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안내] 조성기 - 집배원과 산골 사람들展

[사진전] 조성기 - 집배원과 산골 사람들展

* 장소 : 반도카메라갤러리

* 기간 : 2018-01-18 ~ 2018-01-24

* 작가와의 만남 : 2018-01-20 오후 2시

 

 

집배원과 산골 사람들
A Mailman and Mountain villagers

1994년 대학 4학년 여름방학 때 아르바이트를 하던 날 우연히 우체국잡지 기사에서 정년퇴직을 앞둔 지리산 산골마을의 집배원을 알게 되었다. 문득, 나는 집배원의 일상을 촬영하고 싶은 생각으로 가득 차 그에게 연락도 하지 않고 무작정 대구에서 버스를 타고서 그의 근무지인 지리산 자락에 위치한 함양군 우체국까지 찾아갔다. 당시 나는 학생 신분으로, 그는 자신을 며칠이고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게 해달라는 나의 요청을 첫 만남에 거절하였다. 나는 며칠 뒤 우체국의 허락을 얻으면 그를 설득할 수 있을 거라 생각되어 발걸음을 우체국으로 돌렸다. 사정을 말하니 우체국장님은 선뜻 집배원용 오토바이까지 협조해 주셨다. 그 후 그에게 촬영을 허락해 달라 재차 간곡하게 말했고, 그는 나의 부탁을 끝내 들어주었다. 그는 집 대문 옆에 작은 방을 내어 주었고, 함께 집밥까지 먹으며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허락을 해주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는 당시 나의 열정을 가상히 여겼던 것 같다.
나는 우체국에서 빌린 집배원 오토바이를 타고서 지리산 주변 마을들을 돌아다니며 작업을 시작했다. 가끔 마을 어르신들이 나를 보고 곧 퇴직할 그의 후임으로 생각해서 작은 우체부라 부르기도 하였다.
집배원 최동호 씨가 16세 때 부친은 전쟁 중 빨치산에 의해 마을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그 후 백부의 소개로 그는 가장으로서 생계를 위해 19살에 임시 집배원으로 채용되어 우편 행낭을 매기 시작했다. 통신수단이 발달되지 않아 편지만이 유일한 외부의 소식을 전해 주던 그 시절 지리산 일대에서 그는 한없이 반가운 존재였다. 42년 동안 집배원 생활을 하면서 우편배달 외에도 각종 공과금을 대신 납부해 주는 일을 비롯, 돈을 찾아오고 송금하는 일과 각종 민원서류 발급 대행해 주는 ‘이동민원실’ 역할을 한 지도 오래였다. 또한 산골마을 주민들의 종자, 약품 구입 등의 자질구레한 심부름도 우편업무 못지않게 많아, 마을 사람들은 우편물이 없어도 집배원 최동호 씨를 기다렸다. 80년대 말에 집배원용 오토바이가 지급되었지만 그의 담당지역은 외진 곳이 대부분이어서 하루에도 4-5킬로미터 산길을 걸어야만 했다. 이외에도 일과 후에 양봉과 농사일을 하며 틈틈이 아버지의 무덤을 벌초를 하거나 인근에 홀로 계시는 노모를 찾아뵙고 집안일을 도왔다. 그런 그의 뒷모습이 나는 상당히 넓어 보였다.
작년에 우연히 들른 마천면 삼정리 하정마을 그의 집에서 다시 만났다. 그는 1994년 그해 정년퇴직 후 다시 계약직으로 3년을 더 근무했다고 한다. 현재는 하정마을 야산에서 고사리 농사일을 하고 있는 그의 손마디들은 집배원 시절과 비교할 수 없이 거칠어져 있었다. 그는 요즈음도 일주일에 몇 번씩 마천우체국을 찾는다고 했다.

 

 

 

 

 

 

 

 

 

 

 

 

 

 

 

 

 

 

 

 


[사진전] 조성기 - 집배원과 산골 사람들展

* 장소 : 반도카메라갤러리

* 기간 : 2018-01-18 ~ 2018-01-24

* 작가와의 만남 : 2018-01-20 오후 2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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