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안내] 이기완 - 느린나무展

[전시안내] 이기완 - 느린나무展

* 장소 : 갤러리 사진적

* 기간 : 2021/05/05 - 30

 

 

 

 

느린나무 인터뷰

 

 

충남 예산군 예당 저수지의 홀로 서있는 왕버들나무를 2004년부터 17년 동안 찍었다. 한 나무를 긴 호흡으로 담아냈다. 잠시 쉼표를 찍으며, 작가 이기완은 사진을 통해 느린 나무, 자신을 이야기한다.

 

 

- 사진은 어떻게 찍게 되셨나요?

사진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만나던 사람 때문이었어요. 당시 즉석카메라가 있었는데, 그 사람을 찍어주었어요. 독특하게 찍었던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사진을 찍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죠. 우연한 기회에 카메라를 사게 되어서 취미생활이 되었어요.

 

- 책 제목이 느린 나무인데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요?

주변 사람들이 삶의 속도가 다르다고 이야기했어요. 다른 사람들과 달리 느리게 보였나 봐요. 삶의 속도가 느린 사람이 나무를 찍어 느린 나무가 되었어요.

 

- 왜 한 나무를 찍으셨나요?

낯설게 보이는 것을 발견하고 싶었는데, 그 나무에게서 안보이던 게 보였어요.

당시 친구들이 하나 둘씩 살던 곳을 떠나 타지로 나갔어요. 그때 혼자 시간을 많이 보냈는데, 외롭더라고요. 외롭다고 느껴질 때 사진을 찍었어요. 사진의 나무는 버드나무의 한 종으로 왕버들나무에요. 버드나무는 군락을 이루는 나무인데, 이 왕버들나무는 한 그루만 있는 거에요. 나 같다고 생각했어요. 취미이자 놀이였죠.

사진으로 이야기할 때, 시대에 맞춰 특정 장소나 문제에 대해 조명하며 현상을 담아내는 것 같아요. 저는 특별한 현상보다, 한 대상을 찍었어요. 물론 한 그루의 나무를 찍는 건 한계가 많았죠. 환경에 영향을 받기도 했고, 기승전결의 서사를 보여줄 수 있을까? 대상이기 때문에 서사 자체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다고 느꼈어요. 하지만 한 대상을 지속적으로 관찰하면서 나 자체를 다양한 부분에서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한 인간의 내적 성장에 초점을 맞췄죠.

 

- 작은 것을 통해 큰 것을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미시적인 접근이네요.

원래 결과나 과정보다는 시작이나 원인에 관심에 많아요. 큰 것을 바꾸기 보단, 나를 바꾸고 싶었어요. 원인에 점진적으로 퍼즐을 맞추다 보니 나를 바라보는 것으로 귀결되었어요. 사진도 처음에 찍었던 나무와 지금이 많이 달라요. 저 자신에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거든요. 나무는 같은데, 나의 시선과 표현이 바뀐 것 같아요. 나를 제대로 마주하며 변화했던 것 같아요. 변화하다 보면 되려 본바탕 그대로 처음의 온전한 상태가 되는 것 같아요.

 

- ‘대상을 통해 나를 마주한다는 종교적 철학이 깃든 것 같아요.

저는 종교는 없지만, 같은 카테고리라고 생각해요. 예술이 지향하는 것이 종교의 역할인 것 같아요. 종교는 신으로부터 받은 수동적 행위라면, 예술은 능동적 행위라고 생각해요.

보통 알려주지도 않고, 자기 자신을 마주하는 방법을 제대로 알지 못해요. 상처 입은 사람들에게는 마취가 아닌 치료가 필요해요. 나를 마주하는 건 나를 치료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나만큼 나의 상처를 잘 아는 대상도 없어요. 내 상처를 내가 보고 싶었고, 원인을 찾고 싶었어요. 내가 정말 무엇을 원하는지 근본적인 욕망을 회피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리고 지속적으로 나에 대한 재배치를 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관계가 어떻게 형성되었는가 하는 생각들이에요. 요즘은 어느 정도 재배치가 되었는지, 사진이 깔끔하다고 느껴져요. 현상에 흔들리지 않고, 제자리를 찾아가는 게 아주 조금은 빨라진 것 같아요. 언젠가 노련한 상태를 꿈꾸며 연습 중이에요.

 

- (한 대상을 바라보던) 지나간 시간과 앞으로의 시간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제 3자의 입장에서 보면 속도가 보이지만, 나의 속도는 체감하기가 어려워요. 일단, 버틴 것 만으로 잘했다고 생각해요. 매 순간 포기할까 고민했거든요. 차선이 없는데, 차선을 찾으며 불안해했고, 그럼에도 버틴 나 자신에게 고생했다고 이야기해주고 싶어요. 입체적으로 보면 다양해지고, 다양해지다 보면 소수가 되요. 결국 대상은 각자 단독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진과 삶이 일치하고, 작품과 사람이 동일하길 바라며 좋지 않은 부분들도 사진에 넣었어요. 사진의 나무는 지금 내 삶의 지점을 알려주는 대상이에요. 앞으로도 같은 대상을 계속 찍을 거고, 변화해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느린나무 평론 - 박이찬

 

왕버드나무 한그루가 15년 지기 친구인 사진가.

 

자연의 일부로 존재하는 인간은 언제나 자연 안에서 자연을 동경해 오면서 자연에 대해 질문하고 자연을 통해 답을 얻고 그 답을 통해 자신을 치유해 왔다. 그러면서 자연과의 추억을 기억하며, 행복을 경험해 왔다.

 

인간은 자연을 통해 얻은 경험을 미적으로 표현해 왔다.

이처럼 자연은 인간의 예술적 창작 활동의 원천이 되어 왔고 자연은 미적 표현의 여러 가지 시각적 고민과 다양한 표현의 첫 번째 소재가 되어 왔다.

 

자연이 자연스럽지 않고 자유스럽지 않는다면 그것은 더는 자연이 아니다. 복잡성을 진화시키고, 문명을 건설하고, 우리의 미래를 상상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겠지만 사람의 지나친 관심과 소유로 자연이 변화할 때 자연은 자연이 아닌 게 되는 것이다. 자연은 스스로 자유로울 때 자연스러움이고 그 풍경을 통해 인간이 바라보는 미적 아름다움의 자연스러움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눈으로 본 자연의 모습들은 자연에 대한 깊은 애정에서 출발하여 각각의 소재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교감으로 인간 사이에서 보지 못하는 내면의 깊숙한 교감을 느끼고 접하게 된다.

 

여기, 예당저수지 물가에 왕버드나무 한그루가 있다. 이 왕버드나무의 15년 지기 친구가 사진가 이기완이다. 그의 나이 스물네 살 어느 날 이기완은 왕버드나무와 첫 만남을 갖는다.

 

작가는 스스로 생각에서 한그루의 왕버드나무를 통해 발견되는 개념으로 유기적 형태로 반영된 자연의 질서를 말하는데 이는 자연에 간섭 없는 관찰에서 비롯한다. 작가는 왕버드나무의 15년간의 성장과 계절별 변화를 관찰하며, 구름과 바람과도 친구이기도 한 왕버드나무의 움직임, 물의 움직임, 구름의 움직임이 함께 관찰되고 있다. 이 관찰의 창의적인 결과는 관계 맺음의 즐거움이며 동시대 미술이 표현하고자 하는 결과물이 아닌 과정의 기록으로 표현된다. 현대 미술의 경향은 예술가 자신의 독창성과 창조성을 중시하며 자신만의 개성과 독특한 표현에 따라 다양한 창조 활동으로 심미적 가치를 추구하려는 예술가의 활동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일상처럼 관찰할 때 다수의 이해를 얻기는 어렵겠지만 작가만의 식별할 수 있는 코드와 유기적 표현구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자연계와 인간의 영혼을 끊임없이 경외하고, 놀라게 하고, 영감을 주는 그 고유의 능력은 이러한 놀라운 예술작품을 통해 번역되는 과정에서 작가 이기완은 자연 일부분인 인간으로서 존재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자 하는 본능적 의도를 하고 있다. 이러한 표현 욕망은 외적 표현이 아닌 내면적 표현으로 뻗어 나가 자연계와 관계로 확대되는 반면, 그것은 또한 풍경과 대화를 향해 안쪽표현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내적 형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개념화하고 있다.

 

서양의 기계예술인 사진술의 영향을 받은 한국사진은 시대를 거치면서 우리만의 사진의 경향을 확립해 왔겠지만, 이 본질적 표현 스타일은 큰 맥락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기완은 동시대의 가치를 반영하면서 적응하는 동시에 친구이자 한 그루의 나무에 불과한 왕버드나무와 관계하며 대화하며 그만의 표현미학에도 충실히 하고 있다. 동시대 사진표현에 있어서 불편한 질문을 제시하고 있으며 그만의 대안을 느린나무로 답하고 있다박이찬 (사진매체 편집자)

 

 

 

 

<작가노트>

 

지금 이 자리에서 나는

무엇을 보고 싶어 하는지, 어떤 욕망이 있는지,

어떤 인정욕구를 갈구하고 있는지.

 

어쩌면 나는 이곳에서 과거에 얽매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니면 현재 이곳에 실존하는 존재성을 갖추고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를 나무를 통해 바라본다.

 

그리하여 나무는 삶의 전체를 보여주는 거울이고

자기 비판적 사고의 원천이기도 하다.

 

내게는 느린 나무는 지식과 지혜, 배움,

다양한 경험들과 감정들이다.

이를 사진으로 담아낸다는 행위는 지금까지

어떤 경험들을 통해 어떠한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느껴 왔느냐에 대한 총합의 이미지(결과).

 

- 사진가 이기완

 

 

<작가 프로필>

 

2010 나무를 전시하다 -공간 루 갤러리(서울)

2011 Trace 5인전 -공간 루 갤러리(서울)

2012 느린''-정동 갤러리(서울)

2014 시선의 체온 -배다리 갤러리(인천)

2015 winter story 단체전 -갤러리 바이올렛(서울)

2015 생각하는 사진 단체전 -갤러리 류가헌(서울)

2018 kintex art asia 참여 (코닝 기업 지원작가 선정)

2019 INBETWEEN ART GALLERY 단체전(프랑스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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