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안내] 안종현 - Medium展

[사진전] 안종현 - Medium展

* 장소 : BMW Photo Space

* 기간 : 2017.11.10 - 2018.01.06

 

 

■ 전시 기획글

우리는 시간이라는 물리적 단위 안에서 시작과 끝을 직면해가며 삶을 살아가고 있다. 연속적으로 평행하는 시간을 구분 지을 수 있는 시작과 끝의 지점은 장소와 대상을 통해 개별적으로 발생하기도 하고 때로는 공통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 순간들이 반복되고 축적되었을 때 우리는 이것을 역사성이라고 부른다. 역사성은 곧 연속적으로 이어진 시간의 덩어리라기 보다 생성과 소멸이라는 양쪽의 단면을 가진 시간의 영역이 결집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영역의 단면들에서 우리는 평행하는 시간의 법칙을 벗어난 시간의 순환성을 발견하게 되고 그것을 통해 지혜를 얻기도 한다. 안종현의 «Medium»은 시작과 끝에 의해 생성ㆍ소멸되는 시간의 단면이라는 작업들을 통해 우리가 지금껏 인지하지 못했던 시간의 또 다른 가능성을 드러낸다.


용산의 홍등가를 촬영한 <붉은 방>(2011)은 도시의 생성을 위해 소멸을 앞둔 재개발 구역을 촬영한 작업이다. 자본주의 사회에 의해 만들어지고 외면받았지만 철거를 앞두었을 때 비로써 사회의 관심을 받게 된 이 장소는 자본의 가치를 벗어나는 일들이 일어나자 또다시 무관심에 의해 폐허로 방치된 곳이기도 하다. 소멸의 순간 또 다시 사회에서 외면받게 된 이 현상을 흔적을 찾을 수 없는 익명의 물건들을 통해 은유한다. 강원도의 중석광산을 촬영한 <미래의 땅>(2013) 또한 자본의 가치가 다해 유용성이 소멸된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1970년대 한국의 산업화와 부를 축적하며 수만 명의 사람들을 심산유곡으로 불러 모았던 이 땅은 실용에 의해서만 운용되는 사회의 원칙을 따라 지금은 버려진 땅이 되었다. 하지만 안종현은 폐허가 되어 적막해진 도시가 아닌 과거의 영광을 품은 채 퇴적된 유적처럼 이 장소를 접근하고 있다.


먼저 대상의 존재와 인과를 인지하고 작업했던 앞의 두 시리즈와 달리 <통로>(2015)는 아버지의 병환으로 인한 간호 중에 우연히 발견하게 된 한밤중 종로의 모습을 담아낸 작업이다. 아직은 존재하지만 시대의 기능이 다해 곧 소멸할 듯한 노쇠한 종로는 중첩된 시대의 흔적들이 혼재되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안종현은 사람들이 떠나간 밤의 시간 현재의 장소성과 시간이 모호해진 듯한 이질적인 대상들을 찾아 기록한다. 그렇게 기록된 장면들은 소멸의 가능성이나 흔적이라기 보다 마치 새로운 차원의 시간, 장소로 이동할 것만 같은 판타지를 현재의 장소를 통해 재현해낸다. 이것은 시간의 단면이 ‘시작과 끝’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과 제도 사회가 구축해 놓은 시스템에서 분명한 목적 외 또 다른 기호를 우리가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붉은 방>이 제도권 사회가 만들어낸 시스템에 대한 회의적인 관점이 담겨 있었다면, <미래의 땅>에서는 사회의 시스템이 만들어 놓은 소멸이라는 시간의 끝에 남겨진 흔적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 고민은 <통로>에서 정해진 사회의 코드를 이탈하는 행위로 이어지며 이를 통해 우리가 제도권 사회가 만들어 놓은 시간의 구역에 포획되어 있음을 인지하게 된다. 신작 <풍경>(2016-2017)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비로소 마주하게 된 순수한 시간성을 담아낸 작업이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 또는 이전부터 존재했던 자연은 끊임없이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무한한 대상으로 시작과 끝의 지점을 가늠할 수 없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리고 생성에 의한 소멸이 아닌, 소멸에 의한 생성과 끝에 의한 시작을 증명하는 대상이기도 하다. 안종현은 이러한 대상을 통해 우리의 시간이 제도에 의해 만들어진 인위적인 영역이 아닌 개인의 실존적인 영역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 고은사진미술관ㆍBMW Photo Space

 

 

 

■ 작가노트

1
풍경 사진의 대상은 사진 찍기에 적합한 “ ”을 가지고 있다.
풍경이라는 단어는 자연과 인간의 오랜 역사를 보면 언제부터 사용하였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보통 풍경 사진이라함은 인간이 보기에 좋은 대상(자연)을 아름답게 찍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렇게 찍는 사진을 풍경 사진 아니면 달력 사진이라 불렀다.

 

2
영혼이나 생명 움직이는 힘을 가진 것은 무엇인가? 생물인 것과 생물이 아닌 것 사이의, 혹은 순수한 주체와 단순한 객체 사이에 경계는 매우 상의한 방식으로 인식되고 상상된다. 따라서 올바른 구분이라는 것에 대한 궁극적으로 객관적인 규정이란 것은 없다. 하지만 이 경계선은 주관적인 문제도 아니다. 결국 이 경계선이 자연과 인간의 물질적 관계의 중요한 역할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3
자연에 영혼이나 주체적 성격이 깃들어 있다는 생각은 합리와 이성으로 대변되는 현대사회에서는 배척되거나 무시되기 쉽다. 그러나 이러한생각은 여전히 오늘날에도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하게 아름답지 않은(일반적으로) 오브제나 비객관적인 어떤 것으로 보는 관점이 아니라 풍경(자연)을 둘러싼 배경의 이해가 먼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4
풍경(자연)에 대한 사진적 재현은 이미지를 통해 이러한 경계선을 구축하고 반영하고 가로지른다는 전제로부터 시작하였다. 결과적으로 사진적 재현을 통해 어떻게 이러한 경계가 미학적 주관화와 객관적 과정에 반영되어 있는지를 탐구하며, 이러한 미학적 과정들을 통해 풍경(자연)  사진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는데 본 작업의 의의를 둔다. - 안종현

 

 

■ 프로필

1982년 서울에서 태어난 안종현은 2012년 순천대학교 사진예술학과를 졸업, 2015년 중앙대학교 대학원 사진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space55, 송은아트큐브 등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2016년 베이징 국제사진제, 2015년 고은사진미술관, 2014년 토포하우스 등에서 주요 그룹전을 가졌다.
2014년 제7회 KT&G 상상마당 한국사진가 지원프로그램 올해의 작가 선정 및 2013년 제15회 사진비평상 수상, 2011년 미래작가상을 수상하였다. 그리고 현재 국립현대 미술관, KT&G상상마당, 박건희문화재단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안종현, 미래의 땅 #01, Ultrachrome Archival Pigment Print, 140x170cm, 2014

 

 

 

 

 

ⓒ안종현, 붉은 방 #03, Ultrachrome Archival Pigment Print, 35.6x27.9cm, 2011

 

 

 

 

 

ⓒ안종현, 붉은 방 #15, Ultrachrome Archival Pigment Print, 100x125cm

 

 

 

 

 

ⓒ안종현, 통로 #02, Ultrachrome Archival Pigment Print, 150x190cm, 2014

 

 

 

 

 

ⓒ안종현, 풍경 #19, Ultrachrome Archival Pigment Print, 110x150cm, 2015

 

 

 

 


 

안종현 - Medium展

* 장소 : BMW Photo Space

* 기간 : 2017.11.10 - 2018.01.06

* 오프닝 : 2017.11.10 pm18:00

* 관람시간 : 월-토 10:00 – 18:00 / 매주 일요일 휴관

* 주최 : BMW동성모터스
* 주관 : 고은문화재단, 고은사진미술관
* 문의 : 051.792.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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