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안내] 장근범 기획전

[사진전] 장근범 기획전

* 장소 : 서학동사진관(전주시 완산구 서학로 16-17)

* 기간 : 2017.12.06 - 30

 

 

계남정미소 서학동사진관 - 계남정미소에서 온 편지

서학동사진관의 전신인 계남정미소가 육년 반의 활동을 중단하고 재기를 기약 할 수 없는 상태에서 2012년 휴관에 들어갔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의 관심으로 2016년 다시 문을 열게 되었다(프로그램이 있을 때만). 그 중 의욕적인 젊은 작가가 계남정미소의 꿈을 다시 살려보고자 지역 아이들과 힘찬 열정을 바친 작업을 했는데, 그 결과물을 가지고 서학동사진관에서 전시를 하게 되어 무엇보다 뜻 깊은 일이다.

 

 

 

기획자의 말

조용했다. 마을의 공기도 조용했고 문을 다시 연 계남 정미소의 먼지도 조용했다. 먼저 침묵을 깨기 시작한 사람은 아이들이였다. 오래된 정미소 기계와 안쪽 반듯한 공간에 아이들이 뒤섞여 있었다. 모래재를 내려오면 제일 먼저 맞이하는 장승 초등학교 아이들과 계남 정미소에서 제일 가까운 마령 초등학교 아이들이 20여명이 모였다. 다시 문을 연 계남정미소에서 아이들은 사진으로 어떤 이야기들을 시작했다.

준비한 자신의 카메라로 계남정미소 인근 마을을 촬영했다. 비 오는 마을에 우비를 뒤집어쓰고 여기 저기 엉킨 넝쿨처럼 무엇인가를 기록했다. 그리고 이 사진들을 엽서로 만들어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마을에서 출발한다면 차를 타고 비행기를 타고 다시 차를 타고 하루는 족히 넘을 거리에 있는 베트남에 사파에 사는 친구들에게 말이다. 이 편지를 시작으로 내가 다녀왔던 아시아 국가 7개국의 사진을 보며 각 나라의 이야기를 나눴다. 계남 정미소에 앉아 아시아국가 곳곳을 여행하듯 다녔다. 앉아 있는 자리에서 우리는 중국을 볼 수 있었고 미얀마를 알 수 있었고 네팔의 지진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19세기 국가들이 배를 타고 만리길을 떠나 이국의 소식을 사진엽서를 통해 소식을 알렸었다. 나는 가 본적 없는 중국의 어떤 공간을, 한국의 어떤 공간을 이 엽서 한 장으로 내 방 어떤 곳에 옮겨왔었다.

 

그 다음 토요일에 만난 아이들의 처음 묻는 질문은 "사진엽서 잘 도착했어요?" 이제는 영상통화로 금방이라도 소식을 전할 수 있는 시대다. 아이들은 다시 여러 곳에 사진엽서를 보냈다. 디지털의 속도에 숨을 죽이며 찬찬히 돌아 올 답장을 기다리기도 했고 누군가의 회신 소식에 들떠 하기도 했었다. 나라의 여행이 끝날 쯤 아이들은 마을 곳곳에 사진을 전시하며 마을 사람들과 주변의 사람들을 초대했다. 계남 정미소는 마을 아이들의 좋은 사진 갤러리였다.

 

이 프로그램이 모두 끝나고 나는 일회용 카메라를 선물했다. 다시 만나게 되면 이 카메라를 돌려달라고 했다. 일상에서 사진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겨울을 보내고 여름이 찾아 왔다. 여름에 계남정미소에서 다시 만나기로 한 약속을 위해 주변 사람들이 팔을 걷고 모이기 시작했다. 후원 모금과 아이들의 부모님들은 식사 지원을 약속했다. 모금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되어서 여름 사진 캠프를 하기에 넉넉한 돈이 모였다. 방학이 시작되고 첫 주에 아이들은 다시 계남 정미소에 모였다. 이번에는 사진과 디자인 그리고 놀이 아티스트가 아이들을 맞이했다. 이렇게 계남정미소에서 준비한 첫 여름 캠프가 시작되었다. 텐트를 치기 시작했고 각자 워크숍에서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학부모들은 밥을 짓기 시작했고 오랫만에 북적이는 마을에 어르신들은 옥수수와 감자를 나누며 반갑다고 인사를 건네 왔다. 이번 캠프는 다문화를 주제로 진행되었다. 캠프의 마지막 날 아이들은 이국적인 옷을 준비하기도 했다. 그 옆에서는 그 옷을 입은 사람들에게 사진을 선물하기도 했다. 전에 하지 못했던 놀이들은 캠프의 흥을 올렸다. 먹고 자고 문화예술을 알아가기에 계남정미소는 너무 든든한 공간이었다. 정미소에서 우리는 각자의 소식을 전했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에서 부터 사는 이유들을 나눴다. 그게 때로는 말과 움직임이었고 사진 이였다. 이번 전시는 그 날들의 기록을 다시 선보일 예정이다.


ㅇㅅㅇ사진관”는 베트남, 중국, 일본, 필리핀 등 아시아 다양한 나라의 문화를 알아가며 사진엽서를 제작해 보냈던 내용의 사진과 “일상에서 보내는 편지”는 마령 초등학교와 장승 초등학교 아이들이 계남정미소 밖 일상에서 기록한 사진들, “계남정미소에서 보내는 편지”는 올 여름 3명의 아티스트와 계남정미소에서 2박3일 여름을 보내며 남긴 편지 형태의 사진을 묶어서 서학동사진관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가을과 겨울을 보냈고 여름을 보내며 다시 이 겨울에 계남 정미소에서 편지를 보낸다.

 

도정을 이제 막 끝낸 햅쌀 같은 그 날들의 이야기와 함께.

 

 

 

 

 

 

 

 

 

 

 

 

 

 

 

 

 

 

 

 

 

 

 

 

 


 

[사진전] 장근범 기획전

* 장소 : 서학동사진관(전주시 완산구 서학로 16-17)

* 기간 : 2017.12.06 -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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