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안내] 백인백색 기획 시리즈 4 - 타자의 초상展

[사진전] 백인백색 기획 시리즈 4 - 타자의 초상展

* 장소 : 공간 이다 하남(031-796-0877)

* 기간 : 2018-06-05 ~ 2018-07-06

 

 

■ 전시명: 백인백색 기획 시리즈 4 - 타자의 초상展
■ 참여작가: 강용석, 김혜원, 조현아, 차경희
■ 2018. 6. 5(화) - 7. 6(금)_복합문화공간 《공간 이다》(하남)
■ 기획: 김혜원
■ 주최: 사진인문연구회 백인백색


■ 기획의 글_김혜원

예술 활동의 기반을 인문학적 사유에 둔 예술가들의 전시와 그들 담론의 활성화를 지원하는 ‘사진인문연구회 백인백색’에서는 그 네 번째 기획 시리즈로 ≪타자의 초상≫展을 개최한다. 초상사진은 사진 발명 초기부터 근대 사회와 함께 새롭게 부상한 부르주아의 이상화된 모습을 재현하면서 초상의 민주화를 이끌고 근대적 주체를 가시화하며 사회 통합의 효력을 발휘하는 데 기여해 왔다. 또한 권력과 체제 유지에 위협이 되는 타자를 재현하면서 그들을 구획하여 억압하는 데에도 이용되어 왔다. 즉 19세기 근대 기획에 연루되어 표상의 체계로 사용된 초상사진은 앨런 세쿨라(Allan Sekula)가 간파한 것처럼, 부르주아의 초상을 통해서는 영예롭게 작용하고 타자의 초상을 통해서는 억압적으로 작용함으로써 이데올로기적 성격을 띠게 되었다. 따라서 ≪타자의 초상≫展에서는 배제되고 차별화된 타자, 여성·이주민·노동자 등과 같이 권력의 중심에서 소외되어 억압받는 ‘서발턴(하위 주체, subaltern)’을 정치적, 지역적, 인종적, 성별(性別)적 층위에서 재현한 강용석, 김혜원, 조현아, 차경희의 사진을 초대하여, 이들이 초상사진을 통해 보여주고자 한 재현 구조의 의미와 재현 전략의 성격을 파악함으로써 예술적 성찰의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

강용석(Kang, Yong-suk)의 《동두천 기념사진(Dongducheon Commemorative Photographs)》 ● 《동두천 기념사진》은 정치적 층위에서 타자의 초상에 접근한 사진이다. 그것은 강용석이 분단 한국의 기표로 작용하는 ‘양공주’의 초상사진을 통해 주한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한국의 분단 현실을 보여주고자 했기 때문이다. ‘양공주’가 외국인을 상대로 성(性)을 파는 여성에 대한 경멸적 호칭이듯, 동두천 보산리 미군 부대 근처 술집의 ‘양공주’는 한국사의 치부를 드러내는 존재로 한국 사회의 구성원이 되지 못하고 사회적 천민으로 배제되어 온 ‘서발턴’이었다. 특히 이들은 서구의 타자인 제3세계 한국인, 남성의 타자인 여성, 외화벌이 성 노동자인 최하위 계층으로 삼중의 타자가 되어 철저히 배제의 대상이 되어 왔다. 이러한 여성의 모습은 미군 병사가 한국을 일본 제국주의로부터 해방시켜 주고 공산화로부터 지켜준 미국 영웅주의의 이미지와 중첩되어 있는 것과 대조가 된다. 따라서 강용석은 위압적이고 당당하고 활기에 찬 미군 병사와 밝은 표정이거나 무표정이거나 슬픔이 배어나오는 ‘양공주’의 초상사진을 통해 한미 간 힘의 불균형과 불평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면서, 이를 나약하고 초라한 주권 국가의 초상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 ‘동두천’ 사진에서 중요한 것은 ‘양공주’의 초상이 기념사진 형식으로 재현되었다는 점이다. 초상사진은 사진 발명 당시 새로운 계급으로 부상한 부르주아들이 자신의 지위와 권력을 보여줄 표상을 소유함으로써 근대 사회의 주체가 되고자 한 데서 출발하였다. 따라서 이미지를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을 상업적으로 이용하여 사진관을 통해 제작되어 유통되는 산업 제품, 소유할 수 있는 소비 품목으로서의 사진은 사치성을 지닌 사회적 이벤트였다. 그리하여 미군 병사가 이국에서 보낸 젊은 한철을 사진이라는 장식품을 통해 기념하고자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강용석은 주둔국에서의 여흥을 즐기기 위해 주둔국 여성과 함께 찍은 미군 병사의 이 대중 문화적 이벤트를 원색적이고 자극적인 컬러의 기념사진 형식으로 재현하였다. 그러나 강용석이 이를 기념사진으로 재현한 데에는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끝나지 않은 전쟁의 기념화, 여성 신체에 가한 폭력의 기념화, 세계의 경찰국가라는 미명하에 약소국을 점령한 식민제국의 기념화가 타당한지를 묻고자 한 데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강용석은 이러한 인류 보편적 물음을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한국의 ‘양공주’, 그 훼손된 몸을 전리품처럼 찍은 이 ‘기념사진’을 물적 증거로 하여 제기하였다.

김혜원(Kim, Hye-won)의 《용담댐 시리즈-수몰 이전: 수몰민(The Series of Yongdam Dam-Before Submergence: The Submerged)》 ● 《수몰민》은 지역적 층위가 강조된 타자의 초상이다. 김혜원은 1997년 ‘전주’권을 포함한 서해안 지역에 생활용수, 농업용수, 공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다목적댐인 ‘용담댐’이 건설되고 있는 전북 진안군 ‘용담’ 지역에서, 수몰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의 초상을 촬영하였다. 이 수몰민들은 자본주의 산업화 과정에서 중심의 질서에 포섭되지 못하고 낙후된 주변으로 배제되어 지역 차별과 소외를 받아온 농촌 지역민들이라는 점에서 타자로 영역화된다. 특히 이들은 자본의 논리, 개발의 논리에 밀려 조상 대대로 함께 살아온 고향을 떠나 강제 이주된다는 점에서 산업화 시대가 양산한 이산민(離散民), 디아스포라(diaspora)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김혜원은 ‘용담’ 마을을 근대화로 인한 실향의 제유적 공간으로 보고, 국토 개발의 현실과 그 허상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국가중심주의가 지역 공동체를 해체하고 전통적 가치관을 파괴하며 지역민의 정체성을 유린하는 상황에서, 지역과 지역 문화의 고유성과 자생성에 가치를 두는 로컬리티(locality) 문제를 ‘수몰민’ 사진에 부각시킨다.
김혜원의 이 로컬리티적 접근은 주변 지역인 로컬의 장소성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드러난다. 그것은 중심 권력이 행사되는 장(場)의 대타적 개념으로서의 로컬이 삶의 터전을 회복하기 위해 새롭게 부각된 가치 공간이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김혜원은 안방, 마당, 집, 논밭을 배경으로 수몰민의 초상을 기록하였다. 특히 수몰민들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본질적 요소이자 국가 권력이 은폐해 온 로컬의 미시사를 형상화할 수 있는 탈중심적 요소로 거울과 액자, 시계와 달력, 십자가와 성모상, 성냥갑과 모기장, 텔레비전 등의 가재를 부각시켰다. 또한 그는 수몰민들의 실존적 장소 경험을 강조하기 위한 수사법을 구사하였는데, 방안이나 논밭 너머로 산을 깎는 ‘용담댐’ 건설 현장을 대조시키는 것 등이 바로 그것이었다. ‘장소(place)’와 ‘무장소(장소상실, placeless)’를 구분한 에드워드 렐프(Edward Relph)를 빌리면, 개성을 잃고 규격화된 경관인 ‘용담댐’이 ‘무장소’라면 그가 재현한 일상 속 생활공간은 ‘장소’가 되는 것이다. 이처럼 그는 수몰이나 실향이라는 극한 상황이 유발하는 연민이나 감상 대신에 황폐한 땅에서 빛나는 생존력, 생활력, 생태적 지혜를 포착하여 고향에 대한 수몰민의 정서적 유대감, 장소애(topophilia)를 강조하며 로컬리티를 확보하였다.

조현아(Cho, Hyun-ah)의 《동두천 나이지리아(Dongducheon, Nigeria)》 ● 《동두천 나이지리아》는 인종적 측면이 부각된 타자의 초상이다. 조현아는 미군기지가 인접한 동두천 보산동에 거주하는 노동 이주민, 그중 다수를 차지하는 나이지리아 출신 이주민을 촬영하였다. 디아스포라는 19세기 제국주의와 함께 야기된 문화 현상이지만, 그것은 오늘날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신식민제국주의 국가에서 양산하는 보편적인 문화 현상이기도 하다. 따라서 오랫동안 순혈주의를 바탕으로 단일민족을 표방하며 ‘동포’ ‘민족’이라는 ‘상상의 공동체(imagined communities)’를 견지해 온 우리나라에서도 이주민의 수는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 이주민에게는 인종, 국가, 계급의 역학 관계에 따른 다양한 차별성이 존재한다. 즉 상대 외국인이 백인인지 유색인인지, 부유한 나라 출신인지 빈민국 출신인지, 전문직인지 생산직인지에 따라 사회적 시선이 달라지는 것이다. 따라서 조현아는 차별적 시선과 배타적 태도를 감내해야 하는 ‘서발턴’으로서의 이주노동자의 힘겨운 삶에 주목하면서, 본질적인 인간성 대신 ‘값싼 노동력’이라는 도구적 기능성으로 평가되어 비인간적이고 반인권적 상태에서 생활해야 하는 그들의 일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조현아는 이방인으로서의 이주노동자에게 개성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주체의 자리를 부여함으로써 타자와 주체의 자리바꿈을 시도한다. 즉 이주노동자라는 정형화된 이미지가 아니라 개인으로서 존재하는 인물의 내면성에 주목한 것이다. 이는 먼저 프레임 속 배경으로 알 수 있다. 조현아는 이주노동자의 신분이 직접 드러나는 노동 현장을 피하고 가장 은밀한 사적 공간인 방안을 택하여 이들을 촬영하였다. 열악한 환경과 경제적 빈곤이 드러나긴 하지만, 방은 타자에게 향하는 사회적 시선을 차단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었다. 또한 이들의 개인성은 자연스런 포즈와 시선으로도 알 수 있다. 편안한 자세로 카메라를 경계하지 않고 친숙하게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시선과 표정은 이들을 위엄이나 여유를 지닌 주체적 존재로 보이게 한다. 이처럼 조현아가 정방형 프레임에 정공법이라는 카메라워크를 구사한 것은 그가 이주노동자를 우리와 함께 살아가야 할 또 한 부류의 한국인으로 인식하고, 그들을 온정적이고 포용적인 시선으로 카메라에 담고자 했기 때문이었다. 그 결과 그의 이주노동자 사진은 서구인에게는 타자로 존재하는 한국 사회가, 서구의 시각을 모방하여 이주노동자들에게 또 다른 타자화를 재생산하고 있는 폭력적 상황에 대한 반성으로 읽히게 된다.

차경희(Cha, kyoung-hee)의 《푸른 방(The Blue Room)》 ● ≪시대의 얼굴, 멜랑콜리≫(2014)展에서 발표된 《푸른 방》은 성별(性別)적 특성을 고려한 타자의 초상이다. 이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평범한 인물들이지만, 이성과 합리성에 기반을 둔 근대성의 구조 안에서 멜랑콜리(melancholy)라는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인 감정을 상징화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타자가 된다. 멜랑콜리는 자기 방어에의 집착이 치환되어 나타나는 증세이다. 인간은 공동체가 부여하는 가치 기준에 부합되는 인간으로 자기동일적 정체성을 형성하도록 억압받고 통제되는데, 이를 감당할 수 없을 때 불화와 불안, 고립과 소외, 분노와 고통, 죄책감과 수치심 등을 느끼게 되고 이러한 정신적, 심리적 증상들은 자기 방어 기제를 작동하는 요인이 된다. 따라서 차경희는 남성보다 여성에게 두 배나 높게 나타난다는 멜랑콜리를 통해, 한국 사회가 여성을 억압하고 통제하여 타자화하는 구조를 보여준다. 그것은 세계가 요구하는 ‘과잉’된 욕망과 관련된 멜랑콜리가 압축된 산업자본주의를 거치며 정치·경제·사회·문화의 구조, 자연 환경, 대인관계망 등에서 급속한 변화를 보여준 한국 사회, 더구나 여성을 차별한다는 점에서는 여전히 전근대적 가부장제에 머물러 있는 한국 사회에서 더욱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시대적 징후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차경희가 이성의 영역에서 터부시된 멜랑콜리를 내면화한 여성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남성중심주의적 시각은 물론 르네 데카르트(René Descartes)로부터 확립된 근대 철학의 이성적 주체 개념을 무너뜨리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그것은 미시적으로는 방안의 일상 가구와 소품들로 드러난다. ‘침실’을 배경으로 보이는 ‘액자’나 ‘구두’, 거울에 붙어 있는 ‘바나나’ 사진 등은 자율적 자아를 찾는 여성의 자기 욕망이 투사된 소품들로 보인다. 더 거시적으로는 ≪시대의 얼굴, 멜랑콜리≫展의 기획 의도에서 드러난다. 차경희는 이 《푸른 방》과 함께 정신병동 사람들을 찍은 《하얀 집》, 삶의 불확실성이나 세계와의 소통 부재로 이상 징후를 겪는 일반인들의 명상하는 모습을 찍은 《명상원 사람들》을 제시하면서 근대가 기획한 타자화에 의문을 제기한다. 감금되어 감시받는 이들의 광기와 분열과 강박은 여성들이 갖는 우수와 비애의 멜랑콜리나 일반 사회인이 겪는 이상 징후와 동일한 것이고, 그 징후를 앓는 이들 역시 동일인임을 보여준 것이다. 이처럼 《하얀 집》 《푸른 방》 《명상원 사람들》을 동일하게 인식한 그는 시대가 양산한 삶의 어둡고 우울한 증상과 그 처방을 보여주며 이성과 감정, 정신과 신체, 정상과 비정상의 이분법적 구획을 무효화하려는 탈주체적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 ● ≪타자의 초상≫展에 초대된 4인의 사진가는 초상사진을 둘러싼 담론적 장(場) 안에서 근대가 기획한 초상사진의 존재 양식과 재현 체계와 작동 기제의 폭력성을 인식하고, 주체나 타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한 시대와 사회의 인식과 구조 안에서 구성되고 생산된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즉 이들은 각기 상이한 초상사진의 재현 전략을 통해 정치, 경제, 계층, 성별에서의 사회문화적 의미를 발견하여 근대 산업자본주의 사회의 이면과 허상을 드러내었다. 나아가 4인의 사진가는 초상사진이 광선과 색채, 배경과 소품, 의상과 포즈와 표정 등 여러 사진적 요소들의 내적 구조화를 통해 사회적 의미를 담아낸다는 사실에 기초하여 개인의 삶을 사회적, 역사적 삶의 지평으로 확장하기 위한 독자적인 재현 전략을 보여주었다. 특히 ≪타자의 초상≫展의 사진가들은 초상사진이 일상화된 집단적 습속이나 상징화 과정을 통해 ‘타자’로 기호화하여 인간을 차별화해 온 데 대한 반작용으로 초상의 위계에 저항하면서 ‘우리’의 가치를 확인하였다. 타인의 삶의 현실, 그 고통 앞에 선 사진가로서 이들의 재현에 그치지 않고 ‘우리’를 실현함으로써, 근대가 기획한 주체가 사라지고 탈근대가 의미화한 타자들이 부활하는 장소로 초상사진을 승화시키고 있다.

 

 

 

 

 

 

 

 

 

 

 

 

 

 

 

 

 

 

 

 

 

 

 

 

 


[사진전] 백인백색 기획 시리즈 4 - 타자의 초상展

* 장소 : 공간 이다 하남(031-796-0877)

* 기간 : 2018-06-05 ~ 2018-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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