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김승곤의 사진읽기 - 하얀색 촛불?

ⓒ 송재현

 

 

달콤한 잠에서 빠져 나와 바닷가로 나갑니다.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은 해안에는 벌써 커다란 망원렌즈가 달린 카메라를 삼각대에 받치고 사진가들이 바다 쪽을향해서 늘어서 있습니다. 수평선 끝 쪽이 점점 붉어지는가 싶더니 이윽고 태양이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탄성과 함께 여기저기서 셔터소리가 들립니다. 붉은 색으로 아름답게 물들어가는 하늘. 이 짧은 순간의 감동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서 여기 온 것입니다.

 

그런데 왠 일입니까? 찍고 나서 보니 하늘의 붉은 색이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말았네요. 그러고 보니 입술을 모아서 생일 케이크에 꽂힌 촛불을 끄려는 아이를 찍은 기념사진도 이처럼 허옇게 나온 적이 있지요. 원인은 색온도(Color Temperature) 입니다. 사람 눈은 태양 아래서도 그늘 속에서도 전등불 밑에서도 흰 종이를 흰색으로 봅니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측정해보면 광선의 종류(색온도)에 따라서 흰 종이가 전혀 다른 색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디지털 카메라에 내장된 자동 화이트 밸런스(AWB, Auto White Balance)는 사람의 눈처럼 어느 색온도에서나 흰색이 희게 보이도록 색온도를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기능입니다. 그래서 촛불이나 석양을 붉게 나오게 하려면 카메라의 화이트 밸런스를 자동으로 놓지 말고 가령 3000이나 5000˚K 정도로 높게 설정해주어야 합니다. 보통 촛불은 2000˚K(켈빈도), 백열전구는 2800˚K, 형광등은 4200˚K, 대낮의 태양은 5500˚K, 흐린 날은 6500˚K, 갠 날의 그늘 속은 7500˚K 전후이고, 맑은 창공은 12000˚K까지 올라갑니다. 따라서 이 컬러 밸런스를 조절하면, 노을의 붉은색이나 하늘의 푸른색을 표현의도에 따라 더 붉거나 파랗게 만들 수가 있습니다.

글 : 김승곤(사진평론가, SPC사진클럽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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