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안내] 박지나 - 받아쓰기 Dictation展

[전시안내] 박지나 - 받아쓰기 Dictation展

* 장소 : 최정아갤러리(02-540-5584)

* 기간 : 2018-04-26 ~ 2018-05-15

 

 

《받아쓰기 Dictation》전 기획의도 - 글| 박지나

작가는 예술의 (불)가능성을 이야기하기 위해 타자의 선재성에 주목한다. 여기에서 타자는 타인을 포함하여 의미화되지 못하고 남아있는 것, 대상화할 수 없는 것, 재현 불가능한 것, 고유성에 틈을 내는 것 등을 말한다. 이러한 타자의 선재성을 ‘받아쓰기’로 풀어내고자 한다. 작가는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타자에게 노출되고, 타자에 의해 부름 받는다. 그리고 부름에 대한 응답으로 타자를 기입하는 것으로서의 받아쓰기를 수행한다. 이러한 응답이 타자에 대한 책임이고, 환대이다.
타자의 부름에 응답하는 나는 나의 주권성을 포기하고 외부에 열린 나이다. 죽음에 스스로를 노출시킨 나이다. 그러므로 받아 적는 것은 나의 죽음이다. 나의 소멸이다.
본 전시를 통해 타자에 노출됨으로써 자기동일성을 파괴하는 것, 불가능성을 경험하는 것에서 예술이 가능해지는 것임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예술이 어떤 것을 의미화 시켜서 그것을 재현하는 것이 아닌, 재현할 수 없는 타자(의 흔적)에 사로잡히는 것임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작가노트>

 

책을 읽는다. 눈으로 읽는다. 언어가 아닌 것과 접촉한다.

 

소리 내어 읽는다. 소리 내어 읽는 동안 나는 ‘이름 붙일 수 없는 자’가 된다.
소리 내어 읽는 동안 나는 그(들)와 분리된다. 그(들)와 나는 분리되고 동시에 겹쳐진다.
소리 내어 읽는 동안 거기에는 아무도 없다. 거기에 이름 붙일 수 있는 자들은 없다.

 

책 읽는 소리를 녹음한다.

 

녹음한 소리를 듣는다. 그 목소리는 나의 것이다. 그 말들은 나의 것이 아니다. 나의 것이 아닌 것이 내 목소리를 통해 나온다. “그자의 목소리는, 천 짜듯 내 목소리와 얽혀서, 내가 누구인지, 또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내가 말하지 못하도록 하면서...”(『이름 붙일 수 없는 자』p.36.)
언어. 육체적 접촉.

 

목소리를 받아쓴다. 받아쓸 때 의미는 별로 상관없다. 신경 쓰지 못한다. 언어가 있지만 언어가 없는 순간이다. 목소리를 받아쓰다가 목소리를 놓친다. 목소리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것들이 있다. 언어로 쓰지만 비언어적 순간들이 더 많이 끼어든다. 인기척. 숨. 손이 지면에 쓸린다. 흑연이 손에 찍힌다. 연필과 종이와 책상이 서로 건드린다. 받아쓸 수 없는 것들이 있다. 표시를 환원 불가능하게 하는 것들이 있다.

 

받아쓰는 소리를 녹음한다.

 

지운다. 문장들을 흔적 아래 둔다. 지우려는 의도에도 불구하고 흔적은 생겨난다. 읽을 수 없는 것과 읽을 수 있는 것이 함께 있다. 문장들은 과거에 속하지도 그렇다고 현재에 속하지도 않는다. 타자의 시간성. 시간의 타자성.

받아쓰는 소리를 듣는다. 받아쓰는 소리를 다시 받아쓴다.
소리를 쓴다. 몸이 없는 것을 쓴다. 몸이 없는 것이 몸을 툭툭 건드린다.


받아쓰기.
그것은 나를 보낸다. 길과 들판에 내던져 지는 것처럼. 타자 앞으로 보낸다.
“시작된 어떤 일이 있는 듯이”(『이름 붙일 수 없는 자』p.74.

 

 

<작가CV>

박지나

홍익대학교 조소과 졸업
Brooks Institute of Photography, Digital Imaging 졸업, CA, USA.
홍익대학교 조소과 석사 졸업
홍익대학교 조소과 박사 졸업

 

개인전
2018 받아쓰기, 최정아갤러리, 서울
2017 부록; 낱장의 형태, 문래예술공장 박스씨어터, 서울
2016 발끝과 목소리, 최정아갤러리, 서울
2014 스스로 움직이는 것들, 사진.미술 대안공간 SPACE22, 서울

 

그룹전
2017 경기아트 프리즘, 경기도미술관, 경기도
2017 문화본일률展, 솔거미술관, 경주
2017 Collect/Assemble, 예술지구_P, 부산
2016 2016예술쇼핑센터, 서울혁신파크
2016 Labor. Art, Husslehof, Frankfurt, Germany
2015 Dutch Design Week 2015, NRE Terrein, Eindhoven, NL
2015 Pause &, 최정아 갤러리, 서울 (2인전)
2015 2015 Summer, 도시와 이미지, 아라아트센터, 서울
2015 Tuning of space, 유중아트센터, 서울
2015 Open Field -Seoul Kyoto,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서울
2014 예술! 엔트로피에 대한 재해석, 최정아 갤러리, 서울
2014 주문하시겠습니까 북유럽문화원展, 북유럽문화원, 경기도
2013 Serious Live Show 展, Club Venus, 서울
2012 성남문화재단 신진작가공모전, 성남아트센터 큐브미술관, 경기도
2012 Humidity Controller 展, Anthracite, 서울 (2인전)

 

발간
『책이라 불리는 부록들』, 청색종이, 2017

 

 

01. Dictation1, 피그먼트프린트, 100x150cm, 2018

 

 

 

 

 

02. Dictation_Autoportrait, 책, 미러보드 시트지, 나무, 23x28x5cm, 2018

 

 

 

 

 

03. Dictation_FABLE, 종이, 미러보드 시트지, 나무, 스테인리스 스틸, 140x40x40cm, 2018

 

 

 

 

 

04. Dictation_이름 붙일 수 없는 자_1, 종이에 흑연, 가변설치, 2018

 

 

 

 

04. Dictation이름 붙일 수 없는 자_2, 종이에 흑연, 가변설치, 2018

 


[전시안내] 박지나 - 받아쓰기 Dictation展

* 장소 : 최정아갤러리(02-540-5584)

* 기간 : 2018-04-26 ~ 2018-05-15

 

TAGS.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