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일의 우리동네 꽃동네 #6

안승일의 우리동네 꽃동네 #6

사진, 글 : 안승일

 

 

 

 

혼인 기념 사진 | 스물일곱 살 신랑, 새색시는 열일곱.(1945년)

 

 

내 어머니, 열일곱에 혼인해서 첫번째 맞는
시아버님 생신에 씨암탉을 잡았다.
닭 익는 냄새로 온 집안이 향기로웠다.
설설 끓는 물에 헤엄치던 허연 닭고기 사이로
무언가가 휘뜩 뒤집어지는 게 눈에 들어왔다.
그 똥집을 아무 생각 없이 건져 올렸다.
내 어머니는 아직 뜨거워 잘 씹지도 못한 채 꿀꺽 삼켰다. 목
구멍이 뜨끔했다. 그보다 가슴이 더 미어지는듯 했다.
무언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생각에 두렵고 서러워
눈물이 주르룩 흘러 내렸다. 참을 수가 없었다.


그때 사랑에서 나오시던 아버님이 부엌에 대고
“얘야, 내 소주 한 잔 하게 똥집 먼저 건져라.
그건 너무 익으면 질기고 맛이 없어진단다. ”


하늘이 무너지는듯 머리는 어지럽고 아뜩했다.
앞마당 우물에라도 뛰어들어야 할 것 같았다.


대동아전쟁 말기. 기름짜고난 깻묵도 귀했던 시절
뒷산의 소나무 속껍질도 벗겨 먹여야 했던 시절


술지게미까지 끓여먹던 허기진 시절.
부잣집에서 째지게도 가난한 집으로 시집온
어리디어린 새색시 뱃속엔 내가 보채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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