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안내] 오태풍 - 스물의 파편展

[전시안내] 오태풍 - 스물의 파편展

* 장소 : 복합문화공간 공간 이다(031-796-0877)

* 기간 : 2018-01-06 ~ 2018-02-02

 

 

■ 전시를 여는 글_김혜원

 

거울의 입김, 창의 눈빛
-오태풍 사진전 《스물의 파편》에 부쳐

 

 복합문화공간 《공간 이다》에서는 2018년 1월 6일(토)부터 2월 2일(금)까지 오태풍 사진전 《스물의 파편(Fragments of twenties)》展을 개최한다. 광주대학교 사진영상학과에서 사진을 전공한 이래의 작업을 한자리에 모은 《스물의 파편》展은 올해 스물아홉을 맞는 오태풍에게는 소중한 사진적 연대기가 된다. 오태풍이 이십 대의 젊음을 걸고 촬영했을 이 작업들은 총 6개 시리즈로 구성되어 있다. 각 시리즈마다 20여 점의 사진으로 포트폴리오를 정리해 놓은 것을 보면 사진과 함께한 그의 젊은 날이 얼마나 진지하고 성실한 것이었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Sea, You, Glass》는 물살에 마모되어 날카로움을 잃고 둥글게 변해 버린 유리날에 본래의 모습을 잃고 살아가는 인간 삶의 양상을 은유한 이퀴벌런트(equivalent) 사진이다. 오태풍은 시간에 의해 변화해 가는 이들 모습을 아름다운 존재로 묘사하여 이를 긍정하고 있다. 《The moment》는 자신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어떤 순간이나 내면세계에 존재하는 사물에 의미를 부여한 사진이다. 오태풍은 행복하지 않았던 기억이지만 그 미화된 추억을 통해 자신을 위로하는데, 그것은 그의 표현처럼 “모든 걸 부정하면 더 이상 부정할 게 없어지기” 때문이었다. 별 것 없는 삶, 불안하기까지 한 삶에서 아름다움을 포착할 수 있었던 미학적 근거 역시 그의 긍정의 힘에서 찾을 수 있다. 《Life in the string》은 붉은 끈과 삶의 좌표로 존재하는 시간과 공간을 엮어 인연, 운명, 영원에 대해 말하고 있는 사진이다. 다소 관념적인 이 사진은 붉은 끈이 지닌 동양적 상징을 이용한 작업으로, 순간을 영원한 것으로 믿고자 하는 오태풍에 의해 과거-현재-미래로 이어지는 우리의 삶을 시각화할 수 있었다.


《다시, 그곳에서-버려진 농협창고에서》는 폐기된 농협창고를 촬영한 사진이다. 우리나라 곡창지대인 호남 지역에서 성장기를 보낸 그에게 농협창고는 예사롭지 않은 사진적 대상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그는 농협창고에서 농자지천하지대본(農者之天下之大本)을 기치로 농업을 숭상해 왔던 우리나라가 맞이한 폐농의 상황을 직시한다.《Pure factory-문 닫힌 공장에서》는 20년 동안 문이 닫혔던 한 카세트테이프 공장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전주시는 팔복동을 한옥마을과 연계한 문화예술의 거점으로 삼고자 팔복동의 폐공장(쏘렉스, 구 썬전자)을 인수하여 리모델링을 하고 ‘팔복예술공장’의 개관을 앞두고 있다. 오태풍이 그 시범운영프로그램으로 기획한 《팔복읽기: 공단파노라마》의 작가로 선정되어 작업한 이 작품들은 공장에 버려진 사물과 그가 공장 안에서 촬영한 사진을 혼합하여 보여준 이색적인 설치 작업이었다. 그는 주로 밤을 택하여 사진을 촬영하였는데, 그것은 야간 퇴근을 일삼으며 피 흘려 일했던 20년 전 노동자의 현실을 기억하고자 했기 때문이었다. 《잠시-재개발 지역에서》는 전주시 서신동의 재개발지구 ‘바구멀’ 지역을 기록한 풍경 사진이다. 이마트와 롯데백화점이 인접한 곳이라는 지리적 이점으로 도시 재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사라져가는 공간에서 그 마지막 삶의 흔적들을 채집하여 기록하였다.


흥미롭게도 오태풍의 이 《스물의 파편》은 거울과 창의 경계에 걸쳐 있다. 모마(MoMA)의 사진부 디렉터 존 사코우스키(John Szarkowski)는 표현과 기록이라는 사진의 두 영역을 거울(mirrors)과 창(windows)에 비유한 바 있다. 오태풍이 표현에 초점을 맞춘 《Sea, You, Glass》, 《The moment》, 《Life in the string》이 자신의 내면을 반영하는 거울 앞의 사진이라면, 다소 기록에 치중한 《다시, 그곳에서-버려진 농협창고에서》, 《Pure factory-문 닫힌 공장에서》, 《잠시-재개발 지역에서》는 세계를 조망하는 창 앞의 사진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가 작가 노트에서 “어떤 공간과 시간 속에서 마주한 대상들에 나를 빗대어 표현하기도 하다가 어느새 사회와 문화를 바라보고 그 은밀한 이면을 기록하기도 하였다.”라고 밝힌 것처럼, 《스물의 파편》은 표현과 기록이라는 두 사진의 영역에서 노출된 그의 사진적 고투였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오태풍의 거울 쪽 사진들은 따뜻하고 아름답다. 거기에는 그의 인간적 체취가 입김처럼 서려 있다. 그는 끊임없이 과거의 순수했던 순간의 기억을 붙들고 시간의 흐름과 함께 변화해 가는 자아와 힘겨운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깊은 자의식이 내뿜는 거친 숨결 때문인지 그 입김은 뜨겁다. 대신 창 쪽의 사진들은 다소 차갑지만 명징하다. 거기에는 오태풍의 세계에 대한 인식이 눈빛처럼 빛난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폐창고, 폐공장, 재개발 지역의 풍경들이지만, 그것들은 모두 그의 예리한 눈빛이 포착해 낸 자본주의 시대의 사회 문화적 풍경들인 것이다. 근대화, 산업화, 도시화 정책으로 특정한 지역과 공간과 사람들만이 차별당하여 소외되고 배제되는 현실에 대한 차분한 비판이었다.

다행인 것은 오태풍의 《스물의 파편》이 표현과 기록이라는 두 사진적 가치를 두루 섭렵했다는 사실이다. 그리하여 그의 작업은 그가 비록 스물의 ‘파편’이라고 표현했을지라도 충만한 사진적 밀도를 지닌 ‘완성본’으로 다가온다. 다만 문제는 거울과 창의 경계에 선 그의 작업이 이십 대를 지나 어떻게 진행될 것일까 하는 점이다. 초기의 표현적 사진에서 후기의 기록적 사진으로 이행해 온 오태풍의 작업이지만, 그렇다고 그의 행보가 앞으로도 기록 쪽으로 치달을 것이라고 함부로 속단할 수는 없다. 오히려 문학적 감성과 회화적 감각을 자신의 ‘끼’로 무장하고 회화와 설치와 영상 작업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 온 오태풍이기에 거울과 창의 경계뿐 아니라 장르의 경계까지도 훌쩍 뛰어넘은 예술 행로의 무한한 변신을 지금 이 자리에서 기대해 보아도 좋을 것이다.

 

 

■ 작가노트

스. 물. 의. 파. 편. Fragments of twenties

내 작업들은 공간과 시간에 대해 말하고 있다.

어느 순간 어떤 공간에 내가 있었고 그때도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었다.
공간은 나로부터 시작된다.
나라는 육체의 공간 안에 정신과 마음이 자리 잡고 있다.
더 세분화하면 정신에는 수없이 많은 생각, 고민, 이성, 기억이
마음에는 셀 수 없는 감정과 상처가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서 출발한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집, 사회, 문화라는
각기 다르고 모호한 공간 속에서 시간을 보낸다.
이런 공간 속에서 나라는 주체의 시간을 되돌려 본다면
그 시간들은 언제나 잊고 싶은 기억과 잃기 싫은 기억을 안고 있다.
그 기억들이 어떤 대상에 동질감을 느낄 때면 나는 그것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이처럼 공간 그리고 계속되는 시간을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수많은 파편들이 가득 차 있다.
불어오는 바람과 몇 번의 고비들은 쉼 없이 나를 몰아붙였고
그럴 때마다 나는 금가는 것이 아니고 휘어지는 것이 아니고
다시 부칠 수 없게 부서지길 그리고 부러지길 바랐다.

그리고 그 공간과 시간의 파편들을 다시 모아 새로운 나를 만들 수 있다고 믿었다.
나의 좁은 정신과 마음에서 시작된 작업은
어떤 공간과 시간 속에서 마주한 대상들에 나를 빗대어 표현하기도 하다가
어느새 사회와 문화를 바라보고 그 은밀한 이면을 기록하기도 하였다.
스물의 파편들은 늘 새롭게 태어났다.

 

 

■ 프로필

오태풍(Oh, Tae-pung, 吳泰風)

 

E-mail: 0410wind@naver.com
Instagram: ty_art_culture

 

학  력
2015 광주대학교 사진영상학과 졸업

 

개인전
2018 스물의 파편, 복합문화공간 공간 이다, 하남
2017 스물의 파편, 전북예술회관 둔벙, 전주
      다시, 그곳에서, 흑백사진관 춘몽, 전주
2015 The moment, 복합문화공간 손과얼굴, 서울

 

단체전
2016 비일상의 발견-공단파노라마, 팔복예술공장, 전주
2015 약광조건 예술제, 동진시장, 서울
      남도의 쌀, 갤러리 D, 광주
2014 대구사진비엔날레 국제 젊은사진가전, 봉산문화회관, 대구
      Blank, 우영 갤러리, 광주

 

수상 및 기금
2017 국세청 30초영화제 공모전 동상 수상
2017 전북문화관광재단 지역문화예술육성지원사업 선정
2016 팔복예술공장 시범운영프로그램: 팔복읽기 ‘공단파노라마’ 작가 선정

 

 

See, You, Glass _Pigment Print_30X30cm_2013

 

 

 

 

The moment_Pigment Print_30x30cm_2014

 

 

 

 

 

Life in the string_Pigment Print_40x60cm_2014

 

 

 

 

다시,그곳에서-버려진 농협창고에서_Pigmrnt Print_66x100cm_2015

 

 

 

 

 

Pure factory-문 닫힌 공장에서 _86x130cm_2016

 

 

 

 

 

잠시-재개발 지역에서_Pigment Print_50 x76cm_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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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간 : 2018-01-06 ~ 2018-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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