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일기쓰기 #1

두물머리 촬영 나들이

· 사진, 글 : 김문경

 

 

그제 두물머리 촬영 나들이 가서

나이에 어울리게 촐랑대며 퍼렇게 멍든 사진만 찍어서

오늘 반성한다고 꼭두새벽 강가로 나가
M / Av / Tv 모드를 왔다리 갔다리 하며

뷰 파인더로 돌려보기도 하고 이리저리 셔터를 눌러 보았다.

찍혀 나오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했지만

구름도 끼고 떠오르는 해도 볼 수 없어 춥고 외롭기만 한데

Fast Food 트럭 아저씨가 차를 몰고 왔다. 인상이 좋았다.


라떼와 샌드위치를 주문 했더니

기계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5분 기다리라고 했다.

내가 첫 손님이였다.

날이 밝아오고 멋진 풍경이 나타나리라 기대했지만 '' 수준이였다.
처음 펼쳐보는 삼각대에 카메라를 나홀로 세팅하고 있는데

아침 추위는 장난이 아니였고 손가락은 물론 발까지 시려왔다.

경상도 말로 가리늦까 개고생 한다고 생각하며

따뜻한 라떼와 샌드위치가 빨리 나오기 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짜잔, 나온다 나와!
"오매, 좋아 부러라!"

 

 

커피를 날라다주는 주인아저씨가

바로 내 앞 가드레일 사이에 커피를 내려 놓는

강가 커피 테이블이 너무너무 작고 귀엽고 섹시했다.


어머나 세상에, 대박!


강가 가드레일사이에 방부목 토막을 끼워넣어 만든

그림책만한 테이블 이였다.
따뜻한 커피가 얼어붙은 몸속으로 들어가니
마치 방구들이 따뜻해오는 느낌이였다.
그런데, 커피와 샌드위치 맛도 라떼맛도

둘이 먹다 둘이 다 죽어도 될 만한 맛이였다.

내가 어이가 없는 듯 웃으니 다가와서

드위치에는 아무것도 안 들어가는데

햄의 짭잘한 맛이 계란과 빵맛을 살려준단다.
정말 맛있었다.


"이 친구, 웃기네!"


사람 냄새도 나고,

나름대로 지구별을 자신만의 생각으로 삶을 디자인하며

사는 친구 같은 느낌이 왔다.

 

 

 

난, 말을 걸고 이 친구가 캘리포니아에서 25년을 살았고

그곳에서도 커피를 팔았다고했고

손님이 많이 와도 힘들다며

하루 오만 원에서 십만 원만 팔면

'아이엠 해피' 라고 했다.


어쩐지 트럭의 디자인과 사람의 생김새가 조금은 남달라 보였는데

트럭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내가 좋아하는 Out of Africa의 주제곡

모짜르트의 플루트 협주곡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난 순간적으로 이 친구에게 '' 가버렸다.

그리고는 사진을 찍어 우리 밴드에 올려주겠다고 했다.

 

김승곤 교수님이 말했다.
풍경을 찍고, 유적을 찍고, 이것 저것 찍다보면 결국은 사람이라고...

그렇다면 오늘 새벽 추위에 떨며 풍경을 낚으러 왔는데
이 사람과 친구가 되었으니 교수님 말씀을 실천한 것이 된것 아닌가? ㅋ
삶이란 해석능력에 따라 달라지는 것 아닌가?

 


퍼렇고 뿌연 사진이라도 꼭두새벽에 일어나 내가 찍은 사진이니 올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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