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일의 우리동네 꽃동네 #43

죽대아재비 | 식물원의 꽃들은 이미 야생화도 들꽃도 아니다. 초원을 달리는 화려한 꿈을 저버린 놈. 사랑을 찾아 달밤을 울어짖는 낭만도 잃은 그놈은 이미 늑대이기를, 승냥이이기를 포기한 놈. 철창 안에서 이름표를 달고 사료나 축내는 야성을 버린 그놈은 이미 호랑이가 아니다. 껍질만, 무늬만 호랑이다. 그렇듯. 식물원의 꽃들은 벌써 야생화가 아니다. 인간에게 보호되면 야생은 사라지고 만다. 재배되고 있는 꽃들은 꿈을 잃은 슬픔이다. 절벽에 매달려 바람에 시달리며 끈질기게 피워낸 그 꽃들은 색깔조차 다르다. 당신이 진정한 야생화 사진을 하려면 먼저 그 꽃들의 행복한 표정을 찾아내야 한다. 울타리 안에 줄 맞추어 힘없이 늘어선 그 꽃들이 왜 불행한지 알아야 한다. 당신이 신념 가득찬 들빛사진가로 되려면 표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