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일의 우리동네 꽃동네 #63

천지 야영 | 나는 명당 자리에만 천막집을 짓는다. 1999년에서 2000년으로 넘어간다고 온 세상이 들썩거렸다. 예수 탄생 2000년. 예수쟁이도 아닌 사람들도 덩달이처럼 밀레니엄 어쩌구 하면서 시끌벅적 요란했다. 나도 조금은 설레는 마음으로 산에 올라 천지 가운데에 텐트를 치고 새해를 맞았다. 그해는 소한 추위가 유난히 매서워서 영하 오십 도를 재는 온도계도 죽어 버렸다. 한낮에도 얼어터질까 겁나서 사진기를 못 꺼내고 주춤거렸다. 그래도 눈벽돌로 담을 두른 천지 한가운데 우리 천막집은 펄렁거리지 않고 아늑했다. 천지벌판의 그 유명한 돌개바람이 밤낮을 안가리고 미친듯 몰려들어와도 우리집은 날려보내지 못한다. 꿈쩍도 않는다. 현재 천지 얼음두께가 5m쯤 된다고, 천막집에 마실 온 조선 천지연구소 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