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안내] 손이숙 - Against the Eyes展

[사진전] 손이숙 - Against the Eyes展

* 장소 : 사진공간 배다리(인천시 중구 차이나타운로 51번길 19-1, 목요일 휴관)

* 날짜 : 2017.12.15 - 27

 

 

■ 작가노트
사진은 실제와 실재 사이의 경계를 파고든다. 카메라 렌즈로 본 것은 해석된 ‘실제’였는데 정작 기록된 것은 거기 에 있었던 사물이기 때문이다. 사실성과 진실성을 결정하는 것은 다만 보는 사람의 몫이 되어 버린다. <Against the Eyes>는 그 둘 사이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함이 아니라 감상자의 수용 태도에 의해 나오는 불규칙적인 내러티브, 즉 본다는 것의 모호한 결을 드러내고 있다.


보암직하고 먹음직했던 사과는 그런 것 같았을 뿐이다. ’무엇 같은 것’은 바로 그 ‘무엇’ 자체와 동의어는 아니다. 어떤 사물을 실제로서 즉, ‘그 무엇으로 보려는’ 우리의 표상적 태도 속에 이미 ‘거기에 있었던 그 무엇’이라는 실재의 문제가 드러난다. 나는 종종 이것인데 저것인 줄 알고 보거나, 때로는 그 반대로 보곤 한다. 존재하고 있는 ‘실재 세계’와 우리의 눈으로 해석된 ‘실제 세계’ 사이에는 틈이 있다.


이것과 저것 사이의 레이어를 드러내거나 하나로 겹치기도 하면서 나는 결국 익숙한 우리의 시각적 습관을 벗어나 보는 시각적 놀이를 해보고 있다. 소설 <플랫랜드>에서 2차원의 직선은 3차원에서 온 소리를 들을 수는 있었지만 위와 아래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3차원의 ‘공간’을 온전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2차원의 ‘선’에서 나와야 한다. 고착되어 있는 바라봄을 떠나야만 보이는 것들이 있다. ‘본다’는 행위의 한계점에서 그 간극의 영역을 가시화하여 실제와 환영의 겹침을 경험해 보는 것은 견고해 보이는 현실의 이율배반적 모습과 그것을 있는 그대로 온전히 바라보지 못하는 나의 불완전함에 대해 회의해 보는 것이다.  - 손이숙


 

“<Against the Eyes>는 있는 그대로 보이지 않는 실제 세계의 모호한 공간을 기록한 것이다.



눈에 보이는 세상이 정말로 보이는 그대로인가? 우리는 이 세계를 진정한 의미에서 ‘보고’ 있는것일까? 눈 앞에 있는세상이 아무리 그럴듯해도 내 눈에는 도무지 견고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인공적 환경이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의 사물들이 만들어 내는 풍경은 연출된 무대같다. 무엇처럼 보이는 모호한 것들이다.”

 

 

비평

실제와 환영의 겹쳐진 구조에 대하여 - 사이미술연구소 이승훈

 

사람은 ʻ눈ʼ을 통해 사람과 사람을 분별하고 사물과 사물의 형상적 차이를 알아내며 어떤 사건이 일어난 상황의 사실 관계를 확인한다. ʻ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ʼ 라는 격언이 동서고금에 회자되는 것을 보면 인간 사회에 있어 ʻ눈ʼ을 통하여 ʻ본다ʼ라는 행위가 실제를 확인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수단이었음 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ʻ본다ʼ라는 행위가 사실을 판단하고 정 확한 지식을 습득하기 위한 중요한 통로이기도 하지만 보이는 부분들을 그대로 모두 믿기에는 의심스 럽거나 한계가 보이는 부분도 많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손이숙 작가는 그러한 관점에서 “눈에 보이는 세상이 정말 보이는 그대로인가?” 라는 의문을 통해 ʻ본다ʼ라는 행위에 대해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래서 작가의 <Against the Eyes> 전시에서는 일상에서 무의식적으로 ʻ눈ʼ에 보여지는 그대로 판단해 버리는 인간의 일방향적 시각 습관을 다른 방향으로 굴절시키는 것과 관련한 다양한 상황들을 사진으로 포착하는 작업을 보여준다. 작가는 디오라마 (diorama)처럼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구조물이 위치한 곳의 전체 광경을 보여주기도 하고 영화를 찍는 현장 같은 연출된 장면이 만들어지는 광경 전체를 보여주기도 한다. 혹은 사물을 사진으로 포착할 때 렌즈와 사물 중간에 도트(dot) 무늬가 있는 비닐막을 두어 마치 해상도 낮은 사진이나 디자인된 이미지 와 같은 결과물이 나오도록 하며, 유리나 거울을 사이에 두고 사물의 앞, 뒷면이나 사물과 대치된 공간의 배경이 사물과 겹쳐 보이도록 하여 서로 간섭하게 만들기도 한다.


현대물리학에 의하면 인간의 눈에 보이는 일상적 사물들은 원자핵, 양성자, 중성자, 전자와 같은 소립자 혹은 그보다 더 미세한 미립자들이 진동하고 있는 구조이다. 눈에 보이는 사물들의 차이는 결국 이 들의 배열 방식의 차이일 뿐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인간이 어떤 사물을 본다는 것은 인간의 ʻ눈ʼ 해상도 내에서 포착된 사물의 형상적 구조의 한 국면에 불과하다. 또한 지속적으로 진동하고 있는 물질의 집합체라는 점에서 사물의 형상뿐만 아니라 색채도, 이 진동하는 물질의 집합체가 빛과 반응하는 과정에 서 나온 전자파의 파장 중 인간이 감지할 수 있는 가시광선 영역 중에서 일부분만이 포착된 것이다. 색채 역시 견고한 토대 위에 있는 형상적 구조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물의 구조뿐만 아니라 그 사물을 시각적으로 인식하는 감각의 수용체 구조도 망막이라는 곡면 위에 있지만 2차원의 평면적 구조로 수용되는 것이기에 3차원 공간의 구조물을 온전히 감각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임이 자명하다.


그러므로 존재하고 있는 ʻ실재ʼ 와 보여지는 ʻ실제ʼ 사이의 간극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시각상에 보여지는 사물은, 사물의 일부를 지시하고 있으나 온전히 지시하는 것은 아니기에 이 일련의 문제에 대한 열쇠는 그 간극의 사이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손이숙 작가는 인간의 망막구조를 그대로 차용하여 만들어진 사진 매체를 가지고, 인간의 망막에서 나타나는 시각적 인식상의 문제가 사진 매체 에 그대로 노출되도록 함으로써 시각적 인식에 있어서 그 한계를 명확히 보여주는 방법을 통해 그 간극 사이의 영역에 접근하고자 한다.


착시 현상이나 낯선 물질, 반사체, 투명체 등이 시각에 개입되어 일시적인 난독증을 유발하게 되는 상 황은 시각적 인식의 한계점과 관련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관람객을 이와 같은 상황 속으로 끌어들이는 손이숙 작가의 사진 속 장면들은 부지불식 간에 시각을 구성하고 있었던 감춰져 있는 시각의 한계와 경계 지점에서 여러 겹의 레이어와 시각 프레임의 영역 바깥을 발견하도록 만드는 장치로 작동하고 있다. 작가는 이를 통해 눈에 보이는 사실이 놓여진 현장, 그리고 눈에 보이는 사실이 만들어지는 현장을 보여주게 되며 혹은 사실이 환영으로 변조되거나 이미지에 의해 왜곡될 수 밖에 없는 사실을 또 하나의 사실로서 보여줄 수 있도록 그 얼개 자체를 드러내고 있다.


작가는 결국 이렇게 시각의 한계점에서 그 간극 사이의 영역을 가시화함으로써 현존과 부재 혹은 사실과 허위라는 것은 대척점에 있는 것이 아니고 다만 관찰자의 위치나 전제의 괄호가 위치한 영역에 따라 차이를 보이거나, 혹은 연장되는 관계적 위치에 의해 드러나는 것임을 보여주면서, 실제와 환영이라는 것은 겹쳐져 보일 수 밖에 없다는 작가적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작업 방식과 사유 방식은 사물을 인식하는 과정에서 자각해야 할 인식의 프레임에 대해 각성하게 만들고 시각 인식상에 있어서 철학적 사유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왜냐하면 눈에 보이는 대상에 대한 환영적 이미지가 아니라 ʻ인식의 프레임ʼ 그 자체에 대해 각성하게 만드는 시야의 제공은, 나아가 시각적 틀을 넘어 인간의 욕망으로부터 발생되는 상업적, 정치적 프레임과 같 은 또 다른 차원에서 실제와 허구가 착종되는 시각적 현실을 발견하도록 만드는 계기를 보여줄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하기 때문이다.        

 

 

손이숙

· 학력
2011 상명대학교 예술디자인대학원, 디지털 이미지학과 졸업
1992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 개인전
2017, 거울 여자, B. CUT 갤러리, 서울
2015, Against the Eyes, B. CUT 갤러리, 서울
2014, Against the Eyes, 창성동 실험실 갤러리, 서울
2014, 마담 C, B. CUT 갤러리, 서울
2013, Against the Eyes 사이아트 스페이스,서울
2013, I See, 토요타 포토스페이스, 부산
2009, 마담 C, 김진혜 갤러리, 서울

 

· 주요 그룹전
2016, 어떤 풍경에 대한 반성, 서학동 사진관, 전주
2016, 자화자찬, B.CUT 갤러리, 서울
2015, 알로호모라 아파레시움 미아리 더텍사스, 텍사스프로젝트, 서울
2014, 너트 선정작가전, 아트스페이스 knot 서울
2011, 서울포토페스티발 포토리뷰전, 서울 시립미술관 경희관분관, 서울
2011, Across the Divide: Critical Mass 2010, PCNW(Seattle), USA; Newspace Center for 
Photography, Portland, OR; Rayko Photo Center, San Francisco, CA, USA
2011, Art of Attraction, F.L.O.A.T, New York, USA
2010, MAYDAY, Detroit Center for Contemporary Photography, Pontiac, USA
2009, 15th Griffin Juried Exhibition , Griffin Museum of Photography, Winchester, USA 2008, International Exhibition of Fine Art Photography , The Center for Fine Art Photography, 
Fort  Collins, USA
2007, 다르지만 괜찮아, 나우 갤러리, 서울

 

 

 

 

 

건널 수 없는 강, 30x30 cm, 디지틀 C 프린트, 2014

 

 

 

 

 

다른 방식으로 보기, 30x30 cm, 디지틀 C 프린트, 2015

 

 

 

 

 

새, 70x70 cm, 디지틀 C 프린트, 2014

 

 

 

 

 

날으는 수퍼맨, 70x70 cm, 디지틀 C 프린트, 2010

 

 

 

 

 

가까이서 멀리서, 100x100 cm, 디지틀 C 프린트, 2017


 

 

 

 


[사진전] 손이숙 - Against the Eyes展

* 장소 : 사진공간 배다리(인천시 중구 차이나타운로 51번길 19-1, 목요일 휴관)

* 날짜 : 2017.12.15 - 27

 

 

 

TAGS.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