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일의 우리동네 꽃동네 #27

붓꽃 | 배는 잔뜩 부른데 마음이 헛헛한 당신에게 엽서 한 장 띄우고 싶다. 꽃을 피우려 올라오는 봉오리가 먹물을 함빡 머금은 영락없는 붓이다. 참으로 이쁜 우리 말 꽃이름이다. 붓꽃. 금방 어디에라도 글을 써 보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그래서 붓꽃이다. 옛날 옛날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님 그리는 마음 참을 수 없을 때 먹을 갈아 뜨거운 가슴 달래며 연서를 띄워 보냈겠지. 사람을 놓아 마음을 보내 놓고, 그러고는 하염없이 기별오기를 기다렸겠지. 볼펜으로 찍찍 연애편지라고 써서 우체통에 넣어버리던 우리들 세대를 “멋대가리 없는 놈들…” 그러셨겠지. 그래도 그때는 큰 가방 메고 골목길 돌아 올 우체부 아저씨 애타게 기다리며 마음 졸이고 가슴 두근거리던 따뜻한 세월들이었지. 나 대학 다닐 때는 우리집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