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일의 우리동네 꽃동네 #31

바위구절초 | 바람은 함부로 부는 게 아니다.

 


그렇다. 바람이다. 빛이다.
그래서 자연은 風光이다.
고산화원을 저렇게 피워내는 것은
빛이고 바람인 것이다. 풍광으로 살아난다.


백암봉으로 몰아친 四方風은
화산돌을 하늘로 날려 보내버렸고.
자동차 문을 못 열어 차에서 내릴 수 없게 했다.
흑풍구에서는 유람질하던 어떤 이는
바람에 떠밀려 절벽 아래로 날아가 버렸다.
나, 사진 못 찍겠다고 삼각대 접었다.


그런데 이 구절초들은
며칠 밤낮을 위에서 아래로 아래서 위로
미친 바람이 잠시도 쉬지 않고 흔들어대도
맨몸으로 받아내고 끄덕도 없는 것은
열매를 맺기 위한 간절한 소망인 것이다.
그렇게 열매를 맺으면 바람은 또 한번
구절초의 씨앗을 멀리 날려 보내줄 것이다.


그 바람은 함부로 부는 게 아니다.
꽃들을 위해서 바람은 그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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