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일의 우리동네 꽃동네 #5

안승일의 우리동네 꽃동네 #5

사진, 글 : 안승일

 

 

쌍동바람꽃 | 봄이 이제 막 시작되던 어느날….

 

 

한 이 년쯤 꽃을 찍었는데 사진이 안 되더라고
그래서 꽃은 포기하고 다시 산이나 찍겠다고
성룡수란 놈이 내게 와서 하소연이다.


야, 이놈아. 꽃도 못 찍는 놈이 산을 어떻게 찍냐!
꽃잎에 내리는 작은 빛깔도 색깔도 못 느끼면서
어찌 큰 산의 빛과 그림자를 살필 수 있겠니.
꽃 하나 찍을 재간도 없는 놈이 만든 산사진이
그 사진이 얼마나 엉터리이고 꼴사납겠느냐.
그래도 다행이다. 제가 찍은 그 사진들이
사진이 되지 못한다는 걸 일찌감치 알 수 있었으니
수십 년 산으로 들로 헤매고 찍은 제 사진이
사진이 아니라는 걸 평생 모르는 놈들 허다한데…


꽃을 사진찍겠다고 마음 먹었을 때
먼저 꽃을 알고 사진을 시작했더라면
2년이란 세월을 헛되이 하지는 않았을 걸….


이제 또 카메라 들고 청맹과니로 산에 간다면
산도 꽃도 모르고 평생을 헤메고 다닌다해도
네 마음 속에 사진은 절대로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사진은 그렇게 해서 되는 게 아니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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