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안내] 전해리 - 당신이 필요한 여행展
[전시안내] 전해리 - 당신이 필요한 여행展
* 장소 : 류가헌 2관(지하 1층)
* 기간 : 2024년 8월 27일(화) ~ 9월 8일(일)
* 오프닝 : 8월 31일(토) 오후 4시 30분
* 작가와의 만남 : 9월 1일(일), 8일(일) 오후 2시
삶의 퍼즐을 맞추는, 그때 그 모습
전해리 사진전 <당신이 필요한 여행>, 8월 27일부터 류가헌
‘글을 하고, 사진을 이야기합니다’
스무 살 무렵, 여행 작가로 데뷔하겠다는 열다섯 살의 꿈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 낯선 곳으로 여행을 가는 일에 마음이 떨렸다. 그곳에서 시선을 끌어당기는 대상과 조화의 순간을 사진으로 찍는 일에 점점 욕심이생겼고, 여정에서 일어난 사건과 감정을 끈질기게 글로 적었다.
서른을 눈앞에 둔 지금, 전해리라는 이름 앞에는 ‘작가’ ‘사진가’ ‘여행가’가 수식어로 자리한다. 지난 13년을 여행하며 사진을 찍고 글을 쓴 후, 세 종의 책을 동시에 출간한 것이다. 2023년 9월 13일에 출간된 여행에세이 <당신이 필요한 여행>을 비롯해 수상록 <바닥을 높이는 연습>, 단편소설 <순>이 그것이다.
전해리의 출판된 책과 동명으로 펼쳐 보이는 이번 전시 <당신이 필요한 여행>은 사진가로서의 전해리가 대중과 만나는 시간이다. 2015년부터 호주와 일본을 여행하며 찍었던 다양한 풍경과 인물 사진 50여 점이 작가와 함께 관람객을 맞는다.
호주의 도시 멜번이 노란색 꽃과 보라색 꽃으로 표상되기도 하고, 건물 구석에 놓인 작은 사물이 고독으로 치환된다. 익숙한 해변 풍경이 결코 반복될 수 없는 고유한 순간으로 포착되어 있다. 풍경과 사물 외에도 ‘캔디드 포토(candid photo)’ 형식으로 촬영한 인물사진들이 함께다. 캔디드 포토는 연출을 가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모습 그대로 촬영하는 인물사진 기법이다. 사람들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는 예술가 등 다채로운 인물들이 ‘어떻게 할지는 당신에게 달렸다’ ‘어디로 가야 할까’ 등 아포리즘 같은 제목들과 어우러진다.
“무엇이 나를 사진 찍게 만들었을까요. 사진이 나에게 도리어 질문합니다. ‘나를 남긴 당신은 누구입니까?’ 그럼 나는 나를 알기 위해 사진을 들여다봅니다. 그 장소에서 머물렀던 숨결, 놀랐던 감정, 신선한 관점이 압착되어 있습니다. 금방이라도 버스커의 음악이, 파도처럼 출렁이는 사람들과 나뭇잎이, 날 향한 눈동자가 움직일 것 같습니다. 나는 ‘그때 그 모습’을 다시 손끝으로 감각할 수 있게 됐습니다. 내 인생의 퍼즐이 드디어 맞춰졌습니다.”
전해리 작가가 말하는, 사진 작업의 이유다.
전시는 8월 27일부터 종로구 청운동 사진위주 갤러리 류가헌 2관에서 시작되며, 전시 기간 동안 내내 작가가 도슨트로서 관람객을 맞는다. 9월 1일과 8일 일요일 오후 2시에는 별도로 ‘글 쓰고 사진 찍고 여행하는’ 전해리 작가의 이야기를 심도 있게 듣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작가와의 만남>이 이어진다.
전시 문의 : 류가헌 02-720-2010
◎ 작가 소개 : 전해리
마음을 흔드는 글을 합니다. 사진을 이야기합니다. 해처럼 빛나리. 바다(海)만큼 이로우리(利). ‘전’부’해’내’리’. 서정성과 실험성을 바탕으로 시, 수필, 소설, 시나리오처럼 글의 형식을 아우르고, 여행, 인생, 음악, 영화, 음식 등 글의 주제를 특유의 표현력과 사고력으로 넘나듭니다. 이러한 글을 예술로 변주하는데, 그 첫 예술이 사진입니다. 글이 제 관점을 묘사한다면, 사진은 제 시선을 표현합니다. 즉 글이라는 구상을 갖기 위해 시선을 어디, 무엇에 두어야 하는지 사진 촬영으로 실감했습니다. 그러한 촬영의 결과물인 사진은 곧 시선이 포착한 시각적 사실이고, 그 형상에서 진실을 보여주고 또 사람으로 하여금 즉각적 감성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사진에 대한 욕심이 생겼습니다. 모든 예술은 유기적 관계 안에 있고, 세상 및 삶에 유기적인 예술가가 되려고 합니다.
◎ 작업 노트
인간의 시절이 책의 한 장이 되고, 그 한 장이 되는 이 시절을 마침내 사진으로 인쇄합니다.
여행을 가서 셔터를 눌렀을 때 비로소 꿈의 유리창이 깨지고 현실로 들어섰습니다. 사진을 찍을 때 나는 사진이란 존재를 몰랐을 테지만, 사진을 찍는 것의 정의가 기계적인 움직임이 아니라 오래 굳었던 영혼의 각성이라면 나는 이때 분명 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여행에서 나는 이제 떠납니다. 이 여행에서 떠나는 이유는 무릇 사람이 여행을 가는 이유와 같습니다.
이로써 이 여행은 과거에 속하게 됩니다. 하지만 여행을 뒤로할지언정 인간은 뒤를 자꾸만 돌아보는 존재지요. 그곳에는 현재가 아닌 여행이 유일하게 남긴 물리적 흔적인 사진만이 보입니다. 나는 그 사진이 왜인지 낯설고, 말랑했던 공기가 단단하게 굳은 ‘그때 그 모습’이 낯섭니다. 사진을 찍느라 어쩌면 놓친 찰나가 바로 이런 모습이었을까요. 그 한순간을 나는 평생 알 수 없는데, 나에게 남은 건 오직 사진뿐입니다. 이 사진이 나에게 이릅니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어야 한다고. 한 번 더 용기냈어야 한다고. 다시 한번 들여다 보았어야 한다고. 잠시라도 걸음을 멈췄어야 한다고. 마지막으로 뒤돌았어야 한다고. 사진을 찍느라 놓쳤던 찰나는 이런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당신이 사진에서 본 모습은 다 사진이 만든 겁니다. ‘찰칵’ 하던 순간 인간으로서 나는 그 순간을 영영 잃었겠지만, 작가는 남기는 존재임이 나에게 대신 들어섰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왜 하필 그 순간 셔터를 눌렀을까요. 다시 말해, 무엇이 나를 사진 찍게 만들었을까요. 사진이 나에게 도리어 질문합니다: “나를 남긴 당신은 누구입니까?” 그럼 나는 나를 알기 위해 사진을 들여다 봅니다. 그 장소에서 머물렀던 숨결, 놀랐던 감정, 신선한 관점이 압착되어 있습니다. 금방이라도 버스커의 음악이, 파도처럼 출렁이는 사람들과 나뭇잎이, 날 향한 눈동자가 움직일 것 같습니다. 나는 사진이라는 존재를 세상에 남기기 위해 여행을 떠난 것입니다. 그리고 이 사진을 세상에 보여주고파 인쇄했습니다. 나는 ‘그때 그 모습’을 다시 손 끝으로 감각할 수 있게 됐습니다. 내 인생의 퍼즐이 드디어 맞춰졌습니다.
언제나 생생할 겁니다, 나를 가르는 햇살에 셔터를 본능적으로 눌러 날인하는, 날 인식(認識)하던 순간이. 여행은 나를 떠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전시회 <당신이 필요한 여행>은 또 하나의 여행입니다.
앞으로 어떤 여행이 필요하게 될지 알 수 없으나, 그 낯섦 속에서 나를 잊길, 그 낯섦 속에서 나를 기억하길.
그 찬란함 속에서 나를 잃길, 그 찬란함 속에서 나를 찾길.
부디.
'전시 안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시안내] 이서현 - 그녀의 지표展 (0) | 2024.08.24 |
---|---|
[전시안내] 김미경 - 별스럽지 않은 풍경展 (1) | 2024.08.24 |
[전시안내] 임향자 사진전 - 신화(神話)展 (3) | 2024.02.16 |
[전시안내] 윤길중 - 나무, 살아내다展 (0) | 2024.02.16 |
[전시안내] 난다 - <로망사진관> 프로젝트 : 미지인의 초상展 (0) | 2024.02.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