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안내] 윤정 - 마지막展

[사진전] 윤정 - 마지막展

* 장소 : 류가헌(02-720-2010)

* 기간 : 2017.12.05 - 17

 

 

 

■ ‘죽음’을 묻고, 사진으로 답을 듣다
- 윤정 사진전 <마지막.> 12월 5일부터 류가헌에서 

 

시인은 ‘나의 죽음은 언제나 나의 삶과 동행하고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인정하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죽음이 언제나 삶과 동행하고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우리는 잊고 살거나 모른 채 외면하고 산다. 사진가이자 ‘프로젝트아티스트’로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에게 ‘꿈’과 ‘사랑’에 대해 질문하고 그 답을 사진으로 기록해왔던 윤정이, 세 번째 질문으로 택한 것이 바로 ‘죽음’이다.

 

‘죽음’하면 떠오르는 것은 무엇인가? 죽기 전 남기고 싶은 유산(legacy)이 무엇인가? 윤정이 마주했던 여러 나라, 다양한 연령과 직업을 가진 158명은 쉬이 답할 수 없는 두 가지 질문 앞에 섰다.

질문하는 장소는 길 위일 때도 있었고, 카페나 식당, 술집일 때도 있었다. 느닷없이 질문 앞에 세워진 사람들은 당황하기도 했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담담하게 말을 이어가는 이들도 있었다. 윤정은 천천히 답을 기다리고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엄마, 슬픔, 걱정, 편안함, 리셋, 부활, 두려움, 또 다른 여행, 원점... 죽음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가에 사람들은 이렇게 답했다.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의 죽음을 기억하거나 아직 오지 않은 자신의 죽음을 그려보며 입을 뗐다. 그러나 첫 질문에 쉬이 답하던 사람들도 다음 질문, 죽기 전 남기고 싶은 유산이 무엇인가에는 머뭇거렸다. 그리고는 이내 사랑, 아이들, 경험, 소설책, 영혼, 관계, 그림, 음악, 돈, 이름, 생각, 일기 등 저마다 다른 대답이 돌아왔다.

 

윤정은 대답과 함께 사람들의 얼굴에 떠오르는 표정을 카메라에 담았다. 미세하게 변하는 얼굴의 일부만을 클로즈업하여 찍기도 했다. 작가는 인터뷰를 이어가며 상대의 얼굴을 보기도 했지만 손이나 발에 시선을 둘 때도 많았다. 마지막까지 삶을 지탱하게 될 손과 발을 보며, 자신의 앞에 앉은 이가 살아온 삶과 앞으로 살아가게 될 삶에 대해 헤아려보고 셔터를 눌렀다.  

 

그렇게 지난 2년간의 기록이 쌓여 <마지막.>이 완성되었다. 윤정은 그 중 백 명의 사진을 골라 사진전 <마지막.>을 연다. 사진을 통해 아직 만나지 못한 이들에게 죽음에 대해 또 한 번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시인의 표현대로라면, 여러 삶에게 죽음을 묻는 윤정의 전시 <마지막.>은 사진가 자신에게도 기도이자 사람들에게 그런 기도를 선물하는 일일 것이다.

 

전시는 12월 5일부터 2주간 류가헌 전시 2관에서 계속된다. 전시 기간 중에는 <마지막.> 작업이 포함된 책 <묻다>도 만나볼 수 있다. <묻다>는 2013년부터 윤정 작가가 진행해온 ‘휴먼프로젝트: 꿈, 사랑, 죽음’의 사진과 인터뷰를 담은 책이다.

 

 

 

■ 작가소개

윤정 April Jo

 

사각거리는 연필느낌을,
아날로그 카메라 셔터소리를,
비 온 뒤 흙 내음과 공기 냄새를,
코를 찌르는 원두 볶는 향을,
인간미 넘치는 소박한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

 

대학에서는 나무 조각과 유화, 미술사를,
사회에서는 신문기자와 방송 뉴스 앵커를,
2013년부터는 글 쓰고 사진 찍으며 게릴라로 어른들에게 화두를 던지는 프로젝트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 시카고, 뉴욕, 인디애나 주에서 거의 20 대의 전부를 보냈다.

 

한겨레 사진마을 작가마당에 <휴먼다큐프로젝트 : 꿈, 사랑, 죽음>을, 현재는 진행 중인 글로벌 프로젝트 <그의 주머니 속으로, 그녀의 핸드백 속으로>를 연재하고 있다. 사람들 속에 깊이 들어가 작업하고 싶어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에 오픈 작업실을 열었다.

 

* 페이스북 검색창: 프로젝트아티스트 윤정

 

 

 

■ 작업노트


사람들은 죽을 때 무엇을 남기고 싶을까.
지난 2년간 158명에게 죽기 전 남기고 싶은 유산에 대해 물었다.
아프리카에서도, 유럽에서도 물었고 네팔, 한국에서도 물었다.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몇 년 전 네팔에 머물며 화장터에서 죽음을 맞는 사람들을 보았다.
남은 가족들은 죽은 사람의 몸을 냇가에서 씻기고
곱게 수의를 입힌 후 불에 태웠다.
한 사람은 짧은 시간에 한 줌의 재가 되었다.
자욱한 연기 속 향은 구토가 나올 정도로 역했다.

 

그날 하루 종일 그곳에서 쪼그리고 앉아 여러 명의 마지막을 보았다.
숙소로 돌아와 며칠 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온갖 상념이 스쳤다.
크게 생각했던 한 인간의 삶이 너무 빨리, 초라하게 마무리됐다. 너나 할 것 없었다. 그곳에서 인간은 모두 1시간짜리였다.
그 충격에서 헤어 나오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직도 그 화장터의 부산스럽던 모습이 먹먹하게 남아있다.
   
‘휴먼 다큐 프로젝트 : 마지막.’편에 참여한 158명 가운데 100명을 추려 전시에 올린다.
참여한 사람들 가운데 2명의 사망 소식을 들렸다. 50대 여성은 암이었고 40대 여성은 자살이라고 했다. 인터뷰 사진과 내용을 찾아봤다. 영정 사진이 돼버린 기록 속 그들은 세상에게 가장 예쁜 미소로 웃고 있었다.

 

‘죽음’하면 떠오르는 것: 끝, 굽이굽이 살아가는 데 죽음 뒤에도 뭐가 있다면 잔인하니까.
죽기 전 남기고 싶은 유산(legacy)은?
"바람처럼 날아갔으면 좋겠어요. 유골조차도 남기고 싶지 않아요."

 

‘죽음’하면 떠오르는 것: 이별, 내가 사랑하는 것들과 보고 듣고 있는 모든 것들과 헤어짐이니까.
죽기 전 남기고 싶은 유산(legacy)은?
"좋은 사람이었다는 것이요. 제 아이들과 남편, 지인들에게 사랑받았던 존재, 소중한 존재로 남고 싶네요."

 

본인들과 통화를 할 수 없어 전시에도 출판에도 이들 인터뷰는 제외시켜야했다.    
또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 즈음 한 동안 사람들에게 묻는 작업을 하지 못했다. 

 

이 프로젝트는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다.

 

 

 

윤정. 마지막.

 

 

 

 

윤정. 마지막.

 

 

 

 

윤정. 마지막.

 

 

 

 

 

윤정. 마지막.

 

 

 

 

 

윤정. 마지막.

 

 

 


[사진전] 윤정 - 마지막展

* 장소 : 류가헌(02-720-2010)

* 기간 : 2017.12.05 - 17

* 오프닝 : 2017.12.05 pm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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