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일기쓰기 #27

자작나무 시인들과 ...

· 사진, 글 : 김문경

 

 

♡♡♡


흩날리는 눈속으로
은빛 바람이 휘파람을
불며 숲으로 온다.
눈내리는 소리가
비단 스치는 소리로 들릴 때 
한 사나이가 눈 맞은 자작나무를 안아보며
스스로 자작나무가 되는 꿈을 꾼다.


황금빛 태양이
금발머리 러시아여인의 눈에
사랑불을 붙히는 소리
'자작 자작' 들려오고
잎새도 없는 겨울 자작나무에 기대어
겨울 아침의 고요속에
깨끗한 영혼들이 읊어 주는
침묵의 하얀 시를 읽고 있었다.


♡♡♡

 


난, 인제의 박인화 문학관을 나오며
시인의 방황벽과
시인들의 삶에 대한 부러움과 더불어
회의감이 교차했다.


인생은 덧없는 상상 이라고...


박인환은 에세닌의 바바리 코트와
스카프를 두르고 저 멀리서 다가왔고
항상 고호의 사이프러스 나무 머리
스타일을 한 백석은 외투도 입지 않고
더블 블레이저 자켓에 넥타이 까지 메고는
우스꽝스런 당나귀 위에
자야인지, 나타샤인지
쌕씨한 여인을 태우고 자작나무 숲으로
뒤뚱뒤뚱 올라오는 것이 아닌가.

 

 

 


에세닌은 어젯밤 러시아항공 기내에서
보드카를 과음 했는지 지쳐있는 모습으로
비틀 거리며 올라오고 있었다.


교주 에세닌은
모스크바의 목로주점을
안방같이 들락 거렸고,
명동의 최고의 미남들인 백석과 박인환은
에세닌을 흠모하며 명동의 모나리자,
동방싸롱, 포엠 등등 술집들을 돌며
나팔 대신 위스키병을 불고 다녔다.


이번 기회에 時空을 초월하여
시인들을 모두 친구로 삼기로 했다.
세 명 모두 엄청나게
술을 좋아하는 친구지만,
나도 그 나이엔 한 가닥 했었다.


에세닌은 보드카를
백석과 박인환은
스카치 위스키를 좋아했다.
백석 시인도 소주를 즐겨 마셨지만
주머니 사정이 좋으면
스카치 위스키 마시기를 즐겨했다.


에세닌은 밤을 세위가며
셀녁까지 밤거리의 여인들에게
詩를 읽어주며
불한당들과 보드카를 들며
그리운 고향을 생각하기도,
방황하는 그 자신을 책망도 하며
데카당틱한  詩들을 읊었다.


"내 늙은 개는 오래 전에 죽어버렸다.
구불구불한 모스크바의
길거리에서 죽는 것은
아무래도 내 운명인 성싶다."

 

 

 


백석은 "나 취했노라" 라는 시에서
그의 친구 노리다께 가스오를 생각하며


"나 취했노라
나 오래된 스카치 위스키에 취했노라
나 슬픔에 취했노라
나 행복해 진다는 생각에
또한 불행해진다는 생각에 취했노라
나 이 밤의 허무한 인생에 대해 취했노라."

 

 

 


인제 출신,박인환은 집에
쌀이 떨어진 것을 알면서도
명동의 술집을 헤메고 방황하며
술로 허무함을 달래며 시를 썼다.


"두 개의 바위틈을 지나
청춘을 찾는 뱀과도 같이
눈을 뜨고 한 잔의 술을 마셔야 한다.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그저 낡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서러워
우리는 떠나는 것인가."


난, 인제 자작나무숲을 여행하기 앞서
백석 시인을 마음 속에 품고 왔었지
박인환은 마음 속에 넣어두질 않았었다.


그러나, 러시아의 친구
세르게이 에세닌의 시집 한 권을
배낭 속에 푹 찔러 넣고 온 것이
인연이 되었는지
인제의 박인환 문학관을 들렸을때,
문학관 내부에 그가 살아생전 즐겨다녔던
포엠이라는 술집을
관람객을 위해 전시용으로 만들어 놓았는데
벽에는 그가 생전에
에세닌이 입었던 옷이라고 허풍을 떨었던
검정 더블 블레이저 자킷과
베이지색의 코트와 스카프가
전시용으로 걸려 었었다.


녹음기는 계속 해서
"난 여름이 싫어 통속해서,
겨울이 와야 에세닌이 입던 코트에
스카프도 걸쳐보지 !
바로 이 것은 에세닌이 입던 코트야,
스카프도..."


그는 너무나 에세닌을 흠모했고
그의 옷을 입고 그와 같은 시를 쓰기를
갈망했었나 보다.
난, 젊은 나이에 고향을 떠나
도시에서 방황하며
쓰러져간 친구들에게
따뜻한 동정심이 일어났다.


"와우~ 설마!?
박인환 시인의 영혼이
내 배낭속의 에세닌 시집을 보았단 말인가?
그리고 에세닌이 <개의 노래> 를 낭독할때
에세닌, M 고리키,
나도 함께 울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을까 ?"

 

 

 


대학시절 "목마와 숙녀" 라는
박인환이의 시를
노트에 정성껏 써놓고
술집에만 가면 친구들에게
그 시를 마치 내가 쓴것 처럼
줄줄 외웠던 기억이 또렷하게 떠오른다.


난, 에세닌, 박인환, 백석을 모두 초청하여
이 친구들이 구경도 못했을
"조니위커 블루"를 서너 너뎃병을
허풍을 떨며 시켜서
룸싸롱의 화려한 테이블 위에 놓고
아예 술집 셔터를 내려 놓고
詩를 위해 술을 마시며, 방황하며,
죽어 갔던 통 큰 친구들과
누가 먼저 죽는지
스카치 위스키로 한 판 붙어보고 싶었다.


언더락스 말고, 스트레이트로...


"그럴 자격이 있냐고?"
"물론 있지!"
"어떤 자격?"


"조니위커 블루 서너댓 병이 장난이냐?
친구들이 살던 시대에는
블랙은 커녕 레드도 마시기 힘든 시대였어.
글구 벤드까지 동원하여 음악깔고
줄 없는 마이크로
詩낭송은 물론 노래까지 한단다.
친구들 옆에는 쭉쭉빵빵
탈렌트급 미녀들을 데려다
친구들의 품속에 감기게 해 주면 돼!
난, 친구들의 쓴 詩를 모두 읽어 봐서
친구들의 마음을 너무 잘 알아."

 

 

 


"누가 오는데 ... ?"


"쉿, 조용히 해, 누가 들을라!
맨발의 무용수 이자도라 던컨,
경성 최고 쌕시 여인
고전 무용 잘 추는 마담 짜야,
최초로 '세월이 가면' 을 노래한
나애심을 초대하여 노래를 시키고
박인희씨를 특별히 초청하여
시를 낭송하게 할꺼야!"


"갸들은 마누라는 없나?"


"너, 완전 쑥맥이군...
갸들은 자신의 명성을 높히려고
꼭 세상에 소문난 여인들만 옆에 달구 다녀.
브랜드 네임만 있으면
남이 좀 사용한 중고품들이라도
아주 좋아하지.
지미가 후나를 좋아하듯
옆에 붙어 다니고 싶어하지.
한강에 돛배 지나간, 여인들은
갸들 옆에 있으면
다시 처녀가 되는 줄 알고
죽자살자 옆에 붙어 다니는 싶어하걸랑!"


"그럼, 갸들 오리지날 마누라는..."


"김세고, 날세고, 한 많은 세상
떨어지는 눈물만 세고 산단다.
그 생각만 하면, 술에 취한 척하고
그 친구들 머리통을
한 방씩 후려치고 싶지만..."


"욕쟁이 우리 엄니 말을 빌리면,
터진 아가리로 말은 잘 하지만,
인물값도 못하고 주둥이만 살아
여자만 후려놓고는
나 몰라라 책임 안지는 넘들이
詩人라더라. "


난, 이렇게 말을 하고 보니
남의 삶을 짖밟고 찬란히 이름을 남긴
시인들이 불쌍하게 보였고
문학사에 위대한 발자취를 남간 거물들을
산골 촌넘이 이렇다 저렇다 하는 자신이
좀 거시기 하기는 했지만 할 말은 하고 싶었다.


천재시인 에세닌은
1925년 12월 27일 그의 유고
< 잘있거라, 벗들이여 >를
호텔에 잉크가 없어
피로 메모첩에 적어
친구에게 건내고는
그날 밤 목을 메고
30세의 나이로 삶을 마감했지.


에세닌을 흠모하던 인환이는
명동의 술집을 누비며
시를 쓰고 노래를 부르며
꽃피기 전에 외상값을 갚겠다더니
1956년 3월 20일 돈이 없어
스프링코트도 찾지 못하고
무거운 겨울 코트를 그대로 입은 채로
31세의 젊은 나이로 술이 만취하여
숨을 거두었단다.
그가 평소에 흠모했던 에세닌보다
일 년정도 더 살았지.


민족대표 서정시인 백석이는
자야와 작별한후
만주벌판을 헤메고 다니다 월북하여
시인의 나이 34살 때
열네 살 연하인 여인과 결혼하여
1남 1녀를 두고 살아남기위해
공산주의를 찬양하는 시도 쓰다가
85세의 나이로 삶을 마쳤어.
사실 이 친구도 시인의 삶은
1941년 30의 나이
<귀농, 국수, 흰바람벽이 있어>
등의 시를 쓴후에는
자신의 시가 없었으므로
나머지 삶은 시인으로는 끝난 삶이였어.

 

 

 


그렇다면, 셋 다 시인의 수명이
삼십정도에 끝이 났다고 말할 수 있지.
그래야 천재가 되는 것이지.
셋, 모두들 다, 시는 슬프고,
눈물겹도록 아름답고, 곧고,
바르고, 또 정했지만,
청춘의 몸부림은 끝이 없었어.
그리고, 한 마디 더 하자면
그 친구들은 하나 같이
가정과 가족에 대해 너무,
정말 너무 무책임했었어.


난 70에 글쓰기를 시작한 사람임을
다행스럽게 생각하며
이번 인제의 자작 나무숲 여행을 통하여
천재 시인들의 시와 삶속으로
다시 한 번 들어가 보는
기회를 가지게 된 것이
장수할 수 있는 참 좋은 기회 였다고
생각하게 되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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