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일의 우리동네 꽃동네 #46

괭이눈 | 꽃받침조차 노란색이어서 꽃잎으로 착각할 수 있다. 산 아래는 벌써 신록이 무성한 유월 중순. 산 위에는 아직 여기저기 잔설이 남아있다. 겨울 내내 바람에 날리워 골 깊이 모인 시커먼 눈덩이들은 8월까지도 안 녹는다. 그 두터운 눈덩이를 녹여내는 것은 지열이며 바람이며 빗물이며 햇볕이다. 그 모두들이 힘을 모아 봄을 만들어 간다. 백두산의 괭이눈은 유월 하순부터 잔설에서 흐르는 찬물을 먹고 핀다. 그들은 습기를 좋아하는 꽃인가 보다. 그런데 어떤 때는 바위 틈이나 화산재의 극도로 건조한 거품돌 사이에서도 씩씩하다. 땅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무리를 이룬다. 고산화원의 괭이눈은 잎조차 노랗다. 그래서 잎까지 꽃으로 착각할 수도 있다. 마이크로렌즈로 자세히 들여다 보면 네 장의 꽃잎이 고양이의 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