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김승곤의 사진읽기 -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22. 김승곤의 사진읽기 -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글 : 김승곤(사진평론가, SPC사진클럽 주임교수)

사진 : Henri Cartier-Bresson (1908-2001), Rue Mouffetard, Paris, 1954

 

 

 

 

 

1920년대 중반에 출현한 35mm 카메라는 중형이나 대형 카메라에 비해서 화질은 떨어지지만 휴대성과 조작성, 속사성이 뛰어났기 때문에 순간의 움직임을 포착하는 포토저널리즘 세계를 열어 가는데 있어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우리가 자주 듣는 ‘결정적 순간’이라는 용어는 포토저널리즘의 대가인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의 사진집에서 처음 쓰였습니다. 그는 “사진이란 연속된 시간 가운데에서 몇 십분의 1초에 일어난 사실을 인식하는 것을 말하며, 또 그 사실을 표현하기 위해서 시각적으로 포착한 형태들을 엄밀하게 구성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조금 어렵나요? 요컨데 눈앞에 펼쳐진 모든 요소들이 마땅히 있어야 할 곳에 자리를 잡고 있는 어떤 상태를 의미하는 말이지요. 그는 평생 35mm 라이카 카메라에 50mm 표준렌즈만을 달고 촬영했답니다. 그리고 자신이 말한 것처럼 절묘한 ‘결정적’ 순간을 잡아서 한 치의 빈틈도 없는 완벽한 화면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에 감상하실 작품은 까르띠에 브레송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무프타르 거리, 파리’(1954)입니다. 포도주를 사서 양팔에 끼고 걸어가는 소년의 포즈와 얼굴에는 자랑스러움과 장난 끼가 역력히 드러납니다. 라벨이 붙어있지 않은 것으로 보아, 가게에서 병에 담아 파는 포도주 같군요. 아버지 심부름이겠지요. 소년은 분명 뒤쪽의 소녀들을 의식하고 있지만, 고개를 돌려서 바라보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부러운 표정의 배후의 소녀들과 소년의 당당한 걸음걸이에서 ‘결정적 순간’이 보이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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