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일의 우리동네 꽃동네 #38

솜방망이 | 옛날에는 도깨비방망이가 있었지. 산을 다시 살려내라, 뚜욱딱! 내가 처음 백운봉 뒤켠에 갔던 94년 여름. 거위목을 하고 아무리 둘러봐도 사람이 다닌 흔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청석봉 넘어 백운봉, 용문봉을 거쳐 소천지 꽃덤불능선까지 산은 짓밟혀 아주 큰길이 걸레처럼 나 버리고 말았다. 산을 좋아한다는 사람들이 종주등반이라는 이름으로 줄을 서서 꽃을 좋아한다는 사람들이 야생화트레킹을 한다고 떼를 지어서 솜방망이도 짓밟아 버리고 산돼지, 노루, 토끼들의 삶의 터전을 헐어내고 제 동네처럼 대대적인 토목공사로 큰길을 내 버리고 말았다. 2006년 9월 2일. 나는 백운봉을 넘으며 투덜댔다. “어떤 놈들이 산을 이렇게 망가뜨려 놨어?” 그런데 그날, 밤길에 하산하며 퍼뜩 정신이 났다. 종주등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