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김승곤의 사진읽기 -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세계 일류 사진가라고 해서 처음부터 완벽한 사진을 찍은 것은 아닙니다. 지금도 그들은 걸작 사진의 몇 십 배, 때로는 몇 백배의 실패작을 찍습니다. 필름을 사용하던 옛날의 아날로그 시대에는 사진 한 장을 찍고 그 결과를 보려면 적어도 몇 시간을 걸렸습니다. 노출이 끝난 필름을 현상하고, 건조된 필름을 확대기에 걸고 프린트를 해서 다시 인화지 현상을 거친 다음에야 결과를 볼 수 있었답니다. (사진술 발명 초기인 1820년대에는 노출을 주는 데에만 무려 8시간이 걸렸답니다. 그 뒤로 기술이 점점 발달해서 폴라로이드 같은 인스턴트 카메라가 나왔을 때는 3분이면 상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떻습니까? 찍은 그 자리에서 디지털카메라의 뒷면에 달린 액정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노출이나 초점이 맞았는지, 상은 흔들리지 않았는지, 색은 제대로 나왔는지, 바로 결과를 확인할 수 있지요. 거기에 비싼 필름값이나 현상료도 들지 않으니 얼마나 좋습니까.
웬만한 디지털카메라는 적어도 10만 번의 셔터 테스트를 거친다고 합니다. 전문가가 아니라면 아마 평생 찍어도 10만 번 찍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실패나 필름값, 비싸게 주고 산 카메라의 셔터 기구가 망가질 걱정을 하지 말고 많이 찍어보도록 하십시오. 너무 많이 찍지 말라고 충고하는 사진가도 있는데, 그것은 마구잡이로 찍지 말고 좀 더 신중하게 찍으라는 의미이거나 아니면 시대에 뒤떨어진 아날로그 시대의 사진가일 겁니다.
글 : 김승곤(사진평론가, SPC사진클럽 주임교수)
안셀 아담스 - 헤르난데스의 월출
아날로그 사진의 최고 걸작으로 일컬어짐. 경매에서 10만 불 이상을 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