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김승곤의 사진읽기 - 정지된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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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한 줄로 늘어서서 찍은 기념사진을 나중에 보면 모두 무언가 마음에 안 든다는 듯한 표정들을 하고 있습니다. 그 중 한 사람이 재치 있는 농담으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는 경우도 있지만, 왜 그런지 이럴 때 타이밍을 제대로 잡는 사진가는 정말 드뭅니다. 대개는 우물쭈물 하다가 사람들 얼굴에서 웃음이 걷히고, 다시 딱딱하고 어색한 표정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리기라도 했던 것처럼 뒤늦게 셔터를 누르지요. 여러분은 물론 안 그러시겠지요? 

  

아무튼, 이 사진은 통영의 산토리니로 불리는 동피랑이라고 하는 동네에서 잡은 한 컷입니다. 화사한 꽃 그림이 그려진 연초록 담벼락을 배경으로 아홉 명의 지긋하신 어른들이 조금은 계면쩍은 듯한 얼굴로 색다른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한 분은 손을 들까 말까 아직도 망설이고 있습니다. 다소 어색하고 썰렁한 기분과, 확정되지 않은 시간이 모두의 가슴 속을 잠시 스치고 지나갑니다. 그런 미묘한 감정의 움직임이 이 사진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사진 말고 어떤 것이 이런 순간을 불변하는 모습으로 영원히 붙잡아둘 수 있겠습니까. 

  

그래도 사진에 찍힌 사람들은 무척 즐거운 표정을 하고 있습니다. 뒤쪽에 Eco-Campus이나 삼촌집 같은 글씨들이 보입니다. 포즈도 시선도 제각각 다르고, 어떤 사람은 손이나 카메라에 가려져서 아예 얼굴이 보이지도 않습니다. 카메라를 목에 걸거나 손에 들고 있는 것으로 보아 적어도 단체로 촬영여행 오셨다는 것을 누가 보아도 단박 알아볼 수 있습니다. 오늘 저녁에는 또 어떤 즐거운 일이 이 카메라 여행자들을 기다리고 있을까요? 

 

글 : 김승곤(사진평론가, SPC사진클럽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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