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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 29. 11:00

안승일의 우리동네 꽃동네 #55

앵초 | 돌 틈에서 꽃은 참 이쁘게도 피워냈다. 백두산에서 만난 어떤 사진작가 선생. 지가 백두산 몇번씩이나 왔다고 자랑이다. 두견호텔에 삼박사일 묵고 좀이 쑤셔 이제는 더 찍을 게 없다고 돌아가던 그를 나는 안다. 여권의 도장 숫자나 세고 있는 한심한 분들아. 여러 번 다녀가는 게 자랑이 아니다. 나는 산 아랫동네에 집 사놓고 살아버린다. 나는 산에 들어가면 한 달이고 두 달이고 산에 살아버린다. 산이 좋다. 산에 사는 게 좋다. 세상에 나가면 사는 방법도 서툴다. 몸도 마음도 산에 길들여져 산이 편하다. 열몇 번을 왔대거나 몇 년을 살았대거나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자랑이 아니다. 사진쟁이는 사진으로 말해야 한다. 짧은 시간에 좋은 사진을 내놓는 것도 자랑이다. 그런데 번갯불에 콩을 구워 먹을 수 ..

2018. 7. 2. 08:30

안승일의 우리동네 꽃동네 #25

앵초 | 약간은 탐욕스럽게 보인다. 앵초─. 약간은 탐욕스럽게 보인다. 키 작은 담자리꽃나무들을 제치고 우뚝 선 모습이 조금은 잘난 체 하는 듯 같은 앵초라도 환경에 따라 꽃 모양이 다르다. 동물이나 인간들처럼 꽃들도 뿌리 내리는 토질이나 위치에 따라 조금씩은 다른 모양, 다른 색, 다른 생각일 수도 있다. 꽃들은 동물이나 곤충들처럼 제 마음대로 움직일 수가 없어 씨가 떨어지는 자리에 싹을 틔워, 순종하고 적응하며 살아간다. 인간이 부모와 자식을 선택할 수 있다면 서로를 선택해야 하는 어려움과 서로를 바꿀 수 있는 어려움까지 겹쳐서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더 힘겨운 삶을 살겠지. 가정법원도 훨씬 더 바빠지겠지. 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웠던 내 엄마, 내 아버지. 저 세상으로 나는 내 엄마, 아버지 찾아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