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안내] 박상찬 - 먼지展

[전시안내] 박상찬 - 먼지展

* 장소 : 갤러리 사진적

* 기간 : 2020.02.04 - 03.01

 

 

 

 

 

 

 

박상찬의 <먼지> 사진전을 추천하는 글

 

은하계 너머엔 무엇이 있을까요? 은하와 대우주, 과연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요,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을 상상한 건 과학자들일까요, 예술가들일까요?

 

먼지를 자세히 들여다봅니다.’ 그 행동을 해 본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요. 우리 생활공간 곳곳에 켜켜이 쌓인 먼지, 혹은 덕지덕지 붙은 먼지, 그 먼지를 털어 내거나 닦아버리는 사람은 많아도 먼지가 살아있다고 생각하고 느끼고 교감해 본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여기 박상찬이란 중년의 생물학 강사 그리고 현대음악단체 프로젝트21앤드대표, 그 이가 사진기의 렌즈를 통해 수년 간 먼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친구로 삼고 이야기를 나누고 식구로 생각하고 같이 살아온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 먼지의 시간들을 사진으로 그려 자신의 말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먼지가 살아있습니다. 지구의 탄생이후 수억만 년 동안 수수억의 각기 다른 생명체들이 이 지구에 살았거나 살고 있다면 분명 먼지도 그 생명체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 사람, 그가 박상찬씨인 것 같습니다.

유기질(有機質/organic matter/생물체처럼 전체를 구성하고 있는 각 부분이 서로 밀접하게 관련을 가지고 있다)에 대해 조금의 상식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유기 반응(organic reaction)에 대해서도 이해가 될 일, 사람이 살아가는 사이 생겨나는 수많은 먼지 속 유기물체들은 그 속에서 미세반응을 일으키며 시간이 흐름에 따라 또 다른 모습을 나타냅니다. ‘먼지도 모이면 큰 산이 된다.’는 우리 속담 하나가 떠오르는 상황입니다.

 

이쯤에서 우리는 노래 한 곡이 떠오를 수도 있습니다. “내 조그만 공간속에 추억만 쌓이고, 까닭모를 눈물만이 아른 거리네. 작은 가슴 모두 모두어, 시를 써 봐도 모자란 당신, 먼지가 되어 날아가야지, 바람에 날려 당신 곁으로....” 가수 김광석의 먼지가 되어란 노래 말입니다. 생물학 박사인 박상찬씨가 현대음악단체 대표를 맡고 있는 현실, 그리고 그가 손에 든 사진기로 바라보는 먼지라는 피사체와의 교감. 먼지가 그린 그림을 그대로 복사해 내놓은 사진이 아니라 그 속에서 다시 자신 만의 이야기를 써 내듯 한 컷 한 컷 찍어낸 사진들. 그 사진들을 보며 다시 박상찬씨의 속내를 들여다보니 융통합의 시대에 걸맞는 시선을 갖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 같고 그렇게 열린 눈으로 바라본 먼지의 그림은 마치 성화같기도 합니다. 그의 노력과 성찰에 따른 결과인 것 같습니다.

 

대상 의존적 매체인 사진은 어떤 대상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흥미롭기도 하고 진부해지기도 합니다. 먼지가 아주 흥미로운 자신의 파사체가 될 거라 생각한 박상찬씨는 어쩌면 먼지들이 오랜 세월 그곳에 쌓인 이유가 무엇일까를 고민했을 것이며,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먼지들이 미래에 전하는 암호를 해독해우리들에게 전하고자 이 작업을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이 그려낸 사진 이미지를 통해...

 

그 말이 생명인지, ‘교감인지 아니면 또 다른 어떤 말인지는 작가에게 직접 물어야겠지만 그가 그려낸 우주의 기운이 은연 중 제게 평온함을 전하고 있습니다.

 

202024일 봄이 오는 날. 강 재 훈(사진가, 강재훈 사진사숙 연구원장)

 

 

 

 

[작업노트]

 

먼지 (혹은 먼지가 내려앉아)

 

우리 집의 냉장고가 자리 잡은 쪽에는 큰 창문이 있고 또 그 너머에는 나무 몇 그루에서 뻗어 나온 가지가 창문 쪽에 닿을 듯이 뻗어 있었다.

거실에 있는 큰 유리창 너머에도 그리고 공부방이라 불리는 곳의 유리창 너머에도 나무들과 다른 아파트들이 있었지만, 저녁 햇빛이 쏟아져 들어오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사는 곳 주위 제법 큰 빌라들의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는 통로 위에 설치된 유리창에도,

아파트 단지마다 있는 쓰레기 분리수거대 위 유리창에도, 또 셔틀버스 정류장 위 유리창에도 빛이 비추이면 어김없이 그들의 형체는 빛나거나 그 모습을 내게 드러내었다.

 

늘 그랬듯이 물을 마시다가 바라본 창 표면 위 빛나는 작은 알갱이들에 내 눈길이 멈추었던 것도 그리고 내가 다가가 눈길로 어루만졌던 것도 이제는 고요했던 한 순간으로 기억한다.

 

왜 그때, 먼저 돌아가신 사람들이- 친가와 외가의 할머니들이, 장모님과 장인어른이, 그리고 사촌 남동생이 내게 여러 이미지로 떠올랐는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이 빛을 받아 내 쪽으로 다가올 때마다, 그 사람들과 과거의 무엇으로 맺혀있던 내 속의 것들을 비추고 있다는 것 또한 알게 되었다.

 

희미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강하게 옭아매고 있는

짧은 시간 동안만 함께 할 수밖에 없었는데도 여전히 내가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를 정하고 있는

당연히 지금도 함께 있을 줄 알았는데 여전히 없어서 하늘만 바라보는

 

빛바래고 낡아지길 그러나 지금도 여전히 선명한

더 알 수 있었기를 그래도 지금은 남겨진 그 조각들이 있기에

지금도 이곳에 있기를 그래서 그런지 지금은 언제든지 떠 올릴 수 있는 존재로 변화되었기에

 

 

 

땅의 흙(혹은 땅의 먼지)으로 사람을 짓고 하느님이 코에 생기(혹은 생명의 숨)를 불어넣어 생명체가 되었다가 마침내는 다시 흙(혹은 땅의 먼지)으로 돌아간다는 성서 창세기의 이야기1, 2)를 기독인이 아니더라도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적확한 과학적 사실들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 살고 있더라도 나이 들어 죽은 후에 먼지로 돌아간다는 사실은 해결하지 못한 숙제처럼 내게 남아 있었다. 이 사실에 대해 나는 더 생각해보기를 회피하였다. 그리고 생명 죽음에 대한 나의 감정 경험이 여전히 서툴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먼지를 따라가며 찍은 나의 사진들은 죽음에 대해 혹은 죽어 형체가 사라진 것들에 대한 내 단상들이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더 말해본다면 그 먼지들이 뭉쳐 다시 여러 모습으로 나타날 때 나는 감정적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앞으로 이 먼지를 따라가는 작업은 계속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죽음의 어두운 모습에 빠져들지도 혹은 죽음이 새로운 생명과 이어지는 모습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여전히 스스로 경험하고 느껴야만 알아채는 나는 그런 사람일 뿐이다.

 

시인 나희덕은 말처럼 달리고 있는 말들을 붙잡아 메어 자기 말을 만들고, 그리고 그것을 떠나보내고 다시 돌아온 그것을 받아내면서, 이제 그것들이 흩어지는 시간을 감당해야 함을 노래하였다.3) 앞으로도 사진기를 든 내게 허락된 순간들을 잡아내어 그 사진들을 전시한 후 전시장을 떠나올 때까지 그 책임을 감당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또 먼지와 관련되어 포착된 사진들과 나는 서로 상호작용을 할 것이고, 그 과정을 통해 도약하는 내가 되기를 또한 바래본다.

 

 

202024(입춘. 마침 내 봄이 왔다) 박상찬

 

 

=============================================================================

1)

유진 피터슨, 쉬운 성경 & MESSAGE 한영성경, 아가페, 2006, 창세기 27, p2

그 때, 여호와 하나님께서 땅의 흙으로 사람을 지으셨습니다. 그리고 사람의 코에 생명을 불어 넣으시니, 사람이 생명체가 되었습니다.’

 

2)

유진 피터슨, 쉬운 성경 & MESSAGE 한영성경, 아가페, 2006, 창세기 319, p5

너는 먹기 위하여 얼굴에 땀을 흘리고, 열심히 일하다가 마침내 흙으로 돌아갈 것이다. 이는 네가 흙으로 지음을 받았기 때문이다.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다.’

 

3)

나희덕,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나희덕 시집, 문학과 지성사, 2014, p18

 

 

-----------------------------------

 

 

 

 

 

 

 

 

 

 

[작가 프로필]

 

박상찬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나 자랐다. 2016년 한겨레교육문화센터 강재훈사진학교 59기를 수료한 후 현재까지 강재훈사진사숙 연구원으로 사진을 공부하고 있다. 현재 생물학 강사로 그리고 현대음악단체 프로젝트21앤드대표로 일하고 있다.

 

개인전

2020 먼지 / 갤러리 사진적

 

단체전

2019 사진집단 포토청 분단 70년의 표상경인 미술관

2018 사진집단 포토청 생가 / BIRTHPLACE’ 경인 미술관

2017 사진집단 포토청 경인 미술관

2017 사진집단 포토청 촛불항쟁 기록 사진전 우리는 촛불을 들었다토포하우스 갤러리

TAGS.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