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안내] 김지연 - 감자꽃展
[전시안내] 김지연 - 감자꽃展
*장소 : 갤러리류가헌(서울특별시 종로구 청운동 113-3(자하문로 106)
*기간 : 2017.12.05 - 17
■사진과, 사진의 여백에 쓴 ‘감자꽃’ 같은 글
김지연 <감자꽃> 12월 5일부터 류가헌에서
“감자꽃은 아무 소용도 없어. 밑이 실허게 들려면 꽃을 따 버려야 혀” 하며 금숙 씨는 꽃을 몇 개 툭툭 따낸다. “헐 일 없으면 감자꽃이나 따.” … 나는 감자꽃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는 말에 충격을 받고는 감자꽃을 따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찌나 이쁘고 곱던지, 그냥 버리기가 아까워 감자꽃을 묶어서 부케처럼 만들어 할머니 손에 쥐어 주면서 사진을 찍자고 했다. 그이는 자주 웃지 않는 주름진 얼굴을 살며시 펴며 웃었다.
사진가 김지연의 사진 산문 <감자꽃>의 일부다. 사진가이자 전시기획자로, 또 계남정미소와 서학동사진관의 관장으로 짬이라곤 없을 것 같은 그이가 언제 글까지 썼을까. 사진을 하며 살아 온 삶의 여백에 틈틈이 글을 썼고, 이십여 년 간 찍어 온 사진들에 하나 씩의 산문을 덧댔다. 지난해 사진집 <놓다, 보다>를 통해 처음으로 내면의 말들을 사진으로 풀어냈던 작가가, 이번에는 ‘사진 산문’라는 이름을 붙여 그간 하지 않았거나 미처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펼쳐내는 것이다.
여러 전시와 사진집을 통해, 쓸모를 다하거나 소멸해가는 것들을 카메라에 담으며 김지연이 마주했을 수많은 삶과 사연들을 어림할 수는 있지만, 그가 만났던 이들의 이름과 생생한 문장, 그때의 감정을 모두 세세히 알기란 어려운 일이다. 아무짝에도 쓸모없지만 금숙 씨를 웃게 한 감자꽃과 꽃만큼 이쁘고 고운 금숙 씨도 사진 산문 <감자꽃>이 아니었다면 모르고 지나쳤을 것이다. 이렇게 사진 뒤로 흘러간 정답고 쓸쓸한, 결코 쓸모없지 않은 사물이, 사람이, 시간이 책 속에 기록되어 있다.
<감자꽃>의 책장을 넘기다 보면 김지연이 이어온 사진작업이 보이고 동시에 개인의 삶이 보이고 나아가 시대의 삶이 보인다. 일흔의 나이까지 정미소, 이발소, 근대화상회 등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들을 찾아다니는 사진가 김지연을 비롯하여 귀가 어두워서 남의 말은 듣지 않고 자기 말만 열심히 하는 김정출 씨, 흑백사진을 구식이라고 타박하던 이발사 동주 씨, 늘 골목 입구에 서서 우편물을 손에 들고 외치는 우체부 아저씨는 우리 옆에 있는 이웃이며, 공동체가 쇠락하는 시대를 겪어온 얼굴들이다.
시인 김영춘은 “생명을 귀하게 알고 기르는 일에 지극함을 다하는 일이 공동체의 알맹이라고 한다면 결국 우리는 생명에 대한 지극한 경지가 소멸하는 순간을 그의 사진을 통해 만나고 있다.”고 했다. 소멸해갔던 시간과 그 시간의 슬픔, 그리고 그 슬픔의 소중함을 읽는 것은 독자의 몫으로 남을 것이다.
김지연 사진 산문 <감자꽃>은 류가헌의 32번째 사진책전시지원으로, 12월 5일부터 17일까지 갤러리 류가헌에서 만나볼 수 있다.
※ 관련 출판 : http://iphoswebzine.tistory.com/103
■작가소개
김지연(金池蓮)은 사진가이자 전시기획자이다. 늦게 사진을 시작하면서 근대역사를 재조명하는 작업에 관심을 갖고 그 흔적과 과정을 담아 오고 있다. 서울예술전문대학교 연극과를 수료했고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영어영문과를 졸업하였다. 현재 공동체박물관 계남정미소 관장, 서학동사진관 관장이다. 「정미소」(2002) 「나는 이발소에 간다」(2004) 「근대화상회」(2010) 「낡은 방」(2012) 등 개인전 11회를 가졌고 「계남마을 사람들」(2006) 「전라북도 근대학교 100년사」(2010) 「용담댐, 그리고 10년의 세월」(2010) 「보따리」(2012) 등 25차례 전시기획을 했다. 사진집으로 『정미소와 작은 유산들』(2013) 『삼천 원의 식사』(2014) 『빈방에 서다』(2015) 등 10권이 있다. ■작업노트 오십에 사진을 시작했고 일흔에 이 책을 묶는다. 늙어서 무엇을 힘겹게 한다는 것이 억지 같기도 하다. 젊은 시절에는 산다는 것이 고통인 적이 있었다. 내 존재 자체가 불만이었고 세상이 모순투성이라고 생각했다. 사십을 넘으면서 ‘아, 이제는 돌이킬 수 없이 실패한 인생이 구나!’ 하고 절망했다. 오십에 사진을 시작하면서 부끄러웠다. 쓸데없는 일 같아서. 그래도 이십여 년간 해 온 사진은 내가 한일 중 잘한 일이었음을 고백한다.
세상에 대해서 던지고 싶은 질문과 답변을 내 방식으로 조금이나마 풀어 갈 수 있었다. 그러면서 생긴 여백을 글로 적어 보았다. 그것은 사진으로다 표현할 수 없었던 이야기가 아니라 젊은 날부터 내 길로 삼고 싶었던 글에 대한 미련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느새 다가온 일흔의 삶에 몇 줄의 글을 더하는 일이 조금 쑥스러운 마음이 든다. - 2017년 10월 ■전시작 이미지
#2 김지연. 근대화상회 연작 중. 전북 진안. 2009
#3 김지연. 나는 이발소에 간다 연작 중. 전북 김제. 2004
#4 김지연. 낡은방 연작 중. 전북 진안. 2010
#5 김지연. 놓다보다 연작, 창포. 전주. 2014
#6 김지연. 묏동 연작 중. 제주도. 2005 [사진전] 김지연 - 감자꽃展 *장소 : 류가헌(서울특별시 종로구 청운동 113-3(자하문로 106) *기간 : 2017.12.05 - 17 *문의 : 02-720-2010 / rygah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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