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김승곤의 사진읽기 - 청초하고 화사한 코스모스

 

 

그 끈질긴 장마와 폭염도 계절의 변화에는 어쩔 수 없었나 봅니다. 아침저녁 공기가 제법 선선해졌고, 하늘은 푸른 가을 빛이 가득합니다. 가을이 되면 맨 먼저 생각나는 것이 코스모스. 장미나 튤립도 예쁘지만, 진달래나 코스모스처럼 화순이 얇은 꽃이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아마 연약함에 대한 연민 때문일 겁니다. 상처받기 쉬운 것은 그만큼 더 순수하게 보이기도 하고요. 라틴어의 ‘질서 잡힌 우주’라는 어원을 가진 이 꽃의 꽃말은 ‘소녀의 순결한 사랑’이랍니다. 왜 그런 꽃말이 생겼는지 납득이 가지요?

 

멕시코가 원산지라고 하지만, 우리나라의 푸른 가을하늘에 제일 잘 어울리는 꽃입니다. 시골의 길섶에 핀 화사한 코스모스를 보면서 ‘아, 카메라를 가지고 나왔더라면…’하고 후회한 적 있으시지요? 금년 성묘 때는 그런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카메라를 꼭 챙겨가시기 바랍니다. 코스모스를 찍을 때 몇 가지 염두에 두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먼저 그 중에서 제일 예쁜 꽃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고, 그 꽃이 가장 예쁘게 보이도록 화면구도를 잡습니다. 가능하다면 긴 렌즈의 조리개를 활짝 열고 배경을 흐리게(단순화)해서 찍습니다. 물론 순광보다는 꽃잎이 투명하게 보이게 하는 역광이 훨씬 좋지요.

 

한낮보다는 새벽이나 오후 늦은 시간대의 컬러가 아름답고요. 초망원 렌즈를 가지고 있다면 석양을 꽃 뒤에 직접 넣고 찍어보는 것도 좋겠지요. 만일 광각렌즈로 찍는다면,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서 다양한 각도로 찍어봅니다. 플래시를 터뜨리면, 뜻밖의 초현실적이고 극적인 광경이 출현된답니다. 가을의 정취를 물씬 풍기는 코스모스.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뒤에 가느다란 줄기가 꺾여버리는 수도 있는데요. 하지만 며칠 후에는 꺾인 아래쪽 줄기에서 다시 새 줄기가 나와 예쁜 꽃을 피우는 것을 봅니다. 아름답고 연약해 보이는 모습과는 달리, 코스모스는 의외로 강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는 꽃입니다.

 

글 : 김승곤(사진평론가, SPC사진클럽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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