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안내] 박찬원 - 어떤 여행展

[사진전] 박찬원 - 어떤 여행展

* 장소 : 사진공간 배다리 2관 (차이나타운 전시관 : 인천시 중구 차이나 타운로 51번길 19-1)

* 기간 : 2017.10.20 - 11.01

 

 

 

■ 박찬원의 '어떤 여행'은 그동안 작가가 촬영해온 염전의 하루살이, 나비, 거미를 비롯하여 돼지, 말 등 동물 사진 전체를 소개하고 앞으로 동물 사진 작업의 방향을 탐색하는 전시이다. 동물들을 통하여 우리의 생명과 삶을 여행이란 관점에서 의미를 생각해보고 인간의 모습을 반추해본다.

 

돼지 사진을 중심으로 하되 2018년 발표 예정인 말 사진의 일부를 처음으로 공개한다. 총 35점의 작품이 전시되며 말 사진 9장과 돼지 사진 2장은 이번 전시를 통하여 처음으로 공개된다.

 

책 발간 : 전시와 연계하여 사진 책 <어떤 여행> 고려원 북스 발간 (약 70p), 가격 9,000원에 시판 유통

 

사진 책은 전시 기간 중 관람객에게 3,000원에 판매하고 판매 대금은 시각 장애인 사진 교육비로 지원한다.

 

 

 

작가노트 - 동물나라 여행

사진을 처음 배우던 시절 동호인들과 사진 여행을 갔었다. 마지막 날 5 장씩 사진을 제출하고 서로 강평을 했다. 새를 찍은 사진만 5장 골라냈다. 졸지에 새 전문 사진가가 되었다. 동물 사진과의 첫 만남이었다.
 

대학원에 들어와 염전 사진을 찍게 되었다. 모든 사람들이 찍는 소금 사진보다는 뭔가 특이한 소재를 찾다보니 하루살이, 나비를 찍게 됐다. 익어가는 소금 물 위에 떠 있는 하루살이, 나비들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죽은 시신인데 무섭거나 슬프지 않았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하루살이는 죽은 것이 아니야. 이 세상으로 여행 왔다 또 다른 세상으로 여행을 떠난 것이야. 갑자기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가 생각났다. ‘너는 어느 별에서 왔니?’ 묻는다. 하루살이가 밤하늘을 날아 자기가 태어난 별로 돌아가고 있다. 나비는 얼음 바다를 헤치고 새로운 나라로 간다. 인간 세상 여행에서 무엇을 느꼈을까? 염전 사진을 주제로 첫 번째 개인전을 했다.
 

다음 작업을 구상하는데 갑자기 돼지 생각이 났다. 돼지는 초중고 시절 나의 별명이다. 중학교 1학년 때 교지에 돼지 별명을 주제로 한 수필을 기고했는데, 국어 선생님이 잘 썼다며 반마다 돌아가며 읽어주어 더욱 유명해졌다. 지금도 ‘돼지가 돼지를 찍는다.’고 동창들은 이야기한다. 사진을 찍으면서 돼지 공부, 돼지 생각을 많이 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생명체, 이런 삶이 있나? 기가 막혔다. 하느님도 가혹하다고 생각했다. 돼지는 살아 있는 동안은 역할이 없는 동물이다. 죽어서 고기를 인간에게 제공하는 것이 돼지가 태어나고 사는 이유다. 나가 놀지도 못하고 친구도 사귀지 못하고 섹스 한 번 못하고 죽어간다. 자연 수명은 12년인데 6개월이면 도축장으로 가서 인간의 식량이 된다. 불쌍하고 슬프고 애처로운 동물이다. 그러나 관점을 바꾸면 돼지의 삶의 의미는 달라진다. 돼지의 삶은 인간을 위한 헌신, 희생이다. 내세와 연결시켜 보면 돼지의 삶은 고귀하고 값진 것이다. 다음 세상에서 돼지와 인간, 누가 더 가치 있게 평가 받을 까? ‘꿀꿀꿀 끌끌끌~‘은 돼지가 인간을 보고 하는 소리다. 좀 더 길게 세상을 보고 바르게 살아라, 이야기한다. 지금 살고 있는 세상이 끝이 아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하나의 여행지일 뿐이다.
 

돼지 사진을 찍는 것은 돼지의 세계를 여행하는 것이다. 돼지와 함께 살며 돼지와 이야기를 나누고 돼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 요즈음은 말 사진을 찍고 있다. 한 달에 일주일 이상  마구간에서 말과 함께 살면서 사진을 찍는다. 그동안 인간 세상은 잊는다. 말과 이야기하고 말을 공부한다. 목장 주, 수의사, 말 수송업자, 마주, 마사학과 교수 등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 나누는 용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다. 낯설다. 신기하고 흥미롭고 또 조심된다. 나는 말의 세상을 여행하는 것이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가 되거나 존 버거의 떠돌이 개, 킹이 된다. 사진으로 말의 세계를 여행하고 기행문을 쓰고 있다. 나는 지금 인간 세상으로 여행 와서 돼지 나라, 말의 나라를 여행하고 있다. 동물 속에서 인간학을 공부한다.

 

 

 

작가소개 - 박찬원

상명대학교 예술디자인대학원 사진영상미디어학과 졸업
성균관 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 개인전
2017 <어떤 여행> 사진공간 배다리, 인천
2016 <돼지야 놀자> 돼지문화원, 원주
2016 <숨 젖 잠> 류가헌, 서울
2016 <꿀 젖 잠> 대안 예술 공간 이포, 서울
2014 <소금밭> 인덱스, 서울

 

· 그룹전
2016 <특이한 부드러움, 상냥한 떨림> 서울혁신파크, 서울
2013 <Face to Face> 갤러리 룩스, 서울
2013 <사진, 보여짐> Mirror 갤러리, 북경, 중국
2012 <실크로드 사진전> 봄 갤러리, 서울
2011 <Wisdom of Mother Earth> Seoul Photo 2011, 코엑스, 서울
2010 <SERICEO 사진전, 동행> 로댕 갤러리, 서울

 

· 저서
2017 <어떤 여행> 사진책, 고려원북스
2016 <꿀 젖 잠> 사진책, 고려원북스
2016 <사진하는 태도가 틀렸어요> 사진 에세이, 고려원북스
2009 <당신이 만들면 다릅니다> 마케팅 에세이, 김영사

 

 

 

비평글

동물을 통해서 인간의 삶을 반추 - 이영욱 (상명대 외래교수)

 

박찬원은 2012년부터 동물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하루살이, 나비, 거미를 비롯하여 돼지, 말 등 동물을 통해 생명과 삶의 의미를 탐구해 왔다. 2014년 첫 번째 개인전 <소금밭>에서 웅덩이에 떠 있는 하루살이 떼를 촬영한 사진은 매우 인상 깊다. 그것은 마치 하늘에서 보는 인간들의 모습을 보는 듯한데, 하루살이들의 찍짓기, 무리지어 싸우기, 떼지어 있거나, 혼자서 고독을 씹기도하는 모습은 인간 세상의 축소판 같다. 그는 염전 소금물 위에 죽어 떠 있는 하루살이와 나비와 거미의 삶과 죽음을 응시하면서 인간의 모습을 반추했다. 특히 죽음 직전에 거미와 나비를 구해주면서 삶의 우연성, 필연성과 신이라고 믿을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존재를 인정하게 된다. 그는 죽어가는 하루살이, 나비에게서 여행이라는 개념도 찾아냈다. 내세의 관점에서 보면 삶과 죽음의 현상은 이 세상에서 살다가 다른 세상으로 여행을 떠는 것과 같다.

 

박찬원의 동물사진이 본격화한 것은 돼지 사진이다. 2016년 <꿀 젓 잠>에서 그는 동물이 인간에게 주는 메시지를 깊게 생각하게 만들었다. 돼지는 인간의 식량으로 공급되기 위해서 자연수명이 12년인데 인간의 욕망에 의해서 6개월만 살면 도살장으로 간다. 그런 점에서 돼지는 가축으로 길러져 자유가 없는 존재로 살다가 죽어서야 가치를 인정받는 동물이다. 그러나 내세와 연결시켜보면 돼지의 삶의 의미는 달라진다. 돼지의 삶은 인간을 위한 헌신 희생이다. 다음 세상에서 인간과 돼지, 누가 더 가치 있게 평가받을까를 그는 이 작업에서 묻고 있다. 그야말로 동물을 통해 보는 인간학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전시 <어떤 여행>에서는 2016년 10월부터 새로 작업하고 있는 백색 경주마(누비아나)에 대한 사진의 일부를 함께 소개한다. 말 작업은 은퇴하고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백색 경주마를 담았다. 백마는 지난 4월에 죽었다. 작업노트에서 박찬원은 이렇게 말한다. “누비아나를 보고 있으면 나를 보는 것 같다. 늙는다는 것은 몸이 약해지는 것이 아니라 영혼을 조금씩 먼저 이사 보내는 것이다. 영혼이 떠나간 집은 점점 작아진다.… 이번에 보여주는 사진은 누비아나에 대한 송별사진이다.” 그에게 백마는 죽은 것이 아니라 이 세상으로 여행 왔다 다른 세상으로 떠나는 것이다. 하루살이, 나비가 이 세상에 왔다가 잠시 머물고 떠나듯 이 세상은 동물이나 인간이나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는 잠시 머물다 떠나야 할 곳이다. 이번 전시명을 <어떤 여행>으로 정한 이유이다.

  

박찬원은 자신의 사진 작업과정을 어떤 여행으로 규정한 까닭을 동물들의 처한 삶과 죽음을 경험하면서 깨달았다. 그리고 자신의 삶과 결부시킨다. <소금밭>의 배경이 된 곳은 대부도 염전으로 그가 태어난 곳이다. 사진이 잘 안 풀리거나 중요한 작업의 변화가 있을 때면 이곳을 찾는다. 그는 이곳에서는 생명과 죽음의 경계와 운명과 같은 미지의 알 수 없는 세계에 관한 어떤 신성(神性)을 경험했다. <꿀, 젓, 잠> 돼지 작업에서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 돼지가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를 통해서 인간 삶의 모습을 반성의 모드로 바꿨다. 돼지가 불쌍한 것이 아니라 오만한 인간의 욕망의 덧없음을 발견한다. 말 작업에서는 삶을 여행으로 비유한다. 여기에 개입되는 것은 물론 사진의 만남에서 발생하는 낯선 경험으로부터 사유하고 발견하면서 자신이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 이전과는 달라지고 있음을 알아차린다. 박찬원은 이렇게 말한다. “돼지와 함께 살며 돼지와 이야기를 나누고 돼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
  

요즈음은 말 사진을 찍고 있다. 한 달에 일주일 이상 마구간에서 말과 함께 살면서 사진을 찍는다. 그동안 인간 세상은 잊는다. 말과 이야기하고 말을 공부한다. 목장주, 수의사, 말 수송업자, 마주, 마사학 교수 등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다. 나누는 용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다. 낯설다. 신기하고 흥미롭고 또 조심된다. 나는 말의 세상을 여행하는 것이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가 되거나 존 버거의 떠돌이 개 킹이 된다. 사진으로 말의 세계를 여행하고 기행문을쓰고 있다. 나는 지금 인간 세상으로 여행 와서 돼지 나라, 말의 나라를 여행하고 있다. 동물 속에서 인간학을 공부한다.“ 그는 또 이렇게 말한다. ”지금 살고 있는 세상이 끝이 아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하나의 여행지일 뿐이다. 동물들과 이야기 나눈다. 잊어버리고 있었던 나를 생각하는 시간이다. 니체가 말한 여행가의 5단계 중 마지막 단계인 보고 느낀 것을 작품으로 만들거나 실행에 옮겨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 그는 사진을 찍는 동안은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 기존 인간관계를 끊고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을 만나고 지금까지 살아온 세상과 다른 환경에서 동떨어진 생각을 한다. 여행을 한다는 것은 무엇인까? 현재 나의 위치를 다른 공간속으로 밀어 넣는 행위? 혹은 다른 시간 속으로 다른 세계로 가는 것이다. 전혀 경험하지 못한 알 수 없는 세계와의 만남이다. 낯선 경험으로부터 현재 나의 생각들이 변하고 감각이 달라지고 인식이 변해서 지금의 나와는 다른 존재가 되는 것, 이것이 진정한 여행이 아닐까? 그런데 이런 여행은 불안하다. 또 위험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모험으로서의 이런 여행은 낯선 것을 보고 들은 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때 비로소 매혹적인 것들을 경험했다 말할 수 있다.

  

박찬원의 동물 사진들이 흥미로운 점은 인간이 동물에 대한 편견, 그러니까 인간이 이 세계의 중심이고 동물은 인간 세계에서 단지 미물이거나 종속된 관계로만 보지 않는다. 또 상투적이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자연과 문화의 대립 관계로 재현하지 않는다. 보다 근원적인 삶과 죽음에 대해 성찰하고 인간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그는 동물에 대한 인간의 생각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동물의 세계에서 인간에게 던지는 목소리 그 메시지를 듣고자 한다. 그래서 박찬원은 공하한 동물의 개념을 재현하는 상징과의 유희에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낯선 세계에 대한 실존적 관심이 크다. 그가 자신의 사진 작업 행위를 <어떤 여행>으로 규정하면서 한 대상을 최소한 100번을 찾아가 찍겠다고 목표를 정하고 실천한 것이나, 사진은 기술이 아니라 ‘개념’,‘이미지’로 보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 여기서 사진은 그에게 재현의 도구로 활용하지 않는다. 사진 작업은 그에게 동물 세계에서 경험한 것들을 성실히 기록하는 작업이다. 그 과정에서 사진 재현의 기능은 현실의 대상을 있는 그대로 가져오는 것이 아니다. 그가 보고 듣고 경험한 것들에 대한 보고성이다. 통상적으로 사진에서 재현의 관점은 언제나 대상과 그를 둘러싼 동질의 세계를 규정한 하나의 관념일 뿐이다. 이는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을 상징적인 체제 속에서 내면화한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객관적인 세계라 부른다. 그러나 그것이 반복적으로 재생산되면 될수록 그것은 일종의 지배 이데올로기를 강화하는 장치가 된다. 우리는 그것이 인위적으로 가공한 현실에 불과한 것이고, 사진이 지시하는 대상은 기호에 불과하다는 것을 망각한다. 따라서 박찬원의 사진작업이 동물의 세계로 여행한다고 했을 때 사진의 재현의 논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새로운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그것은 사진을 제시의 관점으로 전환하는 일이다. 재현이 아닌 제시의 관점은 사진가의 경험밖에는 없다. 경험의 세계는 낯선 여행에서 얻어지는 것으로 기존의 생각을 바꾸고 나를 변화시킨 곳에서 온다. 박찬원은 동물을 통해 내세의 관점에서 인간을 통찰하고 자신의 삶을 성찰한다. 그는 동물의 세계가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와 어떻게 다르고 사진이미지로 전이되는지를 여행이라는 관점으로 새롭게 관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박찬원의 사진 작업은 자신이 직접 경한 것들에 대한 변화된 생각들의 흔적이자 어떤 여행이다. 더불어 제시된 동물 사진을 통해서 인간의 삶을 반추하고 깊은 사유 속으로 몰입하게 한다. 사진 작업과 경험의 미덕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 박찬원

 

 

 

 

 

ⓒ 박찬원

 

 

 

 

 

 

ⓒ 박찬원

 

 

 

 

 

ⓒ 박찬원

 

 

 

 

 

 

 


 

 

박찬원 - 어떤 여행展

사진공간 배다리 2관  |  2017.10.20 - 11.01

 

* 오픈식 : 2017. 10. 20 17:00
* 작가와의 대화 2017. 10. 2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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