로 찍은 메콩강의 풍경이 담긴 사진 한 장을 손으로 가르키며 가격을 물었다.

머뭇 머뭇히다가 그가 작품의 가격을 말했다.
잠시 나와 그 사이에 침묵이 흘렀지만

깨어버려야 할 침묵은 깨어 버리는 것이 났다고 생각하며 내가입을 열었다.


" As far as I know, there is no bargain in beauty.

아름다움의 값을 깍을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루에 US$10 짜리 잠을 자며 여행을 다니는
다음 여행을 위해 돈을 아껴야 하는 가난한 여행자 입니다.

그러나, 당신의 작품이 너무 좋아서 용기를 내어 말씀드립니다.
당신이 제시한 가격의 반을 드릴테니 나의 제안을 받아 주신다면 기쁘겠습니다. "

라고 또렷이 말했다. 또 다시 침묵이 흘렀다.


그가 나의 눈을 호기심이 많은 소년처럼 한참을 바라보다가 웃으면서 말했다.

 

 

 

 

 

 

 

 

 

 

" 나의 작품을 좋아하는 당신에게 작품을 건내는 것은 나에게도 기쁜 일입니다.

제가 여행 중에 손상되지 않도록 잘 포장 하여 드리겠습니다. "


" 감사합니다. 당신의 작품을 볼 때마다 이 사진을 찍는 당신의 멋진 모습을 떠올리게 될 겁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내가 열흘동안 게스트하우스에서 잠을 잘수 있는 가격이라
엄청난 가격으로 당신의 작품을 구입한 것이라 생각하고 기쁘게 생각하십시요 ! "

라고 떠듬떠듬 영어로 말했더니 푸른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기분좋은 웃음을 보여주었다.


어쩌면, 행운이였을지 모른다.

난, 사실 메콩- 어머니, 라는 강을 배경으로 한 멋진 사진 한 장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라오스에 오기 전부터 마음에 두고 있었다.

메콩 ! 이름만 들어도 가슴 설래이가는 어머니라는 이름의 강이기에 ...


선택한 그림 속에는 물이 불어난 메콩강을

아버지와 아들이 농기계를 타고 조심스럽게 귀가하고 있다.

아마 밭에 나갔다가 물이 갑자기 불어 버렸는 지도 모른다.


아들은 아버지의 어께 넘어로 불안한 듯 메콩강의 물살을 보고 있고,

어린 것을 뒤에 싣고 가는 젊은 아버지는 다소 긴장 한 듯 보인다.

어둑 어둑해지는 메콩은 희미해지는 빛을 받아 잔잔하게 흔들리고
석양의 마지막 햇살은 저녁 산안개를 뚫고 어머니의 치맛자락을 비춘다.


난 이사진을 보는 순간 멋진 사진이라 생각했으며 소유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난, 동시에, 아름다운 사진들 앞에 서서 어떤 질투심 같은 것이 생겨 났다.

남들은 렌즈를 길게도 몇번 짧게도 몇번 나왔다 들어갔다 하는

말 머시기 같은 굵은 줌렌즈를 가지고 다니며,

조리개를 벌렸다 오므렸다를 반복하며 벌건 대낮에 그 짓을 하고 다니는데,

나는 고작 셔터소리도 경망스러운 생쥐 거시기 같은 스마트폰을 손바닥안에 넣고

덩치에 어울리지않게 찰칵거리고 촐랑거리며 눌러대는 나의 모습이

이 화려한 자본주의 사회의 '싼 마이' 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싼 마이라는 말은 어디서 나왔을까 ?

혹시 값이 싸고 추리한 정장 윗도리를 입고 다니는 사람의 품격을

" 싼 마이 " 라고 하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나도 정장 윗도리도 다시 사야 되는데 ?


나에게 품격 같은 것이 필요 했던가 ?
막노동을 하는 사람과, 술마시고 기행을 일삼던 사람들과 격없이 어울리며 살아왔던 사람이

카메라의 품격을 운운한 내 자신이 좀 우스웠지만

아무튼 이번 기회에 카메라를 장만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리에 따라 렌즈를 길게 늘였다 줄였다 할 수 있고

조리개가 늘어나게도 오므리게도 할 수 있는

아담하고 예쁜 카메라를 가지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던 것이다.


" 카메라도 쌕시한데가 있는데 .... "

라는 생각을 내 생애 최초로 하게 된 것이다.
심리적으로 내 옆에서 반새기를 잠시도 쉬지않고 지지배배 하는 종달이가 있는 데도 불구하고

또 다른 다른 버꾹이를 원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내인생 최초로 나의 소유주에게 죄짓는 마음이 불쑥 들었다.

 

 

 

 

 

 

이런 잠재의식이 있기 때문에

갸날프고 예쁜 여인들도 엄청 크고 멋진 물건들을 옆에 끼고 다니며

예쁜 옷이 더러워 지는 것도 아랑곳 하지않고

이리 눞고 저리 딩굴며 멋진 작품을 것도 아랑곳 하지않고

이리 눞고 저리 딩굴며 멋진 작품을 사랑의 추억으로 남기려고 몸부림 치는 것은 아닌가 ? ㅋ


" 일단 바지에 흙이 뭍는 것을 두려워하지않는 예쁜 여인이라면 의심하여 보자 ! "


그러나, 르왕 프라방을 여행할때는 가진것이 스마트폰 밖에 없었으니까

기억하고 싶은 장면을 만날 때마다 기억의 증거를 위해 셔터를 누르고 또 누르는 수 밖에 없었다.


나는 네델란드 작가 에게서 구입한 사진을,
네발로 굴러다니는 나의 샘, 샘소나이트 여행백의 가슴속에 넣어,

방콕, 라차부리, 또 방콕을 거쳐가며 집으로 가지고 왔다.


난, 여독을 풀기위해 이틀 동안 푹쉬고 일어나
샘의 품안에 들은 사진을 들고 표구상으로 달려가서 액자를 만들었다. 정말 좋았다.
나의 사진도 꺼내어 보고 싶어 DP점으로 달려가

내 기억의 증거들을 스마트 폰에서 꺼내 보았다.

기억이 다시 살아난 것만 같았다.
난, 그중에 남겨놓고 싶은 기억들을 다시 액자속에 넣어

내가 비싼값을 치르고 산 사진과 함께 나란히 함께 걸어 놓을것이다.

현상은 만 이천원 들었는데 액자 값은 두개에 십만원 이었다.


흔한 꽃도 예쁜 화분에 심으면 예쁘다고
나의 사진도 아름다운 피사체를 앞에두고 셔터를 누르려 했던

나의 마음이 들어있는 사진들이라 예쁘고 보기 좋았다.

 

 

 

 

 

 

 

 

 

 

지난 밤에 꿈을 꾸었다.


구름들이 지나가며 메콩의 물결치마에 폭우를 뿌리려 했다.

난 소리치며 " 않되 ! " 하고 소스라치게 놀라 벌떡 일어 났다.

나는 꿈속에서 농기계를 타고 집으로 향하는 젊은 아버지와 아들이

갑자기 불어난 강물에 빠지지 않을까 메콩강가에 서서 지켜 보고 서 있었던 것이다.


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르왕 프라방, 큰부처, 가 시키는 대로

내 여행의 기록을 친구들에게 보여 주기 위해

새벽 3시에 일어나 기록하기 시작한것이다.

 

 

 

 

12윌 중순에는 보름동안 미안마로 고행하러 갈것이다.
새로 구입한 카메라로 좀 무게감 있게 찍어 볼것이다. ㅋ

 

 

'사진으로 일기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진으로 일기쓰기 #18  (0) 2017.12.29
사진으로 일기쓰기 #17  (0) 2017.12.28
사진으로 일기쓰기 #15  (0) 2017.12.25
사진으로 일기쓰기 #14  (0) 2017.12.21
사진으로 일기쓰기 #13  (0) 2017.12.20
TAGS.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